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무장론이 부른 ‘민감국가’ 지정…철회 환경 활용해야

조태열 외교부장관이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미국 에너지부 민감국가 지정 관련 긴급 현안보고를 하고 있다.  뉴스1
조태열 외교부장관이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미국 에너지부 민감국가 지정 관련 긴급 현안보고를 하고 있다.  뉴스1

 미국이 한국을 ‘민감 국가(Sensitive Country)’로 공식 지정했다. 이번에 미국 에너지부의 ‘민감국가 및 기타 지정국가 목록’(Sensitive and Other Designated Countries List·SCL)에 지정된 국가는 우리나라를 비롯하여 북한, 중국, 러시아, 이란 등 모두 26개국이다. 미국 에너지부에 따르면 ‘민감 국가’는 국가 안보, 핵 비확산, 테러 지원 등의 정책적 이유로 특별한 고려가 필요한 국가이다. ‘민감 국가’로 지정되면 미국과의 과학·기술 협력을 금지하지는 않지만, 지정된 국가 방문과 협력은 사전에 내부 검토를 거쳐야 한다고 한다. 따라서 미국과의 과학·기술분야의 협력에서 원자력, 양자, AI 등 국가안보 관련 기술의 공유와 함께 인력 교류, 공동 연구, 프로젝트 참여도 제한될 수 있다. 연합뉴스는 “한국이 최근 공들인 과기분야 협력의 중심이 미국이고, 그중에서도 에너지부 산하 국립연구소가 핵심 기관들이었던 만큼 우려가 크다”고 예상했다.

 한국을 ‘민감 국가’로 지정한 미 행정부는 트럼프 정부가 아니라 조 바이든 행정부이다. 바이든 정부가 임기가 끝나기 직전에 굳이 한국을 민감 국가 목록(SCL)에 집어넣은 이유를 미국은 설명하지 않고 있다. 그렇지만 바이든 대통령이 백악관을 떠나기 직전인 작년 12월부터 올 1월 사이의 한국의 정치상황을 보면 그 이유를 추측하는 건 그다지 어렵지 않다. 사전에 미국에 통보하지 않은 채 불법 계엄령을 선포하고 그 이후 국회의 탄핵 심판과 내란 수괴 혐의 수사 과정에서 한국의 헌법과 법률을 대놓고 거부하는 윤석열 대통령의 행태를 보면서 바이든 대통령은 윤석열 대통령을 통제불가의 위험 인물로 인식했을 것이다.

 윤석열·국민의힘 핵무장론 확산해와 

 특히 윤석열 대통령의 자체 핵무장론이 결정적 이유였다는 것이 분명해 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2023년 1월 “대한민국에 무슨 전술핵 배치를 한다든지 우리 자신이 자체 핵을 보유할 수 있다”고 했고 미국을 방문해 “마음먹으면 1년 이내 핵무장을 할 수 있다”고 했다. 또한 윤석열은 2023년 1월 2일 공개된 <조선일보>와 인터뷰에서 “한미가 미국의 핵전력을 ‘공동 기획(Joint Planning)-공동 연습(Joint Exercise)’ 개념으로 운용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해 핵 운용 관련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이 발언 직후 바이든 대통령은 기자들의 ‘지금 한국과 공동 핵 연습을 논의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아니다(No)”라고 말하며 한미 양국이 온도차를 보이기도 했다. 그럼에도 윤 대통령은 그해 1월 11일 열린 외교부·국방부 업무 보고에서 “문제가 심각해져서 대한민국에 전술핵 배치를 한다든지 우리 자신이 자체 핵을 보유할 수도 있다”며 핵무장 가능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이후 미국의 핵우산 공약을 확인한 캠프데이비드 한·미·일 3국 정상회의 이후 윤석열은 핵무장 발언을 삼갔지만, 국민의힘을 중심으로 한국의 핵무장론은 확산해 왔다.

 지난 3월 24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긴급 현안보고에서 민주당 이재정 의원은 “대통령에 의해서 핵무장 발언이 나오기 시작했던 2023년 1월부터 그 문제(민감국가 지정 문제)가 심각하기 시작했다고 추측했는데, 그런 추측을 바탕으로 미 상원의원 통해서 확인한 내용인데 ‘맞다’ 라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또한 이 의원은 “2023년 1월 대한민국 국가 원수인 윤석열 대통령으로부터 나온 발언 이후 (4월에 열린 한미 정상회담의 결과물인) 워싱턴 선언에 뜬금없이 NPT(핵확산금지조약) 체제 하에서의 의무를 다시금 되새김질하는 문구가 나온다”라며 “그게 바로 일종의 ‘경고성’이었다는 학자들의 분석이 다르지 않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라고 전했다. 그는 이어 “2023년 6월부터 핵무장과 관련된 국내 정치인, 여당 정치인의 발언과 동태 등도 목록으로 정리되어 미 정부, 안보실에 보고됐다고 한다”라며 윤석열 대통령을 포함한 한국의 핵무장론이 민감국가로 지정된 주요 이유가 됐다고 설명했다.

 미국이 1980~90년대에 한국을 민감국가로 지정한 배경이 핵무장 관련 사안 때문이었다는 점을 보더라도, 이번 역시 윤 대통령을 비롯한 여권의 핵무장론이 원인이 됐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조국혁신당 김준형 의원은 “1990년대 한국이 민감국가로 지정되었으나, 한·미 과학기술공동위원회를 통해 미국 측에 시정을 요구하고 6개월 만에 해제됐다”며 “당시 정부는 ‘핵 문제’를 원인으로 명확히 규정하고 일관된 대응을 펼쳤다. 그러나 지금처럼 원인조차 파악하지 못하면 해제는 요원하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실수나 단순 한 두 개 사건으로 생긴 문제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며 “단순한 기술 보안사고라고 가볍게 보고 있는 것 아니고 거기에 함의가 있기 때문에 그런 것들을 한미 간 실무협의 거쳐서 해결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 장관은 ‘함의’의 구체적인 의미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않았으나, 핵무장론 때문이라고 밝히지는 않았다. 다만 여당인 국민의힘 주요 인사들이 핵무장론을 이야기하는 것이 이 문제를 해결하는데 도움이 되냐는 질문에 “지금은 확장 억제 강화라는 정부 공식 기본 입장에 따라 대응하는 것이 가장 적절하고 효과적 방법이라 생각한다”고 답해 핵무장론에 선을 긋기도 했다. 조 장관이 핵 문제 때문에 민감국가에 지정됐다고 밝히지는 않았으나, 보안 외에 다른 함의가 있다고 말하면서 핵 문제가 연관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민감국가의 요건과 그간의 역사를 봤을 때 이같은 추론이 현 시점에서는 합리적이기도 하다.

 정치적 이득 위해 대북 적대감 고조 “파면” 

 미국의 새로운 민감 국가 지정목록(SCL)의 발효 시점은 4월 15일이다. 민감국가 지정 목록이 발효되면 한국이 미국과 진행하는 과학기술협력 사업인 의료, 원자력 발전, 인공지능(AI), 바이오테크 등 협력 사업에 제동이 걸리게 되어 한국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은 지대할 것 우려된다. 3월 20일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크리스 라이트 미국 에너지부 장관이 지정국가 목록에서 한국을 제외하는 데 양국이 협력하기로 합의했다고 하지만 언제 미국이 한국을 목록에서 제외할 것인지는 알 수 없다.

 헌법재판소의 윤석렬 대통령 파면으로 민감국가 지정 해제의 긍정적 상황이 조성되었지만 지정 해제에는 미국 정부의 일정한 절차와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발효 시점인 4월 15일 이전에 미국이 한국을 민감 국가에서 철회할 가능성은 그다지 커 보이지 않는다.

 이제부터가 중요하다. 4월 4일 윤석렬 파면과 함께 윤석열 정부의 대북정책도 종말을 맞이했다. ‘담대한 구상’이라는 거창한 슬로건으로 시작했지만, 2024년 ‘8·15 통일독트린’을 통해 ‘자유의 북진’이라는 흡수통일론으로 결국 귀착되었다. 그러는 사이에 남북관계는 완전히 파탄 났다. 이제 우리는 비상계엄으로 초래된 반민주적이고 반평화적인 상황을 되돌려야 한다. 깨어있는 시민들의 염원을 모아 모든 것들의 제자리를 찾아 나가야 한다. 무엇보다 이번 파면을 계기로 자신의 정치적 이득을 위해 남북문제를 이용하고 대북 적대감을 고조시키는 행위에 대한 강력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더불어 남북 적대관계 해소를 위해 한국전쟁 종식과 평화협정 체결에 나서야 한다.

 다시금 한반도 평화의 길을 새로이 열어나가는 새로운 민주정부가 출범하기를 기대하며 오늘 주권자 시민이 이룩한 승리는 우리가 함께 만들어갈 한반도 평화 시대의 문을 여는 소중한 첫걸음이 될 것임을 굳게 믿는다.

강영식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공동대표.
강영식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공동대표.

 강영식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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