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 감소 예상하고 입장료 인상?
“4인 가족 유니폼 맞춰 입고 축구장 가면 80만 원”
온 가족이 유니폼을 맞춰 입고 한 손엔 치킨을, 한 손엔 맥주를 들고 경기장에서 목청껏 응원하는 상상. 팬이라면 한 번쯤 꿈꿨을 풍경이다. 딱히 특별하지 않을 아주 보통의 하루 같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4인 가족 기준, 최소 70~80만 원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입장료부터 살펴보자, 현장 발매 기준, 본부석 성인 1인당 요금이 2만 3000원이다. 유니폼 한 벌은 선수 등번호와 패치를 포함해서 약 15만 원 안팎이다. 치킨과 음료 가격은 별도로 하고서도, 소요 비용이 70만 원이다. 사전에 광주FC 체크카드를 발급받지 않는 한, 마땅한 연계 할인 혜택도 없다. 이는 기아 타이거즈 최고급 K9석 주말 입장료 2만 원과 비교해서도 1인당 3000 원 더 비싸다.
홈 2경기를 치른 광주FC 홈페이지에는 입장료 인상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작년 대비 5000원 이상 인상한 것이 적절치 않다는 주장이다. 반면, 김천 상무와 안양을 제외한 K리그1 평균 입장료와 엇비슷하고, 광주FC 체크카드와 문화누리 카드 등을 활용하면 최대 40%까지 저렴하게 관람할 수 있다는 반론도 있다. 하지만, 각종 편의 시설을 갖춘 타 구장과의 차이가 크다는 점에서 직접 비교가 불가하다는 게 팬들의 입장이다.
작년 대비 급감한 관중 수, 그 원인은?
개막전 이후 평균 관중이 작년 동기 대비 급감한 원인을 입장료 인상에서 찾기도 한다. 이는 연간 시즌권 판매 당시인 2월 초순부터 제기됐다. 광주축구전용구장을 이용했던 지난 시즌까지는 선수들을 가까이서 볼 수 있는 W석 우선 예매 혜택이 부여된 시즌권 수요가 상당했다. 그러나 월드컵경기장으로 이전하면서 관람 거리가 멀어지고 좌석에 여유가 생겨 우선 예매의 가치가 감소했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구단은 프리미엄 시즌권 60만 원, 일반 시즌권 36만 원이라는 고가 정책을 고수했다. 게다가, 시즌권 구매자에 대한 처우도 실망스러웠다. 티켓과 카드를 과도하게 큰 택배 상자에 담아 배송함으로써 구단의 무신경함을 드러냈고, 이에 대한 사과문에조차 오타가 있어 구단의 기본적인 업무 처리 능력마저 의심케 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 시즌 대비 현수막 홍보 등이 크게 줄고, 심지어 유스퀘어 광고 게시물에는 타 구단으로 이적한 선수가 그대로 노출되고 있다. 게다가, 지역 단체나 기관과의 연계 사업도 빈약하고 지역 사회 공헌 활동도 부족해 지역민들의 유인 동기도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2월 말, 전주로 원정 응원 간 광주 팬이 954명, 1주일 후 안양과의 홈 경기에서 안양 서포터스를 제외한 홈 관중이 2700여 명인 것만 보아도, 팬들의 관심에 비해 구단의 홈 경기 홍보 마케팅이 한참 부족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런 논란에 대한 구단의 해명도 아쉽다. 지난 2월 간담회 당시, “우리 구단의 객단가가 울산보다 높다, 자부심을 가져도 된다”는 구단 직원의 발언을 들은 서포터스 관계자는 팬들에게 과도한 부담을 부과해 수익을 창출하는 방식이 과연 공공성을 지닌 시민구단의 마케팅으로 적절한 것인지 의문이라며, 올해 창단한 K리그2 화성FC의 홈 경기 관중 수(3731명)보다 적은 상황에서 객단가만 높은 게 무슨 의미냐고 되묻는다.
입장료 대폭 올리고도 매출 목표는 작년 동일?
백번 양보해, 입장료 인상을 통해서 재정 건전성을 크게 개선한다면 그나마 이해할 수 있겠다. 하지만 놀랍게도, 입장권 매출 목표는 지난 시즌과 동일하다. 그러니까 관객이 감소할 걸 예상하고, 쉽게 달성할 수 있는 현실적 목표를 세운 셈이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이 매출 목표가 구단의 재정 건전화 정책 기준이 된다는 점이다. 매출 목표가 낮을수록 선수단 관리 비용이 줄어든다는 의미이니, 결국 사무국의 업무 편의를 위해 구단의 핵심 자산인 선수단의 질을 희생한 꼴이다.
관객 급감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급기야 이정효 감독과 홍보대사 노라조 조빈 씨가 사비로 경차 캐스퍼 경품을 내거는 등 개인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구단이 할 일을 대신하는 모습이 안쓰럽기까지 하다.
반면, 구단 차원의 마땅한 개선책은 찾기 힘들다. 이정효 감독이 구단 사무국의 분발을 촉구하는 것도 이런 연유에서다. 최근엔, 단장 역할을 해 오던 본부장이 퇴임하면서 공석이 됐다. 실무 공백을 메꾸기도 빠듯해, 발 빠른 대처를 기대하기는 더더욱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프로축구단 경영 전문성 강화할 쇄신 필요
광주FC의 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역대 구단주의 무관심 속에 켜켜이 쌓인 구조적 모순이 지금에 와서 하나둘 드러나고 있다. 이정효 감독 부임 이후 부쩍 관심이 늘면서 문제점들이 더더욱 도드라지게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그동안 많은 개선이 이뤄지고 있는 것도 인정한다. 하지만 여기서 만족해선 안 된다. 아직 시민들의 눈높이에 맞추려면 멀었다. 문제 해결을 위해선 전문성을 갖춘 유능한 책임자를 임명하고, 신상필벌로 조직 기강을 바로 세워야 한다. 로컬 콘텐츠 플랫폼으로서 그 외연을 확장해 시민들에게 한 걸음 더 다가서려는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다. 구단 행정에 정치적 고려가 개입될 여지가 있어선 안 된다. 무엇보다, 광주FC는 단순한 프로축구단이 아닌, 광주 시민의 자부심과 행복을 위해 존재해야 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김태관 P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