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도청. 전남도 제공
전남도청. 전남도 제공

‘전남을 빛낸 올해의 시책 T0P10 선정.’

주말인 21일 오전 이 같은 제목으로 출입기자에게 보도자료를 배포한 전남도의 노고에 잠깐 미소를 감추지 못했다.

그리곤 이 보도자료 내용에 따라 한 편의 기사를 써줄까 하다 평을 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앞섰다.

이 보도자료가 잘 쓰여 있는지가 아니라 전남도정의 그간 언론 대처 능력을 말이다.

30년 넘게 언론에 몸담은 필자는 전남도의 언론관이 각별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도지사가 공보관 출신이어서인지, 도정 홍보가 긴요해서인지 보도자료가 즉각적이고 다양하다.

때에 따라선 도정에 대한 비판을 우려하는 기사가 나올까 대비해 선제적으로 보도자료를 내놓기도 한다.

이를테면 어떤 현안이나 지역시설이 문제가 될 가능성이 있으면 그 직전 “지금 여러 전문가와 머리를 맞대고 점검하고 있다”는 내용으로 대응한다.

여기서 현안, 지역시설이 무엇인지는 관계 당국에 실례가 될 수도 있을 것이므로 생략하지만, 한마디로 굉장히 언론플레이가 능하다.

언론플레이가 능하다고 해서 부정적으로 말하는 것은 아니다. 문제점이 있으면 그것을 사전에 인지하고 있으니 언론에서 보도하려면 관계 당국의 입장을 잘 포함해달라는 긍정적 테크닉이다.

언론에 나가 사태가 악화하는 것을 막고, 나가더라도 관계 당국의 입장은 이런 것이니 잘 판단해 왜곡시키지 말아 달라는 뜻이다.

주지하는 것처럼 보도자료는 골든타임 확보가 매우 중요하다.

이미 포털이나 지면에, 방송전파를 잘못 타버리면 그걸 주워 담는데 몇 배 더 힘들고, 100% 그렇게 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때문에 사전작업이 절대적이랄 수 있다.

이번 ‘전남을 빛낸 올해의 시책 T0P10 선정’ 같은 보도자료는 언론 비판 대응 또는 제어용이기보다 잘 홍보해달라는 호소용의 성격이다.

지역민이 알고 있는데도 굳이 그렇게까지 해야 할까 하는 마음이 들지만, 연말을 맞아 전남도정의 성과를 한번 부각해달라는 것이다. 도정 홍보의 부지런함이 전달되는 대목이다.

올해의 TOP10에서 1위는 ‘통합의대 설립’이다. 목포대와 순천대가 공모 갈등을 접고 대학통합을 통해 의대를 유치하겠다고 한 것은 중앙정부에서도 반겼음이 보도된 바다.

전남도는 TOP10 선정을 위해 올 한해 주요시책 35건을 대상으로 1차 내부 직원 심사, 학계와 언론인, 연구원 등 전문가로 구성된 2차 외부 심사를 거쳤다고 한다.

그리고 통합의대 다음 순위로 △1조 4000억 원 투자 실현, 여수 묘도 LNG 허브터미널 △전남 K-관광 닻을 올리다! 2024~2026 전남세계관광문화대전 △최초 건의, 끈질긴 설득, 인과관계 입증으로 벼멸구 등 농업재해 인정 △전남도 출생기본수당 지급 등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열거한 이런 시책은 정말 잘한 일로 여겨지며 ‘도민제일주의’를 위한 길로 본다.

최근 김영록 지사와 도 간부 등을 중심으로 도민제일주의란 말이 자주 오르내리는데, 이번에 릴리스한 보도자료에서도 장헌범 전남도 기획조정실장이 그렇게 언급한다.

장 실장은 “예산감축 등 어려운 상황에도 공무원들이 발 빠르게 대응한 결과 각종 시책이 성과를 거뒀다”며 “앞으로도 도민제일주의를 바탕으로 인구감소와 지방소멸 대응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 우수시책 발굴·추진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전남도정이 흔히 하는 말로 ‘흐름을 탔다’고 할 수 있겠다.

최대 기회이면서도 난제처럼 보였던 의대 신설 문제가 풀려버렸으니 그러잖겠는가. 자신감을 얻어 더욱 도민을 보살피겠다는 의지가 실려 있다.

앞으로 탄핵 정국 속에서 설립 과정을 지켜봐야 하겠지만, 최소한 전남 내부에서는 이 문제를 둘러싼 동서부 갈등이 잠잠해졌다.

이 때문인지는 몰라도 11월 김 지사의 직무수행 평가는 전국 광역단체장 가운데 1위로 재등극했다.(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 조사) 한때 3위까지 내려갔으나 7개월 만에 치고 올라온 것이다.

기자는 전남도정에 대한 우려와 비판적 의식이 없어 이렇게 말하는 게 아니다.

아주 오랜만에 도청을 출입하고, 또 다른 광역행정기관을 출입해봤지만, 현재의 전남도의 언론 프렌들리(Friendly)가 남다르더라는 말이다.

언론 프렌들리와 도민제일주의가 지나친 나머지 도정에 대한 역효과를 초래하거나 폐쇄성을 표출하지 않는다면 오케이다.

다시 말해 지역발전 파트너인 또 하나의 광역지자체, 광주시와의 초광역협력사업 등이 피해를 입지 않는 선에서 추구해나간다면 권장할 일이다.

올해 전남도정의 성과가 새해에도 이어져 지역민이 한층 행복해지길 소망한다.

정진탄 전남본부장 겸 선임기자.

정진탄 전남본부장 겸 선임기자 chchtan@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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