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림이 만난 사람] ‘교복 장터’ 운영 김옥자 북구 새마을부녀회장
“1년 1000여 벌 팔아…필요로 하는 사람 있음에 보람”
“자식 둘을 학교에 보내야 했던 엄마로서 당시 부담이 참 컸었는데, 같은 이유로 교복을 못 사는 아이들이 많다는 걸 알게 됐어요. 형편이 어려운 가정에서도 쉽게 교복을 구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게 됐습니다.”
새로 사귈 친구들과 새로 배울 것들로 설레는 새학기지만 수십만 원에 달하는 새 교복을 구입해야 하는 학부모들의 부담도 적지 않다. 광주 북구에서 지난 2015년부터 10여 년간 ‘교복나눔장터’를 운영하고 있는 김옥자 북구 새마을부녀회장은 이같은 고민 속에 지금의 교복나눔장터가 시작됐다고 말했다.
지난 11일 북구 중문로 59에 위치한 교복나눔장터가 운영을 개시했다. 이곳은 1년 내내 열리는 상설교복나눔장터지만 새학기를 맞아 1년에 한 번은 개장식을 하고 있다. 새마을부녀회는 이곳의 운영과 관리를 도맡고 있다. 김 회장을 비롯한 회원들이 돌아가며 나눔장터에 상주한다.
김 회장은 “두암3동 동회장을 막 올라왔을 때였다. 요즘은 다 1인 세대로 바뀌면서 애를 많이 안 키우지만 당시에는 학생들이 좀 있던 시절이었다. 아이 둘을 2년 차이로 학교에 보내려니 한꺼번에 교복을 구입했어야 했는데 부담이 좀 컸다”며 “그런데 주변에 교복을 못 산 아이들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됐고 수급가정이나 교복을 구매하기 어려운 가정에서 저렴하게 교복을 구할 수 있는 곳이 있으면 좋겠다 싶어 구청에 건의를 하게 됐다”고 밝혔다.
처음 오픈때 회원들 발로 뛰어 교복 구비
교복나눔장터를 열기 위해 처음 해야했던 건 교복을 구하는 일이었다. 새마을부녀회 회원들은 각각 지인과 건너 건너 아는 사람들에게 연락을 돌리고 발로 뛰며 장터에 낼 교복들을 모았다.
김 회장은 “처음 시작할 땐 각 동에서 활동하는 회장들과 회원들이 많은 고생을 했다. 그때는 교복을 많이 입었기 때문에 버리는 교복도 많았다. 저 같은 경우엔 그래서 아파트 엘리베이터 앞에 ‘교복 수거함’ 박스를 만들어 전화번호를 써놓고 주민들의 안 입는 교복을 수거했다”며 “또 의류수거함 같은 곳에 교복이 들어오면 경비 아저씨들이 전화를 주셨고 가까운 지인들을 통해서도 교복을 모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북구청과 동부교육지원청과 연계가 돼 있어서 동부교육지원청이 학교로 공문을 보내준다. 공문이 나가고나면 각 동의 부녀회장들과 동장님들이 같이 학교를 찾아가서 사업 설명을 하고 졸업생들이 안 입는 교복을 기증해줄 것을 요청드린다”며 “기증받은 옷들은 동부교육지원청에서 세탁비를 지원받아 드라이를 거쳐 나눔장터에 온다. 또 폐업하는 교복매장에서 새 옷을 기부해주시기도 해서 옷들은 다 깨끗한 상태다”고 말했다.
현재 교복나눔장터에서는 30여 개 북구 지역 교복을 판매하고 있다. 자켓 5000원, 바지·셔츠·조끼 3000원, 넥타이 1000원 등 한 벌을 맞추는데 수십만 원이 드는 교복에 비해 10분의 1도 안 드는 가격이다.
교복나눔장터는 새학기 시즌 신입생들도 많이 찾지만 평상시 재학생들에게도 인기가 많다. 4월 이후에는 교복 매장들이 대부분 문을 안 열기 때문에 학기 중에 몸이 자라면서 옷이 작아지거나 헤졌을 때 교복을 살 곳이 없어 장터를 이용하게 된다는 것.
김 회장은 “1년에 300~400만 원의 장학금을 꾸준히 내고 있다. 옷 하나 당 3000원 자켓만 5000원 정도니 1년에 1000벌 이상은 팔리고 있다는 것”이라며 “수익금은 장학회에 기부되고 조금은 매장을 운영하는데 필요한 집기같은 것들을 사기 위해 운영비로 쓰인다”고 말했다.
매장 곳곳은 회원들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다. 교복 하나하나에 달린 가격표부터 한 눈에 보기 쉬운 사이즈별, 학교별 정리까지 이곳 교복나눔장터를 잘 꾸려나가고 싶은 회원들의 봉사를 통해 유지하고 있는 것들이다.
경제적 부담 완화에 공유 문화 확산 역할도
김 회장은 “몇 년 전에 손자 교복을 사줄 형편이 못 됐던 할머니께서 손자를 데리고 오셔서 한 벌을 다 맞춰가셨었는데 그때 엄청 좋아하셨다”며 “그럴 때 느낀 뿌듯함이 정말 큰 것 같다. 이렇게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거에 모두가 약간의 자부심을 느낀다”고 전했다.
교복나눔장터는 학부모들의 교복 구입비 부담을 줄여주는 것과 함께 자원 공유 문화를 확산시키는 역할도 하고 있다. 가게 한 켠에 마련된 자원순환가게에서는 장난감, 아이 옷, 생필품 등 회원들이 하나 둘 모아온 안 쓰는 물건들도 저렴하게 되팔고 있다.
김 회장은 지난 10여 년간 나눔장터를 운영하면서 각 학교의 협조와 학생들의 동참이 중요하다는 것을 느꼈다고 했다.
그는 “나눔장터에 더 여러 곳의 학교 교복이 들어오면 좋을텐데 하다보니 학교들의 협조도 중요하고 학생들의 동참도 중요하다는 것을 알았다. 교복은 사이즈별로 필요한데 어차피 버릴 거라면 기부를 하고 가면 좋을텐데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희는 북구에서만 활동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다른 구 학교 교복들까지 어떻게 할 순 없는 일이지만 타 자치구에서 하겠다고 하면 언제든 환영이다”고 전했다.
그는 끝으로 “교복을 안 입는 학교들이 많이 늘어나고 있어서 판매되는 교복도 많이 줄었다. 앞으로 어떻게 될진 모르겠지만 교복을 입는 학교가 있으면 계속 운영하고 싶다”며 “아무래도 봉사자들이 운영하는 거다 보니 매장 운영에 미흡한 부분도 많이 있다. 그런 것들을 점차 개선해서 교복 수선같은 것들도 하고 전문적으로 운영해나가고 싶다”고 밝혔다.
한편 북구 교복나눔장터는 북구청과 동부교육지원청, 북구새마을부녀회의 협력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평일 오후 2시~5시에 운영된다. 새학기 준비를 해야하는 2월 한 달 동안은 오전 10시부터 키오스크를 통해 무인 운영되며, 교복판매 수익금은 북구장학회로 기부될 예정이다.
유시연 기자 youni@gjdrea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