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고비고비 청소년들 나서 전국민 저항운동 도화선

윤석열 대통령 탄핵 집회에 응원봉을 들고 참여한 청소년들 모습.  광주드림 자료사진
윤석열 대통령 탄핵 집회에 응원봉을 들고 참여한 청소년들 모습. 광주드림 자료사진

 ‘10대 청소년은 정치에 무관심하다’고들 말한다. 최근 정말 그럴까 의문이 든다.

 12·3 윤석열 대통령 비상계엄에 대한 10대 청소년들이 탄핵집회 참가 열기가 뜨거워지고 있다. 그들은 응원봉을 든 10대들로서 K-컬쳐(문화)를 넘어 ‘K-민주주의’라는 신조어를 만들고 있다.

 10대들은 대체로 정치에 무관심하게 보여지지만, 대한민국이 민주주의 위기를 겪는 역사적 사건 때마다 언제나 청소년이 있었다.

 1960년 3월 이승만 정부의 부정선거에 항의하며 시작된 대규모 시위에 많은 청소년들이 항거했다. 1980년 군사정권에 의해 발생한 광주민주화운동에도 학생들이 계엄군의 무차별적인 진압 속에서도, 1987년 6월 민주항쟁에서도 청소년들이 거리로 나와 시민들과 함께했다.

 결국, 학생 청소년의 정치 참여는 전국민적 저항운동으로 번지는 중요한 도화선이 되었다.

 광우병·박근혜 탄핵 촛불집회 등 경험 

 이번 윤석열 대통령 비상계엄 선포 사태로 촉발된 대통령 탄핵 촉구 집회는 10대들이 시위 문화를 바꾸고 있다. 과거의 민중가요를 부르면서 비장하고, 결의에 참 엄숙한 시위 분위기와 다른 모습이다.

 10대 청소년들이 자신이 좋아하는 K팝 가수들의 응원봉을 들고나와 집회 현장의 모습을 담은 인증샷을 올리고, 탄핵을 촉구하는 구호를 담은 유쾌한 문구나 그림을 펼쳐 보이며 유튜브나 방송 영상 화면에 비추는데도 과감하다. 스마트폰을 들고 무대에 올라 거침없이 자신의 목소리를 담아 내기도 한다.

 이런 10대들의 유쾌한 반란은 새로운 K-민주주의 시위 문화가 되고 있고, 전세계에 주목을 끌고 있다.

 한국 10대 청소년들의 새로운 시위 문화는 몇 차례의 촛불집회의 경험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촛불 세대의 상징이 되었던 미국산 소고기 수입에 반대하는 2008년으로 거슬러 올라갈 수 있다. 그 당시 유모차 부대가 등장했고, 자신들의 건강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수 많은 학생 청소년들이 거리로 나섰던 경험이 있다. 이 촛불 세대는 공정성과 정의를 위해 비폭력적으로 의견을 표현하고 ‘작은 시민’이 아닌 ‘행동하는 민주시민’으로 행동함으로써 정치적 효능감을 느끼게 되었다.

 또 한 번의 강렬한 사건은 2016년 겨울부터 2017년 초까지 수백 만의 시민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외치며 광장에 모였고, 대한민국의 거리는 촛불로 가득 찼다. 이때 이들 중 적지 않은 수가 10대 청소년이었다.

 이 당시 청소년은 단순히 정권 교체를 경험한 것 뿐만 아니라, 사회 변화의 주체로서 자긍심을 갖게 되었다. 민주주의 본질을 체험하는 생생한 현장에서 평화적 방식의 시위 문화도 몸소 경험했다. 특히, 촛불 세대는 이 경험을 통해 민주주의 역동성과 자신의 정치적 권리, 역할을 체감했다.

 단순한 방관자가 아닌 ‘학생’을 넘어 시민 구성원으로서 강렬한 기억을 남겼고, 그들에게 집단의 힘을 표출하는 자신감을 심어줬던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렇게 촛불집회를 통해 정의와 공정성의 가치를 학습한 세대는 사회적 부조리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향을 띄지만, 학교 교문 앞에서는 멈춰서 있었다.

 청소년 시기 사회·정치·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갖는 특성이 있지만, 정치적 무관심을 보이는 이유는 학교나 가정에서 정치와 거리를 두려는 교육 방식 때문일 것이다.

 교실 밖 민주주의 학습·실천의 장

 물론, 청소년이 정치 집회에 참여하는 것에 대해 항상 우려하는 시선이나 여러 의견이 있다.

 민주시민교육은 민주주의 사회의 일원으로서 민주적 가치, 권리와 의무, 참여 방법 등을 배우고 실천하도록 돕는 교육이고, 교육의 본질은 민주시민을 양성하는 것이다.

 민주적 가치나 권리와 의무를 배울 수 있는 교실 안에서의 교과 중심 교육과는 달리 민주시민교육 참여 방법으로서 이번 12·3 계엄 사태는 10대에게 살아있는 시민교육을 하는 계기로 작동하고 있다.

 촛불세대로 상징되는 10대 청소년이 사회 정의를 위해 구성원으로서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표출하고, 행동하는 과정 속에서 민주주의라는 배움의 가치는 더 크게 느껴질 수 있다.

 전 세계에 사례로 남을만한 응원봉을 든 성숙한 ‘K-민주주의’가 미래에 어떻게 또 발전할지 궁금해진다.

  김성훈 광산구 교육협력관

[드림 콕!]네이버 뉴스스탠드에서 드림투데이(옛 광주드림)를 구독하세요

저작권자 © 드림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