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림이 만난 사람] 정재환 관세사
“미 의존도 낮출 고부가가치 품목 개발해야”
대미 수출 비중이 높은 광주 경제가 생존의 갈림길에 섰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오는 4월 2일부터 자동차산업부터 가전산업, 철강에 이르기까지 전방위적인 관세 부과를 예고하자, 대기업부터 협력사까지 비상경영에 돌입한 것. 고관세 부과가 현실화되고 있지만, 북미에 진출한 기업뿐만 아니라 관세 대응 TF팀을 꾸린 광주시도 불확실한 상황에 마땅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지역의 우려가 팽배한 시점, 광주상공회의소 초청으로 통관 전문가가 지난 20일, 광주를 찾았다. “지역도 무역을 알아야 생존할 수 있다”라고 강조하는 정재환 관세사. 그를 통해 트럼프 관세정책이 기업, 지자체에 미칠 여파와 대응 방안을 들어봤다.
지난 2010년부터 다년간 상공회의소와 수출기업을 대상으로 무역·통관·통상 실무를 교육하는 정 관세사가 바라보는 광주 수출 전망은 ‘비상’이다. 표면적으로만 봐도, 광주는 대미 수출 비중이 30%에 달해, 큰 피해가 우려된다는 것.
특히 자동차 산업의 경우 완성차를 생산하는 대기업보다, 부품을 생산하는 협력사(중소기업)가 더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전망했다.
정 관세사는 “미국이 만약 내달 2일부터 품목별 관세를 부과할 때 파생 상품인 자동차 부품까지 포함하면, 대기업보단 중소기업에 타격이 있다”며 “미국이 수출국(한국)에 부품에 들어가는 철과 알루미늄 등이 얼마나 함유됐는지 입증하라고 요구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이어 “지역 경제를 뒷받침하는 협력사가 무너지면 지역사회가 어떤 영향을 받는지는 군산시의 한국GM 사태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대기업도 녹록지 않다. 미국에 투자해 현지 생산하는 방향을 택할 수 있지만, 높은 인건비에 따른 압박과 더불어 부품을 국내에서 계속 공급받을지 기로에 설 수 있다는 것. 자연스레 부품 생산 기업에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전망이다.
멕시코에 진출한 가전산업도 대비가 필요하다. 그간 멕시코는 미국과의 FTA(USMCA)를 통한 무관세 수출과 저렴한 물류비가 장점이었지만, 상황이 급변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당초 광주공장 냉장고 구형모델 물량을 멕시코법인으로 이전하기로 했다가 보류한 것이 대표적이다.
정 관세사는 가전산업 전망에 대해 “향후 생산시설이 3국으로 이전되거나, 생산품을 미국에서 제3국으로의 수출까지도 염두하고, 기업이 다각적으로 고려할 것”이라며 “이에 해외 시설이 국내로 다시 돌아올 수 있는 ‘리쇼어링 정책’을 정부가 적극 펼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자국우선주의에 대응할 방법은 뭘까. 정 관세사는 ‘해외바이어 초청 수출박람회 유치’ 등 수출망 다변화도 중요하지만, 공급망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FTA 체결국 확대’를 꼽았다.
정 관세사는 “예를 들어, 한국이 오토바이를 많이 쓰는 베트남과 FTA를 맺을 경우 오토바이를 수출할 수 있게 되고, 교역이 많이 없는 나라와도 상호 1%씩만 늘어나도, 줄어든 매출 부분을 상쇄할 수 있다”며 “만약 중국에서 특정 원자재를 수입하다가 미국이 이를 끊어버릴 경우 공급망 리스크가 생기게 되는데, 이를 막기 위해 미국 의존도를 줄이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의존도를 낮추는 건 단시간 내에 이룰 수 없기 때문에 수출기업 대상 물류비 지원 사업과 해외로 지역 기업이 진출하도록 대외무역법에 따른 해외조달사업도 병행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가격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는, ‘고부가 가치 물품 생산을 위한 연구개발비 지원’ 등의 광주시의 수출 지원정책도 강화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마지막으로, 정 관세사는 미 통상 정책의 전망에 대해 “낙관도, 무조건적 비관도 지양해야 한다”고 말한다.
정 관세사는 “당장은 미국이 고관세 정책으로 자국 산업을 보호할 수 있겠지만, 결국 관세 인상분만큼 물가 인상으로 이어질 것이다. 미국 중앙은행(연방준비제도)이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해 금리를 인상하고, 이는 전세계 경제 침체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며 “미 행정부도 현지에서의 투자와 고용 창출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중장기적으로 큰 실익이 없을 것으로 볼 수 있어 한국에 일정 부분 양보의 액션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최문석 기자 mun@gjdrea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