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공항 전경. 
광주공항 전경. 

21일 광주시 관계자에게 전화를 해보려다 오지랖 넓다고 할까 봐 그만뒀다.

“전남도가 광주공항 국제선 재취항을 오케이했는데,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는가. 고마운 마음이라면 그것을 전남도에 전달했는가”를 물어보려고 했던 것이다.

김영록 전남지사는 지난 19일 광주공항 관련 의외의 메시지를 지역사회에 던졌다.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로 지역 관광업계의 어려움이 크다고 한다. 광주공항의 국제선 재취항이 가능하다면 반대하지 않겠다”고 했다.

광주시는 김 지사의 메시지가 나오기 직전 “국토부에 광주공항 국제선 재취항을 요청하겠다”고 했고, 이에 앞서 “국제선 재취항을 검토 중”이라며 분위기를 띄웠다.

이에 대해 전남도 관계 당국은 부정적 입장을 드러냈으나 김 지사가 이날 흔쾌히 동의한다고 화답한 것이다.

광주시 입장에선 즉각 고마움을 표시할만할 텐데 왠지 침묵이다. 공식적으로, 언론을 통해서도 그런 인사는 없다. 김 지사의 오케이로 국제선 취항 준비에 여념이 없는 것은 알겠지만 말이다.

마침 20일 기자는 김 지사를 마주하고 질문할 기회가 있었다. 도청 출입기자 간담회 자리에서였다.

“광주공항 국제선 취항 수용을 밝힌 직후 광주시로부터 고맙다는 인사를 받았는지”를 물었고, 김 지사는 이에 즉답하지 않은 채 “상생 차원에서 국제선 취항을 수용했다”고만 말했다.

광주시가 고맙다는 짧은 한마디라도, 요즘 자주 등장하는 ‘입장문’ 형태라도 내거나 언론에 전달했더라면 아름다웠을 텐데 아쉬움이 남는다.

이를테면 이런 것이다. “국제선 취항에 대해 전남도의 흔쾌한 동의를 고맙게 여긴다. 지역 관광업계의 어려움을 극복하는데 최선을 다하겠다. 또 장기적으로는 무안공항 활성화를 위해 광주시 입장에서 더욱 노력하겠다”는 등의 내용이다.

이번 전남도의 통 큰 양보로 관광업계의 어려움이 상당히 해소되는 것은 물론, 무안공항의 안전시설 강화, 장기적으로 통합공항(광주 군·민간공항) 이전 문제에 상생할 수 있는 호기를 맞았다. 이 같은 상생 모멘텀을 계속 이어갔으면 하는 개인적 바람과 충정이 크다.

지자체의 침묵을 말한다면 무안군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기자는 12·29일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가 발생하고, 이후 사고 수습과 추모식, 49재 등이 이어지면서 무안군이 어떤 공식 입장이라도 한 번쯤 내놓을 것으로 기대했다.

무안공항이 무안 땅에 있고, 무안군 직할이므로 공식적으로 대지역민, 나아가 대국민 메시지를 발표할 것으로 봤던 것이다.

아쉽게도 여태 그런 메시지는 듣지 못했다. 여객기 사고로 너무나 무겁고 엄중한 분위기였다는 것을 모르는 바 아니지만, 장례 절차가 지나는 즈음에라도 무언가 언급이 나왔어야 했다.

광역지자체이며 행정 상위기관인 전남도가 있고, 김 지사가 전면에 나서 여객기 사고 수습 일련의 과정을 주도적으로 했지만 말이다.

최근 무안군 내부 관계자들이 모여 앞으로 무안공항 활성화에 대해 논의했으며, 여러 사항을 우려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 이 같은 우려 입장이라도 밝히고 공유했더라면 좋았을 텐데, 밖으로 차단하기 바쁜 모양새다.

전남도 관계자는 이와 관련 “무안군이 이런 회의를 했으면 자발적으로 군 차원에서 입장을 표출하는 것이 필요하지 않나 하는데 그런 모습은 안 보인다”고 지적했다.

무안군은 기초지자체지만 무안공항 활성화 장본인이고, 활성화 혜택 대상이다. 뒤로 물러나 있는 듯한 모습은 아름답지 못하다.

과거 광주 군공항 이전 문제에 대해 일절 입장을 밝히지 않는다는 고집은 알고 있기에 그렇다 치지만, 이번 여객기 사고 경우는 다르지 않은가.

지금도 늦지 않았다. 무안군은 “이런 비극적 일이 다시는 이 땅에 발생하지 않도록 공항 안전에 최선을 다하겠다. 또 전남도와 함께 진상 규명과 피해 보상 등에 적극 나서겠다”는 말을 해주길 바란다.

지자체의 침묵이 금이냐 아니냐는 하등의 논쟁 대상이 아니다. 고마움이 느껴지면 기꺼이 고마워하고, 슬픔이 있으면 슬픔을 공유해야지 지역민 공감을 얻고 지역발전 모멘텀을 이어갈 게 아닌가.

무뚝뚝함이 전라도의 특징이고 미덕일 때는 지났다. 행정기관이 ‘퍼블릭 릴레이션’(public relations·대외공보 및 협력)에 약하면 될 일인가? 공적 기능과 역할을 충실히 해야 한다. 올해에는 광주와 전남 행정기관도 한층 업그레이드 됐으면 한다.

정진탄 전남본부장 겸 선임기자.
정진탄 전남본부장 겸 선임기자.

정진탄 전남본부장 겸 선임기자 chchtan@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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