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순의 호남의 명산] 여수 하화도 큰산(114m)
울창한 숲과 깍아지른 해안… 화보 못지않은 절경
하화도(下花島), ‘아랫꽃섬’을 뜻하는 예쁜 이름이다. 섬은 날렵한 하이힐을 닮았다. 해안선 길이가 6.4km, 트레킹코스는 총 5.7km로 사방으로 바다가 보이는 구릉지형이다. 걷는데 3시간 정도면 충분하지만 이 섬에선 시간을 잊어야 한다. 에메랄드빛 바다에 취하다 보면 발걸음이 더뎌지기 때문이다. 그만큼 매력적인 곳이 많다. 소나무와 동백, 후박나무 숲이 울창하고 해안선을 따라서는 기암절벽이 절경을 이루고 있다. 4월 유채꽃이 필 때 가장 아름답지만. 사계절 어느 때나 찾아도 편안한 쉼표 같은 섬이다.
섬 어느 곳이나 한 폭의 풍경화
하화도는 섬 자체가 암팡지다. 북쪽 일부를 제외하고는 온통 해식애에 의한 바위 절벽으로 이루어졌다.
여수시내에서 남서쪽으로 약 22.2㎞, ‘공룡의 섬’으로 알려진 사도와 낭도, 개도를 지나는 길목에 있다. 상화도(上花島)와 나란히 있어 웃꽃섬, 아랫꽃섬으로 불린다. 원래부터 진달래꽃과 동백꽃, 선모초가 많았던 곳에 자연스러움을 유지하며 정원처럼 가꾸어 놓았다.
하화도에 사람이 살기 시작한 것은 임진왜란(1592) 즈음이었다고 한다. 전쟁을 피해 안동장씨 가족이 정착해 살면서 마을이 형성되었다. 일설에는 이순신 장군이 전선을 타고 항해하다가 꽃이 활짝 핀 아름다운 섬이라 하여 ‘화도(꽃섬)’로 명명했다고 한다.
노인이 대부분이었던 이곳에 생기가 돌기 시작한 것은 2008년, 여수시의 대대적인 지원과 주민들의 노력으로 ‘꽃섬길’이 조성되면서부터다. 이때부터 관광객과 백패커들이 즐겨 찾으면서 주말 나들이 명소로 소문나고 신문·방송에도 자주 소개되면서 3~4월에는 하루 1000명이 찾는다. 이제는 연 10만 명이 찾는 여수의 숨은 보석이 되었다.
하화도에는 선착장에서부터 마을회관을 비롯해 집집마다 태극기가 펄럭인다. 마치 완도 소안도가 연상된다. 2024년에는 하화도로 인해 여수 화정면이 전국에서 태극기 달기 운동을 실천하는 고장으로 주목 받기도 했다. 하화도 임채동(66) 이장의 노력이 있었다. 세찬 바닷바람에 찢기기 일쑤인 태극기를 ‘나라 사랑 마음’으로 정성껏 돌본다고 한다.
우리나라 최초 태양광 발전소
걷기 길은 선착장부터 시작된다. ‘하화도’ 표지석에서 오른쪽이든, 왼쪽이든 어느 방향으로 가도 원점 회귀하게 된다. 사람들은 대체로 왼쪽 방향을 많이 택한다. 섬에서 가장 높은 ‘큰산’은 정상 개념이 없는 언덕이다.
정상석 대신에 데크쉼터가 연결돼 있어 빼어난 조망을 자랑한다. 등산로는 선착장에서 3분 정도 콘크리트포장도로를 따라간다. 언덕에 보이는 수많은 집열판은 1988년 우리나라 최초로 설치된 60kW 규모의 태양광발전소다.
등산로 바닥은 박석이 깔려 잘 정비돼 있다. 등산로 주변에는 빨간 피아노를 비롯한 하트, 사진틀 등 사진찍기에 좋은 조형물들이 많다. 숲길을 10분 정도 지나면 시야가 툭 터지면서 바다 풍경이 시작된다. 백야도, 제도리, 개도 외에도 다도해 해상 국립공원답에 속한 크고 작은 섬들이 가까이 보인다. 첫 번째 정자를 지나면 바닷가로 내려가는 ‘시짓골 전망대’다. 이곳에는 해안 절벽지대를 가까이서 감상할 수 있다.
하화마을 갈림길 삼거리는 소의 등처럼 넓은 분지다. 선착장에서 곧바로 올라오는 길과 만난다. 울긋불긋한 하화마을 지붕이 한눈에 보이고 바다 너머 북서쪽으로는 상화도가 선명하게 보인다.
하화도는 관광객으로 먹고사는 섬이지만, 상화도는 바다 양식과 어업 중심의 섬으로 큰 부자가 많다고 한다. 상화도는 하화도와 비슷한 시기에 꽃길과 탐방로가 조성되었지만 아직까지 하화도의 유명세에 밀려 찾는 이는 많지 않다. 하지만 ‘형만 한 아우 없다’는 말처럼 하화도와는 또 다른 매력이 있는 섬이다.
두 번째 정자에서 구절초공원 가는 길은 ‘꽃섬길’이라고 우습게 보면 안 된다. 급경사 오르막 과 내리막길이 반복된다. 나무 벤치가 듬성듬성 놓여있는 ‘순넘밭넘 구절초공원’은 음력 9월9일 경 만개하는 구절초가 장관이란다. 이곳은 예전에는 ‘순너밭넘’ 또는 ‘순녀밭넘’이었다고 불렀다는데, ‘순이란 사람의  밭 너머 있는 골짜기’라는 뜻이라 한다.
키 큰 소나무·후박나무 장관
구절초공원에서 서쪽으로 400m 떨어진 ‘큰산전망대’까지 이르는 길은 키 큰 소나무와 후박나무가 장관이다. 작은 섬에 있는 것이 아니라, 깊은 밀림에 있는 착각을 일으킬 정도다. 아찔한 절벽길 따라 이어지는 목재 데크 끝에 큰산전망대가 있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다도해 조망만큼은 높은 산 부럽지 않다. 날씨가 맑은 날은 청정바다 너머로 고흥 외나로도까지도 보인다.
큰산전망대에서 급경사 내리막 계단을 내려가 3분 정도면 깻넘전망대에 닿는다. ‘깻넘’이란 깨를 심은 밭으로 가기 위해 넘어야 했던 고개에서 유래한 말이다.
막산전망대는 하화도 최고의 전망 포인트다. 막산 전망대 서쪽에 거북이 등처럼 납작하게 보이는 작은 바위섬이 ‘장구섬’이다. 주변에는 여(嶼 물속에 잠긴 바위)가 많아 진풍경이 연출된다. 섬 모양이 민속 악기 장고(杖鼓)를 닮아서 장구섬이라 불렸으며 공식 명칭은 ‘장구도(將求島)’다. 오래전에는 한 가구가 살았다고 하지만 현재는 사람이 살고 있지 않은 무인도다.
막산전망대에서 깻넘전망대까지 100m 길이의 현수교 꽃섬다리는 하화도의 명물이다. 수직낭떠러지에 깊게 패인 큰 굴에서 울리는 파도소리가 오싹함을 느낄 정도다.
2001년 제작된 ‘꽃섬(flower island)’이란 영화가 있다. 주인공 옥남이의 대사 중에 이런 부분이 있다. “남해에 있는 꽃섬에 가요, 거기에 가면 아픔도 슬픔도 다 잊을 수 있대요” 여유와 낭만, 행복… 힐링의 섬 하화도에서 느끼고 즐길 수 있는 단어들이다.
▲산행 길잡이
하화선착장-정자1-시짓골전망대-정자2-순넘밭넘구절초공원-큰산전망대-깻넘전망대-막산전망대-애림린야생화공원-선착장(5.7km 약3시간)
▲숙식(061)
백야리 선착장에 있는 손두부집 (685-1027)도 입소문 자자한 집이다. 며느리가 2대째 물려받아 영업중이다. 두부 대 1만 4000원 소 7000원 (김치와 양파무침이 곁들여 나온다.)
하화도 꽃섬식당(665-1002)은 생선구이로 유명하다. 생선구이 1인 1만 8000원, 백반정식 1만 3000원, 12가지 뷔페식 밑반찬도 별미다.
글·사진= 김희순 山 전문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