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선 박사의 남도 풀꽃나무] (68) 봄날에 햇빛찬란, 얼레지
꽃에 얼룩무늬 있어 붙여진 이름

얼레지.
얼레지.

 백무동 계곡을 지나 세석평전으로 오른다. 이곳은 해발 1000m에 자리한 지리산국립공원의 핵심보호구역이자 남도의 자연생태계를 대표하는 곳이다. 이곳에서 매년 5월, 찬란하게 피는 얼레지를 만나면 반갑고도 신이 나서 콧노래가 절로 난다. 높은 지대의 비옥한 땅에서 무리 지어 피는 얼레지꽃은 6월 안에 꽃과 잎이 모두 지거나 사라지기 때문에 그 계절에 보지 않으면 쉽게 볼 수 없다. 그래서 가던 길도 멈추고 얼레지와 눈을 맞추며 자연과의 교감을 나누기도 한다.

 얼레지는 꽃에 얼룩무늬가 있어서 붙여진 이름이다. 완전히 피면 꽃잎은 뒤로 말리다시피 젖혀지는데 이 모양이 개의 이빨처럼 닮았다고 하여 영어로는 ‘도그튜스 바이올렛’이라고 한다. 백합과에 속하며, 식물 구계학적 특정식물 Ⅰ등급으로 3개의 아구에 걸쳐 분포하는 식물이다. 이 식물은 해외로 잎 한 장 반출 못하는 국외반출 승인대상이다.

얼레지.
얼레지.

 생태학적 특징은 햇빛이 드는 곳에 자라는 여러해살이풀이다. 뿌리줄기는 20cm쯤으로 길며, 그 밑에 비늘줄기가 달린다. 잎은 꽃줄기 밑에 보통 2개가 달리며, 가장자리가 매끄럽다. 잎 앞면은 자주색 반점이 보통 있지만 없는 경우도 있다. 잎자루가 길다. 꽃은 3~5월에 높이 15cm쯤 되는 꽃줄기 끝에 1개씩 피며, 밑을 향하고, 붉은 보라색이다. 꽃잎은 6장이며, 끝이 뒤로 말리고, 안쪽 밑부분에 자주색 무늬가 W자 모양으로 있다. 열매는 6~7월에 익는데 3개의 능선이 있다. 제주도를 제외한 우리나라 전역에 서식하고 중국 동북 지방, 일본 등에 분포한다.

 높은 지대의 비옥한 땅에서 자라는 얼레지를 만난다는 것은 행운이다. 이 식물은 뿌리 하나에서 단 한송이의 꽃이 피우고, 열매를 맺은 후 떨어진 씨앗이 최소 4년 이상의 시간이 지나야 꽃을 피운다. 한편, 소철나무는 종자가 2000년이 지나도 최적의 조건을 만나면 발아하여 꽃을 피울 수 있다. 이처럼 식물들은 오랜 세월에 걸쳐 자신만의 방식으로 종자와 꽃을 진화시키며 생존해왔다.

얼레지.
얼레지.

 얼레지는 특히 아고산지대에서 서식하는데, 이 지역은 경관이 아름다울 뿐만 아니라 희귀성과 생태적 가치가 크다. 그러나 기후변화와 인위적인 간섭으로 인해 얼레지의 서식지가 점점 훼손되고 있어 이를 보호하기 위한 지속 가능한 보전방안 마련이 절실하다.

 이를 위해 먼저, 얼레지가 자생하는 아고산지대를 국립공원내 특별보호구역으로 지정하여 무분별한 개발을 제한하고 방문객의 출입을 조절할 필요가 있다. 또한 정기적인 생태 조사와 모니터링을 통해 환경변화를 점검하고 적절한 보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얼레지.
얼레지.

 더불어, 얼레지는 관상용으로 가치가 높아 무분별한 채취의 대상이 될 가능성이 크므로 이를 방지하기 위해 불법 채취 단속을 강화하고, 지역주민과 탐방객을 대상으로 환경 보호 캠페인과 교육을 확대하여 얼레지의 생태적 가치와 보존 필요성을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 기후 변화나 서식지 파괴로 인해 얼레지 개체 수가 줄어들 경우 이를 복원하기 위한 연구도 필요하다. 생태학자와 시민환경단체가 협력하여 씨앗의 발아 조건과 생육환경을 연구하고, 인공 증식을 통해 개체 수 회복을 시도하는 한편, 훼손된 지역에 얼레지를 다시 심어 자생력을 높이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나아가 얼레지가 서식하는 지역을 생태교육장으로 조성하여 보호와 활용을 동시에 추진하는 방법도 효과적이다. 방문객이 자연을 체험하면서 환경 보호의 중요성을 깨달을 수 있도록 탐방로를 정비하고 환경친화적인 생태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되, 탐방객 증가로 인해 서식지가 훼손되지 않도록 철저한 관리가 병행되어야 한다.

얼레지.
얼레지.

 얼레지는 오랜 시간에 걸쳐 발아하고 성장하는 식물로, 생태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서식지 보전과 체계적인 관리가 필수적이며, 불법채취를 방지하고 생태적 가치를 알리는 교육과 인식 개선이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또한, 기후변화와 서식지 훼손으로 인한 개체 수 감소를 막기 위해 과학적인 연구를 기반으로 한 생태복원과 인공 증식 기술 개발이 필요하다. 나아가 생태교육 프로그램을 활성화하여 얼레지의 보호 필요성을 널리 알리고, 자연과의 지속 가능한 공존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이러한 노력이 이루어질 때, 얼레지를 비롯한 다양한 생명체가 건강하게 자랄 수 있으며, 이는 우리에게 더욱 풍요롭고 조화로운 자연 생태계를 선사할 것이다.

 △참고 문헌

 https://species.nibr.go.kr/index.do /국립생물자원관 한반도의 생물다양성

 http://www.nature.go.kr/kpni/index.do/ 국가표준식물목록

 글·사진= 김영선

 환경생태학 박사

 광주전남녹색연합 상임대표

 한국환경생태학회 부회장

 부산대학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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