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림이 만난 사람] 레지던시 역대급 지원 정헌기 호랑가시나무창작소 대표
“글로벌 창작 플랫폼으로 성장하고자 노력”
지방도시 민간 레지던시, 국·공립 제쳐 주목

호랑가시나무 창작소. 아트주 제공.
호랑가시나무 창작소. 아트주 제공.

 광주 남구 양림동에 위치한 레지던시 ‘호랑가시나무창작소’가 올해 입주작가 모집에서 국내외 유례없는 지원자 수를 기록하며 이목을 끌고 있다. 민간에서 운영되는 레지던시임에도 불구하고 국·공립 레지던시보다 더 큰 성과를 낸 것. 정헌기 호랑가시나무창작소 대표가 그 비결을 들려줬다.

 2일 본보와 만난 정 대표는 “저희 레지던시가 활발해진건 광주비엔날레의 낙수효과였다고 생각한다”며 “국제적 창작 플랫폼으로서 성장을 지향하고, 예술가들의 도전을 든든히 뒷받침 하고자 했다”고 밝혔다.

 호랑가시나무창작소는 아트주의 대표인 정 대표가 호남신학대학교의 선교사 사택을 임차해 입주 작가들의 창작 공간으로 개소한 것이 시작이었다. 지난 2013년부터 운영을 시작했고 레지던시 공간인 창작소와 함께 복합문화공간인 아트폴리곤과 글라스폴라곤 등을 운영하고 있다.

정헌기 호랑가시나무창작소 대표.
정헌기 호랑가시나무창작소 대표.

 국내 122명, 해외 239명 총 361명 지원 

 호랑가시나무창작소 측은 지난 2월 10일부터 3월 3일까지 약 20일간 입주작가 모집을 진행, 국내 122명, 해외 239명 총 361명이 지원했다고 밝혔다. 올해는 특히 프랑스, 스페인, 이탈리아 등 유럽과 미주 국가를 비롯해 가나, 브라질, 우크라이나 등 52개국의 해외작가들이 참여한 것이 두드러졌다.

 국내에서 국제 공모를 통해 작가 선정을 하는 곳은 국립현대미술관 창동 레지던시와 호랑가시나무창작소가 대표적이다. 올해의 경우 국립현대미술관에 190명의 해외 작가가 지원한 것에 비해 수도권도 아닌 민간 레지던시에 해외작가 239명이 지원한 것은 많은 이들을 놀라게 했다.

 정 대표는 이같은 높은 모집률을 보일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 ‘광주비엔날레’가 주효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2021년 호랑가시나무 아트폴리곤에서 처음 광주비엔날레 전시가 열렸다. 태국의 코라크리트 아루나논드 차이의 영상설치 작품과 함께 5명의 작가의 작품이 전시됐고 그 전시를 보기 위해 4시간을 대기해야할 정도였다”며 “그게 국내외 작가들이나 기획자들 등 미술 관계자들에게 각인이 됐던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이어 “그 이후 광주비엔날레와 꾸준히 연계해 전시를 선보이면서 세계적인 작가들의 전시가 호랑가시나무 아트폴리곤에서 이뤄졌다”며 “특히 작년같은 경우엔 양림동 일대에서 본전시와 각 나라의 파빌리온 여러 곳이 운영됐는데 저희 창작소가 비엔날레 작가들의 파티공간으로 사용되고, 해외 작가와 기획자들이 머물면서 국제적으로 인지도를 쌓아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다른 레지던시의 경우 MOU를 맺은 특정 국가와 교류하거나 국제 공모 자체를 하지 않는 경우도 많아서 이렇게 활발히 국제 교류가 이뤄지는 레지던시를 전국적으로 찾아보기 어렵다”며 “작년에도 올해만큼은 아니지만 지원이 많았는데 다녀간 작가들이 만족하고 다른 작가들에게 홍보도 하고 그러니까 현재는 더 다양한 나라에서 지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호랑가시나무 창작소 레지던시 입주 작가들.  아트주 제공.
호랑가시나무 창작소 레지던시 입주 작가들.  아트주 제공.

 “지원은 하되 간섭하지 않는다” 

 이와 함께 창작소의 고유 철학인 “지원은 하되 간섭하지 않는다”는 이른바 ‘팔길이 원칙’을 고수하며 작가들에게 자율적이고 실험적인 창작 환경을 제공하고 있는 것도 매력적인 요소로 작용했을 것이라 봤다.

 정 대표는 “처음 레지던시를 시작했을 때 잘 모르고 시작했다. 그냥 이런 창작공간을 만들어서 양림동을 활성화시켜야겠다는 목적이 컸는데, 2013년에 처음 작가님이 들어오고 2014년 공식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어떤 철학과 방향을 가져갈지 고민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작가들의 인생에서 레지던시에 있는 건 길어야 7~8개월일텐데 그동안 출근 도장을 찍고, 어떤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강요하고 그렇게 옭아매는게 우리의 욕심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작가의 긴 인생에 있어 이곳에서 영감을 받거나 다양한 경험을 하거나 네트워크를 쌓을 수 있도록 하는 거에 만족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올해 호랑가시나무창작소 입주작가로 선정된 국내작가는 6명, 해외 작가는 13명 총 19명이다. 현재 창작소 공간은 7명을 수용할 수 있는데, 작가들의 수요가 늘어나면서 새롭게 별관도 조성 중이다. 호랑가시나무창작소는 올해 다양한 국가와 장르에서 활동하는 작가들이 모이는 만큼, 이들 간의 교류를 통해 자연스러운 예술적 소통과 창의적 실험이 더욱 활발하게 이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민간단체에서 이렇듯 규모 있는 레지던시를 운영하기는 재정적 어려움이 따른다. 이러한 이유로 국내 주요 레지던시들이 폐관하는 사례도 흔했지만 정 대표는 작가들의 기초 창작 공간의 중요성을 지키며 레지던시 공간을 확장해나가고 있다.

 그는 “작년부터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이하 아르코)가 지원 사업을 다변화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호랑가시나무창작소를 포함한 국내 5곳의 미술관 및 대안공간이 창작주체 지원사업에 선정됐다”며 “수도권 지역을 제외하고 지방에서 선정된 건 저희 뿐이었다. 그만큼 국제 플랫폼으로서 모습이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는 것이라 본다”고 말했다.

호랑가시나무 아트폴리곤.
호랑가시나무 아트폴리곤. 아트주 제공.

 “세계적 명성 비엔날레 적극 지원해야”

 그러면서 “대부분이 1년 단위로 지원사업을 진행하지만 이번 지원사업에 선정되면서 3년간 안정적으로 예산을 보장받을 수 있게 됐다”며 “그동안 지속적으로 문제시됐던 예산 문제를 해소할 수 있었고 이런 기반 속에 국제 공모 홍보와 해외 교류사업을 적극적으로 확장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정 대표는 광주 레지던시 공간이 영향력을 확장해나가기 위해선 광주비엔날레에 대한 지원과, 분배보다 육성에 초점을 맞춘 지원이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그는 “민간이 저희처럼 국제적인 플랫폼으로 기능하기는 어렵다. 그 이유는 공신력 때문”이라며 “광주에는 ‘광주비엔날레’라고 하는 큰 자산이 있다. 세계적으로 광주를 알릴 수 있는 엄청난 홍보 방법인데 광주는 비엔날레에 점점 흙을 덮어 지워버리고 있는 것 같다. 세계적인 명성을 가진 비엔날레를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다른 예술기관들에도 낙수효과가 생긴다”고 말했다.

 또한 “광주같은 경우는 ‘육성’보다 ‘분배’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생각한다. 신규 단체를 많이 뽑으려 하는데 그러다 보면 오래된 단체들은 지원을 받기 어려워 구성원들이 각자 단체를 꾸린다. 그러면 결국 뿌리는 같고 단체 수만 늘어난다”며 “지역을 대표하는 단체들이 성장할 수 있도록 꾸준히 지원하는 방안을 찾아야 하고 정치권에서 더 큰 그림을 그리고 전문단체들을 어떻게 육성할지 계획을 세웠으면 한다”고 전했다.

 유시연 기자 youni@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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