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특수가 사라진 시장에 가라앉은 시국과 겹쳐 좀처럼 설 분위기가 살아나지 않고 있다. 사상 최장의 설 연휴를 앞두고 시장 분위기가 예전 같지 않다는 게 상인들 반응이다. 더욱이 광주 최대 전통 시장인 양동시장에서 화재 소동까지 벌어져 상인들이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는 안타까운 소식이다.
올해 설은 길게는 9일간의 최장 연휴가 기다리고 있다. 예전 같으면 설 대목으로 한창 붐벼야할 시기다. 하지만 고공 물가 행진에다 불안한 시국, 예기치 않은 항공 참사까지 겹치면서 좀처럼 분위기가 달아오르지 않고 있다는 우울한 소식이다. 비상 계엄과 참사 후유증을 애먼 서민층이 받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까움을 더한다.
설 대목에 광주 최대 시장 양동시장에서는 채소상이 화재로 점포를 태웠다고 하니 삶의 의욕을 잃지 않을까 걱정이다. 설 대목 분위가 예전 같지 않은데다 화재 피해라니 엎친데 덮친 격이다. 올 설 분위기가 가라앉은 데는 제수 가격이 크게 올라 서민가계를 옥죄고 사회 분위기와 경제 위기가 겹쳐 서민들이 지갑 열기를 주저한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 수치도 다르지 않다. 한국 정보원에 따르면 올해 설 상은 4인 가족 기준 전통 시장은 1년 전보다 6.7%로 오른 30만 2500원, 대형마트는 7.2%로 오른 40만 9510원으로 집게됐다. 예년에 비해 장바구니 물가가 큰 폭으로 오른 것이다. 고물가에 취업난, 계엄 시국 등으로 거의 모든 경제 주체가 활기를 잃은 모습이다. 무엇하나 대목장에 우호적이지 않다.
때맞춰 광주시를 비롯한 지자체마다 서민 지원 대책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요란한 대책보다는 서민가계에 직접적인 혜택이 돌아가도록 해야 한다. 설 대목이 사라진 것은 소비 심리가 위축됐다는 얘기다. 지역 화폐를 풀어서라도 건전한 소비심리부터 되살리길 바란다. 특히 하루아침에 삶의 터전을 잃어버린 양동 화재 피해 상인들에게도 도움의 손길이 미쳤으면 한다. 지금은 IMF 보다 어렵다는 경제 한파를 넘고 있다. 서로에게 손을 내미는 함께 사는 미덕이 절실한 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