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림이 만난 사람]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
우리나라 제도 대통령제·이원집정부제 합친 기형적
최고 감사기구 감사원조차 대통령 직속 “제어 불가”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 최진 제공.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 최진 제공.

 민주공화국인 대한민국은 국가원수인 대통령이 중심이 된 ‘대통령제’를 채택하고 있다. 이른바 삼권 분립(입법·사법·행정) 원리에 따라 국가가 작동하지만, 여전히 국정 스타일이 정권과 대통령 의중에 따라 바뀌거나 때론 독선적인 통치자의 면모가 국정 전반에 드러나기도 한다.

 “비대해진 대통령 권한을 축소해야 한다”는 의제가 정치권 안팎에서 오르내리고 있다. 헌법상의 5년 단임제가 근간인 대통령제의 특징과 한국 사회의 건강한 미래 지향적인 국정을 끌어가기 위한 개혁의 방향을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에게 들어봤다.

 최 원장이 보는 대한민국 대통령제는 기형적이다.

 역사적으로 살펴보면, 이승만 정부 당시 의원 내각제를 도입하려 했지만, 국정 운영 방식이 대통령제로 급선회하면서 대통령제와 이원집정부제의 특징이 함께 섞인 형태로 발전했다는 것이다.

 최 원장은 “대한민국 대통령제는 이원집정부제와 섞이면서 상하원이 있는 입법부와 부통령제가 있는 미국식 국정 방식과 상당히 거리가 있다”며 “순수한 형태의 대통령제와 거리가 멀기 때문에 역사적으로 많은 폐해가 반복돼 왔다. 그러다가 1987년 체제를 거치면서 나름대로 한국식 대통령제가 자리를 잡아온 것”이라고 분석했다.

 ‘인사 전횡’ 막을 ‘미국식 검증 시스템’ 필요 

 최 원장이 보는 대한민국의 대통령제의 가장 폐해는 대통령 한 개인에게 과도하게 쏠린 권력의 집중화다. 이중 국가원수인 대통령이 행사할 수 있는 가장 큰 권한은 임면권으로 대표되는 ‘인사권’이다. 대통령 한 개인이 참모를 비롯해 주변인을 보은인사로 임명하거나 무능력한 사람은 전격 발탁해도 제지할 방법이 없다.

 즉,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역대 진보, 보수 정권 모두 행사해 온 대통령제의 역사”라고 최 원장은 지적한다.

 그는 “대통령이 적재적소 국정 각 분야에 맞는 전문성이 있는 측근을 기용하지 않고, 입맛대로 인사를 기용해도 제동을 걸 수 있는 장치가 전무하다”며 “입법부와 사법부조차 대통령 권한에서만큼은 견제할 기능을 발휘하지 못한다”고 꼬집었다.

 이를테면, 대통령 견제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는 대표적인 정부 기관이 감사원이다.

 감사원은 헌법이 부여한 대로 정부 회계와 직무 감찰을 수행하는 국가 최고 감사기구이지만, 이조차 대통령 직속 기구에 해당한다. 어느 기관보다 대외적인 조직 독립성과 청렴함이 요구되지만, 대통령과 관련된 비위나 직무를 제대로 짚지 못한다는 게 최 원장의 주장이다.

 최 원장은 “최근 야당이 감사원 기능을 국회로 이관해 행정부에 대한 감시 기능을 높이겠다고 당론으로 채택, 주장하는데, 이 또한 명확한 해결책은 아니다”며 “입법부인 국회의 행정부 견제도 당연지사 중요하지만, 오히려 국회 권한이 비대해질 수 있어 전혀 무관한 제3지대에서 운영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 원장은 현 대통령제 하의 인사 전횡을 개선하기 위한 방책으로 ‘미국식 검증 시스템’ 도입을 제시했다.

 FBI 같은 별도 기관이 인사 후보에 오른 공직자를 비공개로 조사한 뒤 검증된 사람을 그때 가서 공개적으로 검증하자는 것.

 그는 “예를 들어, 대통령 민정수석실이 인사를 검증한 뒤 이후 국회 청문회를 통해 검증이 되더라도 ‘사생활 털기’식 비생산적인 검증밖에 안 된다”며 “자격이 미달된 사람을 먼저 탈락시키면, 공개 검증 자리에서는 정책 철학과 정책 능력과 같은 실제 필요한 능력만 검증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역설적으로, 대통령 권한을 축소하려면 대통령의 개혁 의지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청와대에서 관람객들이 역대 대통령들의 초상화를 구경하고있다.  뉴시스
청와대에서 관람객들이 역대 대통령들의 초상화를 구경하고 있다.  뉴시스

 “내각에 인사권 더 부여 총리 권한 강화” 

 최 원장은 “대통령을 보좌하는 수석을 비롯해 참모진이 정말 유능한 인재로 채워지도록 하려면 단순히 제도를 바꾼다고 해결되지 않기 때문에 순전히 대통령의 의지 문제”라며 “대통령 개인 업무 스타일에 따라 참모 스타일도 좌지우지되기 때문에 이를 해결하기가 쉽지 않은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외교 국방은 대통령이 맡는 외치, 국내 상황을 맡는 내치인 ‘책임 총리제’ 도입에 대해서도 시기상조라고 주장한다.

 최 원장은 “오히려 한국 상황에서는 대통령과 총리 권한이 서로 충돌할 가능성이 높다”며 “책임 총리제까지는 아니더라도 내각 인사권을 지금 보다 더 부여하는 방향으로 총리 권한을 강화하는 것도 대통령 권한을 나누는 방법일 것”이라고 제안했다.

 막강 대통령 권한을 나눌 수 있는 현실적인 방법은 없을까.

 최 원장은 “설익은 개헌론보다는 여야가 합의해 새 법률을 제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최 원장은 “대선 주자들이 4년 중임제 등 대통령 권한을 축소하는 안을 제각각 제안하고 있지만, 정파 이익에 따라 공통된 의견을 일치하기가 대단히 어렵다”며 “유력 대권 주자가 자기 권한을 내려놓는 개헌 가능성은 적기 때문에 여야가 어렵지만 다시 한번 머리를 맞대 제도를 보완하거나 바꾸는 방향으로 개선하는 게 더 현실적”이라고 강조했다.

 최 원장은 지역 언론 전남일보 등을 거쳐 김대중 정부 청와대 정책비서실과 국정홍보실 국장, 노무현 정부 대통령직속 정부혁신지방분권위원회 정책홍보실에서 근무하고, 고려대 연구교수와 세한대학교 부총장을 지냈다.

 최문석 기자 mun@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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