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림이 만난 사람] 친환경자원순환센터 수리수선실장 김영배 씨
“내 물건 고칠땐 성취감, 남의 물건 고칠땐 행복감”
낡고 수명이 다한 물건에 새 생명을 불어넣으며 평생을 살아온 한 사람이 있다.
그의 손길이 닿으면 망가진 물건들은 다시 쓸모를 찾고, 때로는 완전히 새로운 모습으로 재탄생한다.
광주 동구 친환경자원순환센터의 수리수선실장을 맡고 있는 김영배 씨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김 씨는 센터에서 불과 몇 발자국 떨어진 곳에 살고 있는 ‘진짜 이웃’이다.
센터가 생기기 전부터 이미 수리·수선의 삶을 실천해온 그는, 이곳에서 시니어 일자리 사업의 일환으로 수리수선실의 문화 공간 지킴이로 일하고 있다.
3층 수리수선실에서 시민들이 자가 수리·수선할 수 있는 문화를 확산하고자, 이곳에서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그의 손재주는 단순히 물건을 고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자원과 환경을 아끼는 그의 철학이 묻어나는 작업은 하나의 ‘예술’처럼 다가오는 것.
이번에 센터에서 열린 제2회 수리·수선 공모전에 김 씨도 참여하고 싶었지만, 내부자(?)라는 이유로 아쉽게도 공모에 참여할 수는 없었다.
‘이웃주민’서 센터 ‘수리수선실장’으로
하지만 공모전 참여자들의 사연을 소개하는 수리수선 전시회에 그가 숨을 불어넣은 물건들을 전시할 수 있는 ‘특별전’의 기회가 생겼다.
수십 년 전 사용하던 물건들은 이제는 고장나 버려질때도 됐을 터. 그의 손끝에서 새로운 생명을 얻은 물건들은 여전히 제 역할을 완벽히 해내고 있다.
1988년부터 사용한 선풍기는 시간이 지나면서 여기저기가 저절로 망가졌다.
그는 이를 본드를 붙이고 실로 묶여 사용할 수 있게 했다.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시원한 바람은 여전하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1990년쯤 고물장수에게서 구입한 ‘재봉틀’도 그의 손을 거쳐 지금도 여전히 사용 중이다.
버려진 나무로 지지대를 만들고, 자동차 윈도우 브러쉬에 있던 스테인리스 철사를 빼서 실 꾸는 도구를 제작했다.
낡은 물건을 다시 살리는 그의 방식은 단순한 수리를 넘어 ‘창조’에 가까워졌다.
산산조각이 난 헤어드라이기도 다시 조립하고 보완하면서, 이미 오랫동안 사용했음에도 기능과 성능에 이상이 없다는 것이다. “수명의 한계는 모르겠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의 손을 거치면 버려진 자원도 새로운 물건으로 탄생한다.
A4용지 보면대와 자투리 나무, 촛대를 조합해 스마트폰 거치대는 그의 창의력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그는 “이제 눈과 척추가 편해졌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기타 역시 그의 손을 통해 새 생명을 얻었다. 기부받은 고장 난 기타는 다른 기타의 줄감개를 옮겨와 완성했고, 버려진 나무로 만든 거치대가 기타를 완벽히 받쳐줬다.
이렇게 탄생한 기타는 또 한 번의 음악을 품게 됐다.
고장 난 우산도 그를 만나면 버려지지 않는다.
우산의 끝부분은 나무로 다시 재탄생시켰고, 접을 때 멈춤 부위가 망가진 것은 철사로 보정해 다시 쓸 수 있게 만들었다.
오래전 연탄불을 피울 때 쓰던 쓰레받이, 다 망가진 비도 고쳐 사용해 여전히 잘 사용 중이다.
센터의 물건들도 그의 손을 거쳐가지 않은 곳이 없다.
“수리·수선, 나 자신 만족감 가장 커”
깨진 쓰레기통도 덧대어 다시 재사용 하고, 의자를 거치해둔 보관함이 쓰러지지 않도록 나무를 덧대어주는 등 ‘편리함’도 더했다.
김 씨는 물건을 고치며 느끼는 만족감을 “삶의 큰 기쁨”이라고 표현한다.
센터 수리수선실에서 한 시민의 오래된 이불 수선을 돕고 있던 그는 “물건을 다시 고쳐 쓰고 수리 수선을 하는 일은 내 ‘삶’이었다”면서 “자원·환경을 생각하기 이전부터 몸에 밴 습관으로, 물건에 이상이 생긴다면 버린다는 생각을 먼저 하기보다는 빨리 고쳐야겠다는 생각부터 먼저 들었다”고 언급했다.
이어 “내 물건을 고칠 때는 성취감을 느끼지만, 다른 사람의 물건을 고쳐주고 그들이 기뻐하는 모습을 보면 다 큰 행복을 느낀다”면서 “수리수선을 한다는 것은 단순히 물건을 고치는 것이 아닌 환경과 자원을 아끼는 동시에 사람들에게 희망과 기쁨을 주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물건을 사용 중에 고장이 나거나, 새롭게 다른 것으로 바꿔보고 싶은 물건이 있다면 언제든지 수리수선실을 방문해달라”면서 “단, 필수교육 1시간은 꼭 들으셔야 한다!”며 웃었다.
한편 시민 누구나 매주 월·수·금 오후 1시부터 6시 사이 센터를 방문하면, 필수교육 1시간을 이수 후 자유롭게 수리수선실 등 센터의 문화 공간을 이용할 수 있다.
이 시간에 근무하는 김 씨에게 직접 수리수선의 비법도 배울 수 있다.
박현아 기자 haha@gjdrea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