[김희순의 호남의 명산] 화순 종괘산(378m)
맛집 탐방과 온천을 겸한 근교 산행지

쌍교바위 근경.
쌍교바위 근경.

 “절망은 희망의 어머니 고통은 행복의 스승 시련 없이 성취는 오지 않고 단련 없이 명검은 날이 서지 않는다 꿈꾸는 자여 어둠 속에서 멀리 반짝이는 별빛을 따라 긴 고행길 멈추지 말라”

 문병란 시인의 희망가 일부다. 화순 종괘산(鍾掛山·378m)이 감싸고 있는 원화리는 저항시인 문병란(1935~2015)의 고향이다. 그의 대표작으로는 부활의 노래, 직녀에게, 희망가 등이 있다. 특히 부활의 노래는 5·18 민주화운동을 주제로 창작한 시다. 외신에서는 이를 두고 ‘화염병 대신에 시를 던졌다’고 소개되기도 했다.

쌍교바위 조망대.
쌍교바위 조망대.

 종괘산의 대표 주자는 ‘고동바우’다. 원화리 원주민들은 ‘고동바위’를 ‘고동바우’라고 부른다. ‘고동’은 ‘고둥’의 방언으로 다슬기와 비슷한 생김새를 가지고 있다. 아파트 10층 높이에 이르는 거대한 수직형상의 고동바위는 천 가지의 얼굴을 가지고 있다. 정면에서 보면 세워 놓은 ‘고동’ 모양이지만 바라보는 방향에 따라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주전자바위, 남근바위, 쌍교바위(쌍가마바위), 문필봉, 또는 낙타바위, 시루떡바위, 종괘바위 등 닮았다고 여겨지는 사물을 이름으로 한 별칭도 무수하다. 멀리서 산을 보면 바위가 흡사 소뿔이 솟아있는 것처럼 보여 각암산(角岩山)이라고도 한다.

 고동바위는 가까이서 보면 퇴적암 층리가 팥시루떡을 겹쳐 놓은 것처럼 보인다. 한겹 한겹의 결들이 1억 년 전 기후와 환경의 변화를 나이테처럼 고스란히 담고 있다. 종괘산은 육산으로 보이지만 흙으로 덮여 있는 표피 아래는 온통 붉은 바위다. 능주 방면에서 보면 병풍을 두른 것처럼 거대한 암릉지대가 확연히 보인다.

도곡온천 조망.
도곡온천 조망.

 종괘산 부근에 모텔이 많은 까닭은

 종괘산 근처는 옛날부터 온천골 마을이 있던 곳이다. 산 밑의 귀틀 샘에서 더운물이 솟아올라서 마을 사람들이 채소를 데쳐 먹었다는 얘기가 전한다. 1988년 이후 대대적인 개발로 지금의 ‘도곡 온천지구’가 되었다. 도곡온천은 우리나라 온천수 중 유황 성분을 많이 함유하고 있는 곳 중 한 곳으로 손꼽힌다. 스파랜드와 무인 모텔 수십 곳이 영업중이다. 또한 도로를 따라 떡갈비. 두부전문점, 보리밥집, 한정식 등 다양한 종류의 맛집들이 몰려있다.

 광주 풍향동의 임종문(68)씨는 종괘산을 “산 깨나 타는 친구들도 알지 못하는 숨어있는 근교명산”이라고 소개한다. 더불어 “광주에서 가깝고 산행 후 온천을 즐길 수 있어 좋다”고 추천한다.

 종괘산은 산세가 낮고 평범한 편이며 원점회귀 산행이 가능하다. 산행이 수월하다는 얘기다.

수리봉.
수리봉.

 도로에서 본 고동바위는 그 신기한 모양 때문에 누구라도 눈길이 간다. 솔직히 말하자면 남성의 성기를 닮았다. 해면체에 혈액이 다량으로 공급되어 팽창된 것이 발기(發起)인데, 바위의 우뚝 솟구친 모습이 틀림없는 그것이다. 호사가들은 종괘산 근처에 유난히 모텔 같은 숙박업소가 많은 것도 나름 재미있는 이유가 있다고 한다. 고동바위에서 정면으로 보이는 수리봉(337m) 7부 능선 사면에 거뭇한 동굴 모양의 ‘여성바위’가 있다. 놀랍게도 여성의 성기와 너무나 흡사하고 바위 내부에는 촉촉한 음수까지 흐르고 있다.

 그런 여성바위 때문에 고동바위가 항상 우뚝 솟아 있다고 우스갯소리로 얘기한다. 또한, 도로 건너편 중봉산(中峰山·323m) 두리봉에 옥비바위가 있다. 도장을 닮았다고 해서 인장바위라고도 하는데, 영락없는 남근바위다. 이 바위들의 삼각관계로 인해 음과 양의 기운이 강해 근처에 숙박업소가 번창한다는 그럴듯한 이야기가 전한다.

등산로.
등산로.

 산행 들머리는 동명제과 안쪽에 있는 ‘순이네 밥상’에서 시작한다. 이정표와 안전시설물이 잘 갖추어져 있고, 등산로 상태도 매우 양호하다. 특히 수리봉 지나면서부터는 향긋한 솔향기가 진동하는 비단길이다. 산 아래 보이는 원화리는 남평 문씨(南平文氏) 자작일촌이다. 남평 문씨 제각 옆으로 문병란 시인의 생가가 보인다. 목화씨로 유명한 문익점, 고려시대 무인 문극겸, 그리고 문익환 목사, 통일교 문선명 총재 등이 남평 문씨 출신이다.

 들머리서 40분이면 만나는 고동바위

 고동바위는 들머리에서 빠른 걸음으로 40분이면 만날 수 있다. 측면에서 보면 거대한 군함의 주탑처럼 보이기도 한다. 원뿔형 봉우리까지 오를 수 있지만 위험한 행동은 삼가는 것이 좋다. 아찔한 낭떠러지 너머로 남쪽 방향으로 거침없는 조망이다. 무등산, 만연산, 용암산, 천태산 까지 넘실거리는 파도처럼 보인다. 10시 방향으로 보이는 높은 봉우리가 수리봉이다. 수리봉 중간에 검은 빛깔로 움푹 패고 갈라진 바위가 ‘여성바위’다. 여성바위는 아직 접근 등산로가 개설되지 않아서 멀리서 바라볼 수밖에 없다.

종괘산 정상.
종괘산 정상.

 정상으로 가는 길에 다시 한번 고동바위를 전체적으로 감상할 수 있는 전망바위가 있다. 실질적인 정상 조망이다. 이어 100m만 오르면 정상이다. 잡목이 우거져 시야가 막혀있다.

 종괘산 정상에서 수리봉까지는 30여분 걸린다. 왼쪽을 바라보면 연초록 무등컨트리클럽 잔디밭이 그림처럼 펼쳐져 있다. 그 너머로 무등산과 모후산이 보인다. 돌모랭이산은 삼각점이 있는 평범한 봉우리이며, 숲 너머로 도곡온천지구가 빼꼼하게 보인다. 이어서 철탑을 지나면 천암리다. 차량 회수를 위해 천암리에서 순이네밥집 까지는 1.7km, 도보로 30분 거리다.

돌모랭이산 삼각점.
돌모랭이산 삼각점.
화순 종괘산 개념도.
화순 종괘산 개념도.

 ▲산행 길잡이

 순이네밥집-고동바위-종괘산-수리봉-돌모랭이산(삼각점)-천암리(6km 3시간)

 도곡온천-중봉산-두리봉(옥비바위)-순이네밥집-고동바위-종괘산-돌모랭이산(11.5km 5시간 30분)

 ▲맛집

 하산 지점인 천암리에 위치한 ‘담양전통돼지숯불갈비(061-374-1871)’는 산행 후 에너지를 채울 든든한 고깃집이다. 대표 메뉴인 돼지갈비 1인분 1만 7000원, 소떡갈비 1인분 1만 8000원.

 주차장이 넓고 정갈한 밑반찬만큼 내부 인테리어도 깔끔하다. 곳곳에 손님을 위한 숨은 배려가 보인다.

 글·사진= 김희순 山 전문기자

[드림 콕!]네이버 뉴스스탠드에서 드림투데이(옛 광주드림)를 구독하세요

저작권자 © 드림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