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청일의 독서일기] (51) 빵과 장미, 캐서린 패터슨

필자는 그동안 책을 읽고 조금씩 메모해 온 내용들을 독자들과 '공유하고 토론'하고자 글을 쓰게 되었다. 내용은 책 소개와 정리, 간단한 소감, 또는 깊이 있는 분석과 평가 등 책에 따라 달라진다. 읽기 편한 대화체 형식으로 서술하고 1차 목표는 100권이다. 100권을 쓸 수 있게 만드는 힘은 독자들과의 건강한 토론이라 믿고 있다. <편집자주>

빵과 장미(캐서린 패터슨, 문학동네)
빵과 장미(캐서린 패터슨, 문학동네)

 2025년 ‘세계 여성의 날(IWD)’ 주제는 ‘더 빠르게 행동하라(Accelerate Action)’입니다. IWD 조직위원회는 “세계경제포럼 자료에 따르면 현재의 속도로는 134년이 지난 2158년에 성평등을 완전히 달성하는 것이 가능할 것으로 예측”되기에 “성평등을 위해 신속하고 단호한 행동이 필요”하다고 하였습니다(여성신문, 2025. 1.23).

 134년? 도무지 가늠이 되지 않는 숫자이자, 기간입니다. 그 시간 동안 성평등하지 않은 사회라는 의미이기도 하니. 지역과 나라마다 그 차이는 또 커질 건데, 우리 세대뿐 아니라 우리의 후손들을 생각하면 다소 암울하기도 합니다.

 우리 사회 풍경은 어떨까요. 2019년 4월 11일 헌법재판소가 임신중절을 한 여성과 이를 도운 의사를 처벌해 온 낙태죄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습니다. 하지만 유산유도제 도입이나 법 개정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습니다.

 ‘2024 분노의 게이지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181명의 여성이 남편이나 애인 등 친밀한 관계의 남성에게 살해당한 것으로 조사되었습니다.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5일 발표한 ‘유리천장 지수(The glass-ceiling index)’에서 한국은 29개국 중 28위를 기록했는데, 특히 한국 여성들이 심각한 소득 불평등을 겪고 있다고 합니다. 성별 임금격차는 29.3%로 가장 컸습니다(여성신문, 2025. 3. 7).

 ‘세계 여성의 날’은 ‘빵과 장미’라는 비유로 이해되기도 합니다. 1912년 미국 매사추세츠 로렌스 파업을 상징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수많은 사회 프로그램이 이 이름으로 진행되고 있기도 합니다. 하지만 여기에는 약간의 ‘불편한 진실’이 있습니다. ‘빵과 장미’의 기원은 로렌스 파업이 아니라는. 그리고 로렌스 파업이 ‘빵과 장미’라는 다소 낭만적인 구호나 ‘신화’로 기억될 수 없다는. 무엇보다 처절하고 처참했던 역사적인 로렌스 파업 투쟁의 삶을 담지 못하고 있다는(로렌스 파업 과정에 대해서 브루스 왓슨이 쓴 ‘빵과 장미’를 참조할 수 있음).

 그럼에도 필자는, 다소 ‘불편한 진실’을 이해하고 ‘거품’을 걷어 내게 되면, 투쟁을 통해 이루어 낼 것은, 결국 ‘빵과 장미’라는, ‘생존과 인간다운 삶’의 의미가 아닐지 생각하게 됩니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은 로렌스 파업의 현장을 로사와 제이크, 두 명의 남녀 청소년 주인공을 등장시켜 재미있으면서도, 감동적이고, 무엇보다 당대의 역사적 사실뿐 아니라 ‘빵과 장미’의 의미를 충실하게 복원해 낸, 캐서린 패터슨의 ‘빵과 장미’를 살펴볼까 합니다.

 먼저, 세계 여성의 날과 관련된 몇 가지 사실들을 다루고, 이후 ‘빵과 장미’의 작품 배경과 인물 소개, 중요한 사건들을 살펴보겠습니다.

 3·8 세계 여성의 날

 세계 여성의 날은 언제 지정되었을까요? 그 기원은 어떻게 될까요? 이날을 상징하는 ‘빵과 장미’라는 구호는 언제 만들어졌고,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먼저, 세계 여성의 날 지정. 유엔은 1975년을 ‘세계 여성의 해’로 지정하였고, 1977년 매년 3월 8일을 특정해 세계 여성의 날로 공식화하였습니다(네이버 지식백과).

 그런데 ‘세계 여성의 날’ 기원이나 역사, 빵과 장미에 대한 유래는 관련 자료마다 조금씩 다릅니다. 위키백과와 나무위키, 그 외 다른 여러 자료를 검토해보면 그 윤곽이 조금은 드러납니다. 이를 토대로 간략하게 정리해 보겠습니다.

 세계 여성의 날 기원. 1908년 뉴욕의 여성노동자들이 정당한 임금과 참정권을 요구하며 파업을 벌였습니다. 당시 미국의 여성노동자들은 하루 12~14시간 먼지 가득한 최악의 작업장에서 일하면서도 노동조합 결성권이나 선거권 등 기본권을 부여받지 못했습니다. 이듬해인 1909년 미국사회당은 이를 기념하여 ‘국가 여성의 날’을 발표하고, 2월 28일 뉴욕시 행진을 기획하였습니다.

 1910년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린 제2차 세계 사회주의 여성회의에서 독일 여성운동가인 클라라 체트킨과 러시아의 알렉산드라 콜론타이는 모든 나라에서 동시에 여성의 권리 신장을 주장하는 ‘여성의 날’ 행사를 제안하였고, 17개국에서 온 100명의 여성이 만장일치로 찬성하였습니다. 이듬해인 1911년 3월 19일 세계 여러 나라에서 첫 번째로 ‘세계 여성의 날’ 기념행사가 진행되었습니다. 1913년부터 3월 8일로 변경된 이후 현재까지 이어져 오고 있습니다.

 1911년 세계 여성의 날이 처음 진행된 해를 기점으로 하면 올해가 114년이 되는데, 1908년을 기점으로 하면 2025년은 117주년이 됩니다.

 “빵과 장미”라는 표현은 언제 사용되었을까요?

 미국에서 29세의 젊은 시인 제임스 오펜하임이 1911년 12월 <아메리칸 매거진>에 ‘빵과 장미(Bread and Roses)’라는 시를 발표했습니다. 이전에도 ‘빵과 장미’라는 구호가 사용되었는데, 1916년 업튼 싱클레어가 <<정의를 위한 절규: 사회저항문학 선집>>에서 이 구호가 1912년 로렌스 파업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쓴 바람에 양자의 관계가 사람들에게 잘못 굳어지게 되었다고 합니다.

 작가인 캐서린 패터슨은 ‘후기’에서 ‘빵과 장미’를 쓴 제임스 오펜하임이 자신이 파업에서 영감을 얻어 쓴 게 아니라고 밝혔음에도, 얼마 있지 않아 시는 음악으로 만들어졌고, 그 노래는 통상 로렌스 파업과 관련있다고 여겨져왔음을 밝히고 있습니다. 파업 때 시위 행렬 사진이 존재하고, 그 사진 안에 ‘빵과 장미’ 구호가 있다고 하지만, 아직까지 발견된 바 없다고 합니다. 결국, ‘빵과 장미’의 기원에 대해서는 여러 설이 있지만, 여전히 확실한 게 없다는 거지요.

 ‘빵과 장미’의 의미. 많은 자료가 ‘빵’은 ‘생존권’을, ‘장미’는 ‘선거권’을 의미한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비유라고 해도 ‘장미’에서 ‘선거권’, ‘참정권’을 이끌어내거나, 연결시키기가 어렵습니다. ‘빵’의 의미는 ‘생존’ 또는 ‘생존권’이 맞지만, ‘장미’의 의미는 ‘선거’에 국한되지 않을 거 같거든요.

 그래서 ‘장미’를 ‘인간다운 삶’,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누릴 권리’를 의미하는 걸로 이해하면, ‘빵과 장미’가 상징하는 건 ‘노동자의 생존과 인간다운 삶’을 뜻하게 됩니다. 노동운동은 궁극적으로, ‘빵과 장미’, ‘노동자의 생존과 인간다운 삶을 위한 노동자운동’이니까요.

작품의 배경인 매사추세츠 주와 버몬트 주(나무위키).
작품의 배경인 매사추세츠 주와 버몬트 주(나무위키).

 작품의 배경과 인물 소개

 작가 캐서린 패터슨은 수많은 청소년소설을 집필하였으며, 뉴베리 상을 2번이나 수상하기도 하였습니다. 미국 청소년문학의 대표 작가로 꼽히고 있습니다.

 ‘빵과 장미’는 작가가 자신이 살고 있는 버몬트 주 배러의 사회주의자 노동회관에서 본 한 장의 사진에서 영감을 얻어 쓴 작품이라고 합니다. 회관 앞에서 서른 다섯 명의 아이들을 찍은 사진 밑에 “‘빵과 장미 파업’ 동안 배러에 머문 메사추세츠 주 로렌스의 어린이들”이라는 글귀가 쓰여 있답니다.

 파업 기간 동안 로렌스의 아이들이 머나먼 배러에서 지내게 된 사연이 궁금해진 작가는 이후 자료조사에만 3년을 매달렸다고 합니다. 그리고 가난한 이탈리아계 이민 노동자 가정의 소녀인 모범생 ‘로사’와 알콜중독이자 폭력적인 아버지와 함께 살고 있는 부랑자 소년 ‘제이크’를 통해 로렌스 파업을 충실하게 재현해낸 ‘빵과 장미’를 발표하였습니다.

 작품에는 많은 국가의 이민자들이 등장하고, 다양한 언어로 대화를 하는데, 서로 이해하지 못하는 상황이 나오면, 공용어인 영어를 사용하게 됩니다. 그러나 영어에 서툰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각 국가와 민족을 대표하는 대표자들이 통역을 하는데, 여주인공 로사도 엄마와 아줌마들 앞에 불려나갑니다.

 작품을 읽을 때는 바로 읽어도 술술 읽히지만, 당시 로렌스 도시에 대한 이해가 있으면 좀더 깊은 이해를 할 수도 있습니다. 브루스 왓슨이 쓴 ‘빵과 장미’에서 묘사한 로렌스는 이렇습니다.

 ‘로렌스 도시’는 애번 로렌스라는 인물이 유토피아를 꿈꾸며 설계한 도시라고 합니다. 로렌스는 메리맥 강 폭포 사용권을 기반으로 댐 건설을 하여 엄청난 규모의 그레이트 스톤 댐을 만들었고, 이를 바탕으로 1848년 로렌스 시가 공식적으로 출범하게 됩니다. 메리맥 강의 강물을 동력으로 이용한 섬유 공장 도시, 로렌스 시.

 이후 유럽의 경제위기로 유럽 이민자들이 대거 몰려들게 되었습니다. 1840년대 말 아일랜드 감자 대기근으로 100만 명 이상의 아일랜드인이 미국으로 이주했고, 이어 영국인, 프랑스계 캐나다인들, 독일인, 이탈리아인, 리투아니아인 등 51개국에서 온 이민노동자들이 뒤를 이었습니다.

 패션산업의 발전으로 공장들은 더 많은 의류를 생산해내게 되고, 로렌스 시는 이민노동자들의 ‘용광로’ 도시가 됩니다. 거기에 파업이 일어나면 언제든 대체 인력을 투입할 수 있는 ‘유연한 노동시장’과 생산 할당량에 맞춰 모든 노동자의 실적이 서로 연계되도록 치밀하게 설계된 ‘우드가 만든 노동시스템’까지 갖추게 되지요(오마이뉴스, 2024.11.11.).

 작가는 로사에게 하는 엄마의 말을 빌어, 우드를 신랄하게 비판하기도 합니다. 노동자 출신 사장인 빌리 우드가 얼마나 노동자들을 염려하는지 핀치 선생님이 말했다고, 파업은 나쁜 거라고 말하는 로사에게 그나마 현실을 좀 이해할 수 있도록.

 “로사! 이 아파트를 봐! 그가 우리에게 이 집을 줬고, 우린 집세만 조금 내면 여기 살 수 있지. 어찌나 마음씨를 곱게 쓰시는지, 일 좀 했다고 나한테 일주일에 6달러 25센트씩이나 주시고 집세로 도로 6달러를 걷어간단다. 아, 그래, 나를 퍽이나 생각해주지. 집이 여섯 채 있고, 자동차가 하도 많아서 몇 대인지 셀 수도 없는 바로 그 사람 말이야. 오, 그렇다마다, 그는 자기 공장 사람들을 몹시 아낀단다.”

 가난한 이민자들이 빌라에 세들어 살고 있음에도 그들은 또 그들보다 더 가난한 이민자 가족들에게 빵값 정도만 받고 함께 지내고 있습니다. 이탈리아에서 이민 온 로사네 가족은 엄마와 큰딸 애나, 로사 그리고 아기인 동생 리치, 넷입니다. 아빠는 공장 화재 사건으로 돌아가셨는데, 이후 공부에 관심이 없던 애나는 일을 한다며 공장에 나가고 있습니다. 중산층 백인의 아름다운 꿈을 키우고 있는 로사는 그런 언니를 설득해 학교를 다니게 하려고 노력하고, 핀치 선생님의 말씀대로 “무식한 이민자들”이 아닌, 모범생이 되려고 합니다.

 그런데 로사의 엄마는 자신들이 살기에도 비좁은 공간에 리투아니아 이민 가족인 야루실리스네를 받아들여서 함께 살고 있습니다. 야루실리스 부인은 남편이 도망갔고, 할머니와 어린 조나스와 캐스투티스와 함께 살고 있습니다. 그러니 로사네 집에서는 8명이 살고 있는 거죠.

 추위를 피하기 위해 쓰레기더미 속에서 잠을 자는 거리의 소년 제이크는 “짐승 같은 아버지”의 폭력에 시달리다 가끔 돈을 벌게 되면 집에 들어갑니다. 돈을 주면 그때는 아버지에게 맞지 않으니. 그래서 아주 가끔은, “죽어버리면 날 때리지도 못할 거고, 술 마시려고 내가 번 돈을 몽땅 훔쳐 가지도 못할 거고, 그리고 돈을 더 벌어오지 않는다고 또 때리지도 못할 거”라면서 아버지가 죽기를 바라지만, 곧바로 그건 천벌 받을 일이라고 생각하곤 합니다.

 로사와 제이크는 파업이 벌어지고 있는 도시의 어느 쓰레기더미에서 우연히 만납니다. 신발을 잃어버렸다고 하면, 엄마가 새 신발을 사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로 신발을 쓰레기더미에 숨겨두었던 로사. 하지만 어리석은 짓임을 알고 다시 신발을 찾으려 쓰레기장을 찾은 로사는, 추위를 피해 오늘 밤을 쓰레기더미에서 보내려 한 제이크를 만나게 되지요.

 역사적 사실을 펼쳐보이면서도 가공의 인물인 로사와 제이크가 우연하게 만나, 서로의 삶에 끼어들게 되고, 결국 로렌스에서 배러까지 동행하게 되는 이야기를 읽다 보면, 흥미진진한 재미와 함께 이후의 이야기가 기대되고, 실제로 이런 일이 일어났을 법한 착각에 빠지기도 합니다.

브루스 왓슨의 ‘빵과 장미’
브루스 왓슨의 ‘빵과 장미’

 ‘빵과 장미’, 탄생의 순간!

 파업을 하는 사람을 “폭도”라고 생각한 로사는 엄마와 애나 언니를 말립니다. “우린 뭘 먹지? 집세는 어떻게 내고?” 하는 걱정을 하면서. 노동자들은 왜 파업을 하는 걸까요? 작가는 이해가 필요한 배경설명을 굳이 하지 않습니다. 대신, 등장인물들이 나누는 대화 속에 사건들이 자연스레 드러나게 합니다. 파업을 하는 이유도 그렇습니다.

 “로사, 알겠니? 저들은 주급에서 두 시간만큼 임금을 깎겠다는 거야. 그건 우리에게서 빵 다섯 덩어리가 사라진다는 소리야. 일을 해도 내 자식들이 배를 곯고, 파업을 해도 내 자식들이 배를 곯지. 내가 뭘 하든, 우리는 굶주리는 거야. 일하고 굶주리느니 싸우고 굶는 게 낫지 않겠니, 응?”

 로사네 아침 식사는 빵 한 덩이입니다. 빵 한 덩이를 여덟 조각으로 자르고 당밀을 발라 먹으면 그게 집에서 함께 사는 8명의 한 끼 식사입니다. 그러니 빵 다섯 덩어리는 다섯 끼에 해당되고, 이것은 이틀이나 삼일치 식량이 됩니다. 25센트를 가지고 8명이 일주일을 버티는데, 여기에 임금을 더 깎게 되면, 살 수가 없는 거지요.

 청소년 도서치고는 다소 호흡이 긴 장편에 해당되지만, 읽는 재미와 감동이 있습니다. 필자가 생각할 때, 결정적인 두 장면이 있는데, 아래에서는 두 장면을 소개해 보겠습니다. 먼저, 역사적인 ‘빵과 장미’ 구호가 만들어지는 과정이 실감나게 묘사된 장면입니다.

 “좋아, 자, 보다시피 딱 한 장씩만 준 거니까 피켓도 딱 하나씩인 거야. 그러니까 정말, 정말 좋은 문구여야 해. 시위 행렬 가운데 최고의 피켓으로, 응?” ….

 “자, 여러분, 우리 피켓에 뭐라고 쓸까요?” ….

 “‘우리는 빵을 원한다’라고 쓰는 거예요. 가장 중요한 거잖아요. ….” ….

 “내 생각엔, 우리가 원하는 건 … 단지 우리의 배를 채워줄 빵만은 아닌 것 같아요. 우리에게는 빵만이 아니라 그 이상의 것이 필요하죠. 우리는 우리의 가슴과 영혼을 위한 양식도 원해요. 우리가 원하는 건 … 그걸 뭐라고 해야 하나, 우리가 원하는 건, 그 뭐냐, 푸치니의 음악 같은 거예요. 우리에게는 아름다운 것들도 어느 정도 필요해요. 우리의 사랑스러운 아이들을 위해서 말이죠.” ….

 “우리는 장미도 원해요 ….”

 …. 이제 모든 여자들이, 마리노 부인까지도 두 눈에 경외심 비슷한 감정을 담고서 엄마를 바라보고 있었다.

 물론, 이 장면은 작가 캐서린이 ‘가공해서 만든 이야기’입니다. 실제로 로렌스 파업 이전에도 ‘빵과 장미’라는 구호가 쓰였다고 하지요. 그럼에도 우리는 이 장면을 읽을 때, 마치 역사적 사실에서 오는 듯한 진한 감동을 느끼게 됩니다. 그에 앞선, 어느 시대였다고 해도 파업의 현장에 있던 노동자들이 나누던 이야기는 아마, 이렇게 흐르지 않았을까요.

 로렌스의 아이들을 환영하는 배러 주민들

 파업이 장기화될수록 배고픔과 아픔도 지속됩니다. 파업위원회에서는 전국적인 지지와 연대를 위한 모금운동뿐 아니라 아이들을 돌보아 줄 것을 호소하는 캠페인을 전개합니다. “승리할 때까지”, “먹을 것과 석탄과 새 신발을 살 돈이 생길 때까지”, “너무 춥게 지내는 아이들을 위해”, 돌보아 줄 것을 말이지요. 로사와 함께 35명의 아이들이 버몬트 배러로, 150명의 아이들은 뉴욕으로 보내집니다. 로사의 오빠라 속인 제이크도 로사와 함께 배러행 기차에 몸을 싣게 되는데, 도착했을 때 배러 주민들이 보여주는 환영 인사가 참으로 감동적입니다.

 빅 빌과 아름다운 컬리 플린 부인을 환영했던 인파만큼은 아니었지만 온 마을 사람들이 나와 있는 것 같았다. 시위 행렬처럼 피켓도 보였지만, 그것을 높이 들고 흔드는 사람들의 따뜻한 옷차림에 미소를 머금고 있었고, 대다수가 선명한 빨간색 리본을 보란 듯이 달고 있었다. 물론 제이크는 피켓들을 읽을 수 없었다. / …. /

 …. “전부 ‘환영합니다’나 ‘로렌스의 아이들을 환영합니다’라고 적혀 있어. 영어로 쓴 것들이랑 똑같아.”

 마지막으로, 제임스 오펜하임이 쓴 ‘빵과 장미’ 전문을 함께 읽어 보면 좋겠습니다. 자본주의적 착취 노동과 성적 불평등과 성 착취가 끝나지 않는 이상, 계속해서 울려 퍼질 구호이니까요. 무엇보다 육체노동과 정신노동뿐 아니라 인간과 생명과 자연과 이 세계를 좀더 건강하고 평화롭고 아름답게 만들기 위한 ‘빵과 장미’에 대한 권리야말로 인간의 가장 기본적이면서 ‘보편적인 권리’이니까요.

 

 빵과 장미(Bread and Roses)

 

 우리가 환한 아름다운 대낮에 행진, 행진을 하자,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컴컴한 부엌과 잿빛 공장 다락이

 갑작스런 태양이 드러낸 광채를 받았네.

 사람들이 우리가 노래하는 “빵과 장미를, 빵과 장미를”을 들었기 때문에.

 

 우리들이 행진하고 또 행진할 땐 남자를 위해서도 싸우네,

 왜냐하면 남자는 여성의 자식이고, 우린 그들을 다시 돌보네.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우린 착취당하지 말아야만 하는데,

 마음과 몸이 모두 굶주리네: 빵을 달라, 장미를 달라.

 

 우리가 행진하고 행진할 때 수많은 여성이 죽어갔네,

 그 옛날 빵을 달라던 여성들의 노래로 울부짖으며,

 고된 노동을 하는 여성의 영혼은 예술과 사랑과 아름다움을 잘 알지 못하지만,

 그래, 우리가 싸우는 것은 빵을 위한 것 - 또 장미를 위해 싸우기도 하지.

 

 우리들이 행진을 계속하기에 위대한 날들이 온다네--

 여성이 떨쳐 일어서면 인류가 떨쳐 일어서는 것--

 한 사람의 안락을 위해 열 사람이 혹사당하는 고된 노동과 게으름이 더 이상 없네.

 그러나 삶의 영광을 함께 나누네: 빵과 장미를 빵과 장미를 함께 나누네(인권운동사랑방, 2007).

 

 백청일(논술학원장)

 

 ■ 참고문헌

 빵과 장미, 캐서린 패터슨, 문학동네, 2010.

 국제 여성의 날, 나무위키.

 국제 여성의 날, 위키백과.

 로렌스 섬유 파업, 위키백과.

 세계 여성의 날, 네이버 지식백과.

 신화 속에 가려진 로렌스 시의 진실 <빵과 장미>, 오마이뉴스 2024.11.11.

 “빵과 장미”, 제임스 오펜하임: 이랜드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들에게 바치는 시, 인권운동사랑방, 인권문헌읽기 63호, 2007.

 2025년 세계여성의 날 주제는 ‘더 빠르게 행동하라’ #AccelerateAction, 여성신문 2025. 1.23.

 2025년에도 ‘여성의 날’이 필요한 이유, 여성신문 2025. 3.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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