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사다난했던 갑진년이 저물고 있다. 특히 12월은 느닷없는 계엄령으로 시작해 참사로 끝났다. 참으로 잔인한 달이었다. 179명의 고귀한 생명이 한 순간에 희생당하는 어이없는 참사는 광주·전남 지역민들에게 깊은 상처를 남겼다. 동병상련의 애끓는 사연에 할 말을 잃게 한다.

 이번 참사로 광주·전남 157명의 소중한 생명들이 작별 인사도 없이 우리 곁을 떠났다. 부모 형제자매를 속절없이 떠나보낸 유가족들의 슬픔이 하늘을 찌른다. 사연마다 슬픔이 복받쳐 위로의 말이 떠오르지 않는다. 그저 비통할 뿐이다. 모처럼의 가족 여행이 마지막 여행이라니 하늘도 무심하다.

 현재까지 사고 원인은 오리무중이다. ‘조류 충돌’에 무게가 실릴뿐 어디까지나 추정일 뿐이다. 항공사고에서 예단은 금물이다. 전문가들은 조류 충돌에 무게를 실으면서도 베테랑 기장들이 랜딩 기어를 내리지 못할 정도의 급박한 사정에 주목하고 있다. 급박한 내부 사정이 있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을 뿐 이중 삼중의 안전장치가 있다는 랜딩 기어를 내리지 못한 이유에 대해서는 뚜렷한 해석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그러니 지금은 차분히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참사를 기다렸다는 듯 국내 정치에 활용하려는 세력도 나타나기 시작했다. 근거 없는 보도와 마구잡이식 댓글이 넘쳐난다. “고추 말리는 공항”이라는 비아냥에서부터 “활주로 길이가 짧은 것이 원인이다”, “탄핵이 안전에 구멍을 냈다” 식의 뉴스와 댓글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특히 내란 세력들이 참사를 빌미삼아 국민을 이간시키려는 속셈에 대해서는 분노마저 치민다. 사고는 사고고 내란은 내란일 뿐이라는 것을 경고한다.

 이번 참사의 최대 피해지역 광주·전남은 엄청난 심리적 타격을 받고 있다. 지난 8일 태국 정기노선을 띄운 무안공항도 큰 타격이 불가피하다. 인적 물적 피해가 막심하다 못해 감당 못할 지경이다. 그래도 이 잔인한 참사를 함께 이겨 내야 한다. 우리 모두 힘을 합쳐 견디기 힘든 시련의 파고를 함께 넘어야 한다. 어떻게든 삶의 끈만큼은 놓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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