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 광역 3단체장. 왼쪽부터 강기정 광주시장과 김영록 전남지사, 김관영 전북지사.
호남 광역 3단체장. 왼쪽부터 강기정 광주시장, 김영록 전남지사, 김관영 전북지사.

‘민주화의 역습’이다. 구국의 결단을 해온 호남이 낙후의 골짜기에서 헤매는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민주투사인 가장은 집안일을 소홀히 할 수밖에 없다지만, 계속 그러면 가세가 기운다. 목표를 어느 정도 달성했다 싶으면 가정을 돌보고, 그간 못한 일을 벌충해 몇 배로 파이를 키울 줄 알아야 한다.

그런데 그 시간이 늦어지고, 관성에 젖어 의지가 빈약해져 버리면 미래가 암울하다.

호남이 그와 비슷한 모양새가 아닌가 한다. 나랏일을 누구보다 열심히 했으나 지역일을 병행하지 못했고, 그렇다고 그사이 누가 후원해주는 것도 아닌 게 말이다.

이런 ‘민주화의 역습’을 뒤늦게라도 자각했음인지 신호탄이 쏘아 올려진다. 호남인 스스로 떨쳐 일어서보자는 목소리다. 지역 내부 발전에 눈을 돌려 에너지를 모으고, 뭔가 크게 도모해보자는 움직임이다.

23일 나주 종합스포츠파크 다목적체육관에서 출범하는 ‘대혁신 호남포럼’이 역사적 주인공인데, 행사가 주목할만하다.

광주, 전남, 전북 광역단체장이 모여 호남 미래를 논하고, 중량감 있는 정계·학계 출신이 포진해 호남 혁신플랫폼을 구성한다고 한다.

특히 호남권 경제동맹과 전주 2036하계올림픽 유치를 포럼의 최우선 과제로 삼아 호남파워를 키우겠다는 의지다.

이를 위해 △호남 전체의 성장·발전을 위한 대규모 프로젝트 발굴·추진 △갈등 현안 조정·중재 △중앙정부와 정치권에 호남 목소리 전달 역할 등을 한다는 거다.

“호남은 지금까지 국가 위기에서 언제나 중심을 잡아 왔고 국민과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항상 앞장서 희생해왔지만, 지금의 호남은 초라하기 짝이 없을 정도로 목소리가 작아졌습니다.”

포럼 공동대표를 맡는 송하철 목포대 총장의 말이다. 그는 “지방소멸 위기 속에 호남을 사랑하는 모든 분의 힘을 모아 상생과 화합의 정신으로 호남 미래를 새롭게 개척하자는 게 포럼의 창립 취지”라고 설명한다.

그러면서 뭉클한 멘트도 덧붙인다. “호남 통합의 움직임은 1000만 호남 향우들에게 커다란 울림이 돼 호남의 새로운 웅비와 국가사회 발전에 기여하게 될 것입니다.”

기자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호발국발’(호남발전이 곧 국가발전)을 외친다. 조선시대 ‘약무호남 시무국가’, 당대에는 ‘약무호발 시무국발’을 촉구한다. 호남발전이 없으면 진정 국가발전도 없다는 뜻으로, 이를 간단히 줄여 ‘호발국발’이라고 칭한다.

나랏일을 내 일처럼 여기는 호남 ‘의’ 정신, 그러다 보니 구국의 결단, 유독 강한 중앙집권적 성향, 선거에서 전략적 투표 행위를 반복해왔지만, 그에 상응하는 수혜는 전라도 말로 ‘택도 없다’는 게 기자 생각이다.

최근 광주지역 언론에서 잇따라 지적하는 것처럼 호남 KTX 운행횟수는 부산, 울산의 그것에 비해 턱없이 부족해 호남인은 최소 2주 전부터 티켓 예약전쟁을 치른다. 이 무슨 해괴한 일인가.

변변한 국제공항 하나 키우지 못해 내부적 갈등을 겪고, 국립의대 하나 없는 전남이 내부 결집으로 세워보려 하니 12·3 비상계엄 날벼락을 맞았다. 이제는 인구·지방소멸로 가는 여정에 있다.

지역균형발전은 호남균형발전, 아니 호남우선발전이어야 한다. 정부 예산을 투하하다시피 해서 이 지역을 살리고 발전시켜야 한다. 그렇게 해도 영남권과 비교 할똥말똥이다.

다시 말하지만, 민주화와 민주당 정부 출범을 위해 영혼까지 끌어다 밀어줬음에도 보상 보따리는 초라하고 지역마저 행정지도에서 사라져갈 판이다. 이게 무슨 나라이고 국정 운영시스템인가.

이런 것을 바로잡지 않고 외면하는 내로라하는 주류 경제·정치학자, 소위 논객이란 분들은 무슨 이론을 설파하고 있는가. 위선이 아닐 수 없다.

호남을 키워야 한다. 그래야 국가가 발전한다. 호남소외는 호남소외로 끝나는 게 아님을 알아야 한다.

지금 TK(대구경북)를 중심으로 하는 탄핵 반대세력이 괴로운 것은 호남을 하대한 게 크다. 호남을 배려했더라면, 막말로 나눠 갖고 함께 배부르도록 했다면, 오늘날 자신들의 우환이 줄었을 것이다.

호남소외가 어디로 가나. 그 한과 응어리는 대한민국 내부, 한반도 주변을 맴돌며 표출될 것이며, 때에 따라선 상대를 저주하는 목소리를 내지 않겠는가 말이다.

말이야 바른 말이지, 이런 호남의 어려움을 이용해 기생하는 삿된 무리나 정치인들도 지역 내부에 있을 것이다. 대의를 위한답시고 소아병적으로 자기 이익을 꾀하는 이들이다. 혁신의 대상이다.

이번 대혁신 호남포럼 출범이 호남대망론을 들고나온 김영록 전남지사의 ‘외곽 때리기’가 아니냐는 지적이 있다.

본질은 김 지사의 대권도전 판을 깔아주는 것이며, 애드벌룬을 띄우는 게 아니냐는 시선이다. 설령 그렇게 보인다 하더라도 이런 포럼은 장려되고 장려되어야 한다. 호남의 미래 발전은 ‘절대선’이어서다.

정진탄 전남본부장 겸 선임기자
정진탄 전남본부장 겸 선임기자

정진탄 전남본부장 겸 선임기자 chchtan@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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