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확실성과 변동성에 대비하라
주요지표 모니터링-대응전략 수립해야
한국 시간으로 2025년 1월21일 새벽 2시에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식이 시작됩니다. 트럼프 2기 출범으로 세계 경제는 게임의 규칙에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예를 들면, 자유 무역에서 미국우선주의에 기반한 보호무역으로, 가치기반 동맹관계에서 관세 확대 등 거래기반 협상관계로, 친환경 에너지 정책에서 화석연료 관련 산업의 확대 등으로 인해 수출 위주의 한국 경제에 큰 도전이 될 것입니다.
한편, 한국은행에 따르면, 2025년 한국 경제는 약 1.9% 정도의 성장세를 기록할 전망이며, 2026년에는 그보다 낮은 1.8% 성장에 그칠 것으로 예상하고 있어 ‘저성장’이 고착화되어가는 암울한 한국경제를 예측하고 있습니다. 2025년 경제 상황을 한마디로 정의하면 ‘불확실성과 변동성이 매우 높은 한국 경제’를 맞이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한국 기업들은 2025년 어떤 전략을 준비해서 대응해야 할까요? 경영학에서는 크게 2가지 전략을 제안하고 있습니다.
첫째, 시나리오 플래닝(Chermack, 2011) 전략입니다. 이것은 여러 가능한 미래 상황을 고려하여 불확실성에 대비하는 전략적 도구입니다.
먼저, 2025년에 어떤 불확실성이 존재할지 예상해 봅니다. 예를 들면, 관세 등 무역정책의 변화, 고환율로 인한 에너지 수입가격의 상승 등으로 예측되는 인플레이션 및 이자율 추세, 가처분 소득의 하락으로 수요 감소 등 소비자 행동변화 등입니다. 이후 이러한 요인들을 결합하여 플랜 B, 플랜 C 등 개별 시나리오를 만들어봅니다. 이후 각 시나리오에 대해 기회와 위험 요인을 도출해보고, 각 시나리오에 작동 가능한 전략과 행동계획(action plan)을 수립합니다.
마지막으로, 시나리오에 따른 전략적 행동 이후 실제로 경제 현장에서는 어떤 일들이 전개되고 있는지 주요 지표들(예를 들면, 인플레이션율, 이자율, 관세율, 전쟁 등 지정학적 사건 등등)을 모니터링하고, 실시간 변화에 따라 동적으로 대응 전략을 조정해 나가야 합니다.
둘째, 실물 옵션(Real Option, Black & Scholes, 1973) 이론입니다. 이것은 불확실성 하에서 더 나은 투자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돕는 전략적 경영 개념으로, 금융 옵션 이론에서 파생되었습니다. 옵션이란 지정된 날짜 전에 지정된 가격으로 특정한 자산을 구매해야 할 의무는 없지만, 구매할 수 있는 권리를 주는 것을 말합니다. 즉 옵션 행사가격이 낮을수록 혹은 만료기간이 길수록 옵션가치가 커집니다.
또한 불확실성 정도가 커질수록 옵션가치가 증가합니다. 즉, 계산된 옵션가치보다 적은 금액을 지불하고 옵션을 살 수 있다면 이 옵션은 가치를 지니고 있는 것으로 판단할 수 있습니다. 이 이론은 투자를 불가역적인 약속이 아닌, 상황 변화에 따라 적응할 수 있는 선택권으로 간주합니다. 불확실한 환경에서는 유연성이 필수적이므로 의사결정권자들이 변화에 역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하방위험을 줄이는 동시에 상방 기회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합니다.
즉, 의사결정의 유연성을 확보하여 위험을 완화하고 유리한 조건에서 가치 창출을 극대화하는 동시에 불리한 상황에서는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는 8가지 옵션이 있는데, ①연기의 옵션(더 많은 정보를 확보할 때까지 결정을 미루는 옵션), ②확장의 옵션(초기 결과가 유망할 경우 투자를 확대할 수 있는 옵션), ③포기의 옵션(프로젝트가 실현 가능하지않을 경우 중단하거나 철수할 수 있는 옵션), ④전환의 옵션(상황 변화에 따라 자원을 대체용도로 전환할 수 있는 옵션) ⑤단계적 투자옵션(주변 환경을 고려하여 프로젝트를 단계적으로 진행하는 옵션), ⑥헤징 옵션(리스크를 헤징할 수 있는 대안 마련을 하여 환경 변동으로 인한 위험을 감소시키는 옵션), ⑦협력 및 파트너십 옵션(단독으로 진출하지 않고, 경쟁우위가 보완관계인 기업과 협력 및 파트너십을 체결하는 옵션), ⓼혁신 옵션(기술 혁신을 통해 잠재적인 성장기회를 확보하려는 옵션)입니다. 예를 들어 설명해보겠습니다.
첫째, 연기 옵션 경우, 부동산 개발회사가 빠르게 성장 중인 도시에 쇼핑몰을 건설하려고 계획하고 있는데 미래 수요가 불확실한 경우, 개발회사는 즉시 건설을 시작하는 대신 비교적 저렴하게 초기 투자로 토지를 구매한 후 인구 증가 및 구매 수요 추이를 관찰해봅니다. 이후 수요가 증가하면 건설을 진행하고, 그렇지 않으면 땅을 자산으로 보유하여 추이를 지켜볼 수 있습니다. 또한, 석유 및 가스 탐사 회사의 경우 탐사권을 일단 구매후 유가가 상승할 때까지 시추를 연기하는 것도 이에 해당합니다.
둘째, 확장 옵션 경우, IT 기업이 새로운 앱을 개발하여 출시하려고 할 경우입니다. 초기 시장에서 사용자 반응과 피드백을 관찰한 후 앱이 성공적이라면 국제적으로 확장하기 위한 투자를 진행할 수 있습니다. 이는 시장 검증을 마치지 않은 상태로 글로벌 론칭을 진행하는 위험을 피할 수 있습니다. 또한, 중소기업의 경우 기술개발 후 시제품을 생산하여 시장에 테스트 후 시장 피드백을 보아가면서 본격적인 생산을 결정하는 것도 이에 해당되는 사례입니다.
셋째, 포기 옵션 경우, 제약회사가 신약개발을 할 경우 초기 단계인 1단계 임상시험을 진행하여 약물의 가능성을 테스트해보고, 그렇지 않으면 포기하여 성공 가능성이 낮은 제품에 자원을 낭비하는 일을 줄일 수 있습니다.
넷째, 전환 옵션 경우, 제조업체가 전기차 배터리와 태양광 패널을 모두 생산할 수 있는 공장을 디자인합니다. 전기차 배터리에 대한 수요가 태양광 패널 수요보다 더 높아지면 생산을 전환하여 시장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습니다. 이는 생산전환 능력을 통해 시장 수요변동으로 인한 위험을 감소시킬 수 있습니다.
다섯째, 단계적 투자 옵션 경우, 건설업체가 주거, 소매, 사무 공간을 포함한 복합 개발 프로젝트를 계획 중인 경우, 먼저 주거 단위를 건설하고 판매 실적을 평가한 뒤 소매 및 사무공간 건설 비용을 마련하는 단계적 진행을 통해 초기 자금 투입을 줄이고, 단계별 계획 이행 결과에 따라 계획을 조정해 나갈 수 있는 사업유연성 확보가 가능합니다.
여섯째, 헤징옵션 경우, 건설회사가 전통적인 건축 방법으로 인해 비용 상승과 공사 지연 문제를 고민하는 경우, 모듈식 건축 기술을 도입하여 건설 부품을 사전에 제작하여 현장에서 조립하는 방식을 채택하는 것입니다. 이는 모듈식 건축이라는 헤징을 통해 건설 시간을 단축할 수 있고, 수요변동에 대한 위험을 줄일 수 있습니다.
일곱째, 협력 및 파트너십 옵션 경우, 건설회사가 자원과 지역 경험이 부족해 새로운 시장 진입에 불확실성을 느끼고 있는 경우, 단독 투자 대신 해당 지역에서 경험이 풍부한 건설회사와 파트너십을 체결하여 사업을 진행하는 것입니다. 파트너십이 성공하면 시장 내 입지를 확장하고, 그렇지않으면 최소한의 손실로 철수할 수 있습니다. 이는 파트너의 강점을 활용하여 모르는 혹은 투자규모가 큰 시장에 대한 사업비용을 줄일 수 있습니다. 또한, 반도체 회사의 경우 첨단 칩 개발 시 잠재적 고객회사인 AI 회사나 자동차 제조사 등과 협력하여 연구개발 비용을 분담하고 해당 칩에 대한 수요를 확보할 경우 성공하면 이익을 공유하고, 실패하면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혁신의 옵션입니다. 건설회사가 연구개발 혁신을 통해 요즈음 각광받고 있는 스마트 홈 기술을 개발하여 고객의 관심을 테스트해 보는 것입니다. 이를 통해 기업의 성장 기회를 확보할 수 있습니다. 또한, IT 회사가 미래 먹거리인 양자 컴퓨팅 분야에 연구개발 혁신을 통해 참여하는 것도 혁신의 옵션에 해당됩니다.
2025년 대내외 불확실성이 고조되고 있는 경제 상황 하에서, 한국 기업들이 예상 시나리오에 따른 전략적 계획을 8가지 옵션을 선택적으로 고려하여 수립함으로써 이를 슬기롭게 헤쳐 나가길 소망합니다.
박현재 <전남대학교 경영연구소장 & 디지털미래융합서비스 협동과정 교수, 지속가능 디자이너 (Sustainability Design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