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FC, K리그 넘어 아시아로!
오는 25일 밤(한국 시각 26일 새벽 1시 30분), 마침내 광주FC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열리는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엘리트(ACLE) 8강 토너먼트 무대에 선다. 상대는 상상 초월의 ‘오일 머니’를 등에 업은 알 힐랄. 우승 상금 165억 원, 준우승만 해도 83억 원이 걸린 이 꿈의 무대에서, 선수단 전체 몸값이 100억 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시민구단’ 광주가 어떤 기적을 써내려갈지 국내외 축구 팬들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하지만 이 눈부신 성과 뒤편, 광주 축구를 바라보는 지역 사회의 현실은 뜨뜻미지근하다. 경기당 평균 3000~4000명 수준의 관중은 리그 최하위권을 맴돌고, 열악한 재정과 인프라는 지역민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는 프로야구 KIA 타이거즈와 비교되며 아쉬움을 더한다. 팬들 사이에서는 “이럴 바엔 차라리”라는 자조 섞인 목소리와 함께, 탄탄한 자본력을 갖춘 기업이 구단을 인수해 스타 선수 영입, 팬 친화적 마케팅, 그리고 숙원인 축구 전용구장 건립까지 해결해주길 바라는 기대감이 공공연하게 흘러나온다.
특히 K리그에서 가장 혁신적인 축구를 선보이는 이정효 감독 체제가 유지되는 지금이 기업 구단 전환의 ‘골든 타임’이라는 주장도 힘을 얻고 있다. 광주시 역시 기업 구단 전환을 타진하고 있지만, 선뜻 나서는 기업을 찾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어쩌면 이는 광주만의 문제가 아닌, K리그 대다수 시민구단이 짊어진 ‘숙명’일지도 모른다.
스포츠 산업, ‘글로벌’에서 해답 찾기
그렇다고 시민구단의 한계에만 갇혀 있을 수는 없다. 글로벌 스포츠 시장은 OTT 플랫폼의 발전과 함께 국경 없는 팬덤을 기반으로 무한히 확장하고 있다. EPL, NBA처럼 스포츠는 이미 단순한 경쟁을 넘어 하나의 거대한 ‘문화 콘텐츠’로 진화했다. 국내 상황도 변하고 있다. 과거 대기업의 스포츠단 운영이 ‘사회 공헌’이나 ‘홍보’ 차원에 머물렀다면, 최근 하나은행(대전하나시티즌)이나 신세계(SSG 랜더스)의 사례는 다르다. 이들은 스포츠를 통해 지역 사회와 유기적으로 연결되고, 이를 발판 삼아 금융 시장(동남아시아)이나 이커머스 시장 등 새로운 사업 영역으로 확장하려는 ‘전략적 투자’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다. 즉, 프로 스포츠를 ‘비용’이 아닌 ‘기회’로 인식하기 시작한 것이다.
아시아 무대에서 ‘매력’을 발산하라
이러한 변화의 흐름 속에서 광주FC도 새로운 활로를 모색해야 한다. 막연히 ‘백마 탄 왕자’ 같은 인수 기업을 기다릴 것이 아니라, 우리 스스로의 매력을 키우고 글로벌 시장에 적극적으로 어필해야 한다. 그 핵심 전략은 바로 ‘아시아 무대로의 시야 확장’이다.
이번 ACLE 8강 진출은 단순한 성과를 넘어, 광주FC가 아시아 시장에 존재감을 알릴 절호의 기회다. 이를 발판 삼아 중국 슈퍼리그, 일본 J리그 팀들과의 정기적인 교류전 추진, 아시아 클럽 친선 대회 유치 등 국제적인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 나아가 잠재적인 동아시아 리그 창설 논의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K리그의 광주’를 넘어 ‘아시아의 광주’로 발돋움해야 한다. 이러한 국제적 활동은 자연스레 글로벌 시장 진출을 염두에 둔 기업들의 관심을 끌 것이며, 이는 단순한 국내 기업 유치를 넘어 아시아 자본의 투자 가능성까지 열어둘 수 있다.
물론, 기업 구단 전환 과정에서 시민구단으로서의 정체성과 지역 연고성을 잃지 않도록 팬들의 목소리를 반영하는 ‘공동 소유형 모델’ 도입 등도 신중히 검토해야 할 것이다.
국내 시장의 한계를 넘어 글로벌 콘텐츠 시장이 확장되는 지금, 광주FC는 K리그라는 ‘우물’에서 벗어나 더 넓은 ‘아시아’라는 바다로 나아가야 한다. ACLE 8강 무대는 그 가능성을 시험하고 증명할 첫 번째 관문이 될 것이다. 광주FC가 이 기회를 발판 삼아 재정적 안정성을 확보하고, K리그를 넘어 아시아 축구를 선도하는 명문 클럽으로 도약하는 미래를 그려본다.
김태관 호남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겸임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