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를 꿈꾼다면 ‘이정효’처럼…

이정효 감독. 출처=배작가의 life is photo.
이정효 감독. 출처=배작가의 life is photo.

 기적과도 같은 ACLE 16강전 고베전 승리의 기쁨과 국가대표팀 경기에 대한 아쉬움이 교차하던 그 즈음이었을까. 이정효 감독을 향한 관심이 부쩍 높아지는 것을 느꼈다. 필자가 운영하는 유튜브 ‘광주축구’ 채널이 순식간에 누적 조회수 1000만 회를 넘기더니, 올린 지 며칠 안 된 오후성 선수와 이정효 감독의 에피소드가 130만 조회수를 기록했고, 그 뒤를 이은 숏폼 영상도 수십만 회를 금세 돌파했다.

 인기의 원인이 무엇일까. 댓글을 쭉 살펴봤더니, 대표팀 홍명보 감독, 정몽규 회장과 비교해 언급한 글이 주를 이룬다. 그들의 불공정하고 무능한 리더십에 실망한 팬들이 이정효 감독에게서 희망을 얻는다는 내용이다.

6R 대전전 출처=광주FC선수단.
6R 대전전 출처=광주FC선수단.

 이정효 신드롬 숨은 코드 ‘성장과 혁신’

 이정효 감독은 국가 대표팀과는 거리가 먼 무명의 선수였다. 은퇴 후에는 오로지 본인의 미친 노력으로 감독 자리에 올라, 열악한 여건 속에서 구단 사상 최고의 성적을 냈다. 철저히 무명인 선수들에게는 성장에 대한 강력한 동기를 부여해 원팀(one team), 위닝(winning) 스피릿으로 결과와 과정 모두를 잡았다.

 유불리를 따지지 않고 연맹, 팀, 심판, 언론 등 성역을 건드는 소신 발언도 그의 주특기다. 지난 4R 포항전에선 상대의 거친 파울에 고꾸라져 조성권 선수가 잠시 의식을 잃자, 경기 내내 우유부단했던 주심을 향해 강한 불만을 토로했다. 날 것의 목소리는 중계 영상을 타고 동시에 생중계됐다. 그런데 이 사건이 화제가 된 다음 경기에서 공교롭게도 이정효 감독은 다이렉트 퇴장 명령을 받았다. 물통을 걷어찼다는 이유에서다. 그런데, 규정상 물통을 걷어차는 행위는 경고에 해당한다. 심판위원회는 수긍할만한 대답을 내놓지 못한 채, “심판의 성향을 미리 파악해 전술을 짜는 것도 능력”이라고 말했다. 팬과 언론은 ‘감독 길들이기’ 아니냐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국회 청원까지 등장하면서 그동안 쌓여 왔던 심판 판정에 대한 불만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정효 감독이 팬들의 응어리진 마음을 대변한 셈이다.

 위에 열거한 이정효 감독의 #혁신 #성장 #공정 #공감의 리더십은 비단 축구뿐만 아니라 정치·경제 등 사회 전반에 적용할 수 있는 덕목이다. 더욱이 수년간 리더십의 부재에 시달려 온 국민들로선 공정한 기준을 세워 거침없이 혁신하고 성과를 내는 이정효에게서 축구 그 이상의 열망을 투영하는 줄도 모르겠다.

이정효 감독3. 출처=배작가의 life is photo.
이정효 감독3. 출처=배작가의 life is photo.

 아시아로 확산될 이정효 신드롬

 오는 24일, 광주는 사우디에서 열리는 ACLE 8강 토너먼트에서 오일 머니에 힘입은 초호화 스타 군단 ‘알 힐랄’과 격돌하게 된다. 만만치 않은 상대지만, 일본 최강팀을 차례로 격파한 광주FC도 호락호락한 팀은 아니다. 만약 4강 이상 진출하게 되면 그 파급 효과는 상상 그 이상이 될 것이다.

 설령 그렇지 않더라도, 불과 3년 전에는 상상하지도 못했던 ACLE 결선 토너먼트에 출전하는 것으로도 이미 기적이다. 그 험난했던 과정을 비교적 가까이에서 지켜본 필자로선 무명 감독의 성공 스토리가 마치 동화 속 이야기처럼 아득하다.

 그의 성공 스토리만큼 믿기지 않은 일들로 어수선했던 3년이었다. 많은 축구 팬들이 이정효 리더십에서, 우리가 꿈꾸는 리더의 모습을 발견하고 잠시나마 위안을 얻으며 마음속 갈증을 달래고 있다. 정치에 축구가 이용당하면 안 되겠지만, 축구에서 정치가 지향해야 할 올바른 길을 찾을 수 있으면 좋겠다. 특히 나라를 바로 세우고자 하는 리더라면 누구나 ‘이정효 신드롬’에 숨은 #공정 #혁신 #성장 #공감이라는 시대정신을 꼼꼼히 살펴서 각 분야에서 저마다의 기적을 일궈내는 ‘이정효’들로 성장했으면 좋겠다.

 김태관 호남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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