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목적 위한 군사적 도발 악순환 끊어야”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 계엄 선포 (KTV 캡처, 광주드림 24.12.4 캡처)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 계엄 선포 (KTV 캡처, 광주드림 24.12.4 캡처)

 2024년 12월 3일 오후 10시 25분, 윤석열 대통령은 “북한 공산세력의 위협으로부터 자유대한민국을 수호하고…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 세력들을 일거에 척결하고 자유헌정질서를 지키기 위해”라는 명분으로 군사독재 시절에나 있을 법한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여당은 물론 대통령실 참모들조차 모르게 극비리에 준비된 계엄이었다고 한다. 이 날은 우리나라 민주주의 역사에서 결코 잊을 수 없는 날이 되어버렸다. 특히 한반도 평화는 우리 사회의 굳건한 민주주의에 기반할 때 가능하다는 것을 다시금 인식하게 된 날이기에 더욱 그러하다. 남북 문제를 자신의 정치적 이득을 위해 이용하려는 이들이 있는 한 한반도의 평화는 요원하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의 정당성을 주장한 12일 대국민 담화에서도 “북한의 불법적인 핵무장과 미사일 위협 도발에도, GPS 교란과 오물 풍선에도, 민주노총 간첩 사건에도, 거대 야당은 이에 동조할 뿐 아니라, 오히려 북한 편을 들면서 이에 대응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정부를 흠집 내기만 했다”며 야당을 종북 세력으로 몰아 세웠다. 그렇지만 현 시점에서 북한 공산세력과 종북 반국가 세력 척결을 위해 비상계엄이 필요하다고 동의하는 국민은 없다. 오히려 지난 10월의 ‘평양 무인기’ 사건이 국방부장관의 지시에 의한 것이라는 증언에 이어 북한의 오물 풍선에 대한 ‘원점 타격’ 지시가 있었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고, 이것이 사실이라면 남북관계와 한반도 평화마저 자신들의 정략적 목적에 희생시킬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 충격적인 사건이 될 것이다.

 이러한 군사적 도발 행위는 정전협정을 위반한 것일 뿐만 아니라 자칫 국지적 충돌과 확전을 야기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해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되돌아보면 현 정권은 자신들이 정치적 궁지에 몰릴 때마다 불필요한 대북 강경책으로 모면하려 해왔고 12월 3일 밤에 마침내 금지선을 넘어선 것이다.

 민주화와 분단 상황 극복, 연결돼 있어 

 이번 계엄 선포는 남북간의 정치군사적 갈등을 자신의 정치적 목적을 위해 악용한 극단적인 사례일 뿐이다. 현 정권이 직면한 정치적 위기를 해소하고 헌법이 부여한 야당의 합법적 공세를 일거에 무력화하기 위해 안보 위기를 조작했다는 결론에 이를 수 밖에 없다.

 한반도 평화를 근본적으로 위협하는 상황을 조작해내고 신북풍 몰이를 통해 윤 대통령 자신과 정권 안보를 지키려는 반헌법적 발상이라는 것 이외에 다른 평가를 찾기는 어렵게 되었다.

 그간 독재권력은 종북과 반국가단체 운운하며 민주주의를 억압하는 등 분단 상황을 활용하여 권력을 강화하였고 북한과의 적대적 공생 관계 속에서 자신들의 권력을 유지하였다. 민주화와 분단 상황의 극복이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점은 바로 이 때문이다.

 1987년 6월 항쟁 이후 우리 사회는 민주화의 길로 들어섰지만, 여전한 남북 갈등과 우리 사회에 뿌리내린 레드 콤플렉스(Red Complex)로 한국의 정치지형은 다양한 견해와 입장을 포괄해 내지 못했다. 이로 인해 정치가 사회에 존재하는 갈등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였고 민주주의가 제도의 차원을 넘어 좀 더 높은 수준으로 질적 발전을 해 나가야 할 때 분단이 높은 벽으로 민주화의 진전을 가로막았다.

 분단이 장기화하고 1970년대 긴장 완화 시기를 거쳐 간헐적으로나마 남북대화가 진행되면서 평화정착을 도모하는 단계와 분단 극복, 즉 통일을 추구하는 단계가 점차 구분되어 갔다.

 최근에는 통일 문제는 접어두거나 보류하고 남북한의 평화공존을 우선적으로 추구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타났다. 분단이 80여년 이어져 온 상황에서 평화와 통일의 문제를 분리하여 남북한 평화공존, 또는 한반도에 두 개의 국가가 존재하는 것을 실질적으로나 공식적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평화와 통일의 문제를 이처럼 분리하는 것은 평화의 질적인 수준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를 야기한다. 평화란 단순히 전쟁이 없거나 물리적 폭력이 없는 상태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사회와 경제 구조에 스며 있는 구조적 폭력과 이러한 폭력을 정서적으로 문화적으로 합리화하는 문화적인 폭력도 문제이다.

 우리 내부 반평화세력에 휘둘리지 않아야 

 남북의 대치 상황에서 우리 사회에 뿌리내린 군사주의의 폐해는 말할 것도 없다. 이번 사태처럼 한반도 평화를 위협하는 것은 북한의 핵능력 강화와 군사적 도발행위 뿐만 아니라 우리 안의 반평화세력이라는 것이 확인되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분단 상황을 그대로 인정하거나 현상을 유지하면서 달성되는 평화는 이와 같이 구조적이고 문화적인 폭력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따라서 통상적으로 통일이라 불리고 있는 분단 문제의 해결과 민주, 평화의 과업은 여전히 상호 연결돼 있다. 곧 한반도에서 분단 문제의 해결은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와 한반도 평화에 큰 기여를 하는 것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시민의 힘이다. 지난 3일 계엄의 밤, 약 4000명의 시민들이 국회 진입을 시도한 군부대를 막아섰다. 시민들이 군인들의 진입을 막아서지 않았다면 그날 밤의 결과는 달랐을 것이다.

 이제는 시민의 힘으로 민주주의 위기와 전쟁 위기의 악순환을 끊고 민주주의 발전과 평화 정착의 선순환을 만들어내야 할 때이다. 분단이 가져온 우리 사회 일그러진 모습들을 끊임없이 드러내고 치유하는 일에 매진해 나가야 한다. 이를 통해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더욱 튼튼하게 하고, 남북의 화해와 한반도 평화의 길을 열어나가야 한다. 2025년이 그 원년(元年)이 되기를 기원한다.  

 강영식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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