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림이 만난 사람] ‘대자보’ 한 축 광주 지하철 최환규 기관사
“기관사는 승객들을 직접 만나는 유일한 직원”

지난 15일 광주 도시철도 1호선 열차 정비소가 있는 녹동역에서 만난 최환규(47) 광주교통공사 승무팀 지하철 기관사. 
지난 15일 광주 도시철도 1호선 열차 정비소가 있는 녹동역에서 만난 최환규(47) 광주교통공사 승무팀 지하철 기관사. 

 가장 어두운 곳에서 도심을 가로지르는 교통수단 지하철. 대중교통·자전거·보행이 중심 도시인 ‘대·자·보 도시’를 꿈꾸는 광주에서 지하철은 필수 시설이자 도시의 미래상을 비추는 거울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 조용한 질주 뒤엔 하루하루 시민의 안전한 이동을 책임지는 기관사가 있다. 최환규(47) 광주교통공사 승무팀 지하철 기관사도 그들 중 한 명이다.

 17년째 지하철 1호선을 운행해온 그는 광주 대중교통의 역할과 방향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또, 기관사 없이 무인으로 운영될 2호선 개통을 앞두고 그는 어떤 생각을 품고 있을까. 직접 이야기를 들어봤다.

 그는 어렸을 적 기적소리를 내며 승강장에 진입하는 열차의 웅장한 모습을 보며 괜시리 압도되는 느낌을 받았던 기억이 생생하다고 말했다. 승객들의 수많은 희로애락을 싣고 1년 365일 목적지까지 움직이는 열차를 보며 “나도 사람들의 기쁨과 슬픔을 싣고 달리면서 그들의 일상과 함께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라고 생각했다고 말이다.

 막연했던 꿈은 2006년 철도차량면허제도가 시행되며 조금씩 짙어졌다. 면허제로 철도차량운전업무종사자에 대한 선발 기준이 통일되면서 원래 다른 일에 종사하고 있던 그도 접근하기 쉬워졌고 공부를 통해 이듬해 면허를 취득할 수 있었다.

 최 기관사는 “평소 관심을 갖던 분야에 열린 새로운 길은 제게 큰 기회로 느껴졌고 1년 남짓 학업에 열중한 결과 2007년 면허를 취득할 수 있었다”며 “하고 싶었던 일을 기대감을 갖고 준비하다 보니 힘들고 고단한 마음보다는 설렘과 기대가 컸었던 기억이 난다”고 밝혔다.

녹동역에서 출발하는 광주 도시철도 1호선 열차.

 철도차량면허제도 시행 동시 도전, 성공 

 광주 도시철도는 현재 1호선으로 운행 중이다. 2004년 4월 28일 1구간(녹동~상무) 개통으로 운영을 시작, 2008년 4월 11일 2구간(상무~평동)이 개통했다. 최 기관사가 면허를 취득했던 그 시기는 운명적이게도 2구간 개통을 앞둔 시점이었다. 그렇게 그는 응시를 통해 광주교통공사(당시 광주도시철도공사)에 입사한 첫 사례가 됐다.

 최 기관사는 “첫 차를 운행하며 마주하는 새벽부터 출근하는 시민들의 에너지, 출발 직전 헐레벌떡 뛰어와 운전실 쪽을 향해 고개 숙여 인사 해주시는 승객, 하루 운행을 마치고 생각해 보면 수많은 사람들의 소소한 일상이 기억에 남는다”며 “그럴 때마다 ‘오늘도 내가 시민들의 소중한 하루에 함께했구나’ 싶은 생각이 들어 기관사로서 뿌듯함과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대중교통 수송 분담률 중 승용차가 50%가 넘는 광주에서 친환경 운송수단인 지하철이 문제 해결의 중추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봤다. 도시철도는 승용차와 달리 전기를 동력으로 움직이는 열차이기 때문에 운행 중에 도심의 공기질을 거의 저해하지 않고, 극심한 교통 혼잡을 유발하지도 않는다는 것.

 최 기관사는 “도시철도는 많은 사람을 한 번에 운송할 수 있어 도심 교통체증을 완화하고 환경을 보호하는 데 큰 기여를 한다. 최근 기후 위기 문제가 세계적인 이슈로 부각되는데 탄소 배출을 줄이고 지속가능한 도시 발전을 위해서는 적은 에너지 소비로 운행이 가능한 지하철이 가장 효율적인 이동 수단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이같은 친환경 운송수단 확대를 위해 광주는 도시 전역을 연결하는 철도망을 구축하고자 하고 있다. 지난 2019년 8월부터 도시철도 2호선 공사를 진행 중이고 1~3단계까지 전 구간 2030년 개통을 목표로 했다. 그러나 개통 시점이 재차 연기되면서 2단계 구간이 2030년 말에 개통될 것으로 보이고 3단계 구간은 아예 개통 자체가 불투명해진 상태다.

최환규(47) 광주교통공사 승무팀 지하철 기관사가 운전하는 모습.
최환규(47) 광주교통공사 승무팀 지하철 기관사가 운전하는 모습.

 “무인 운영 2호선 기관사만 할 수 있는 역할할 것“

 기관사의 입장에서 주목되는 건 2호선이 무인 전동차로 운영될 것이란 점이다. 그는 무인으로 운영된다 하더라도 기관사만이 할 수 있는 역할을 충실히 할 뿐이라고 말한다.

 최 기관사는 “2호선은 차량이 스스로 움직여서 기관사는 없을 거고 비상 요원같은 사람들이 상주해 있다가 고장나면 조치하는 시스템인 것 같다”며 “10m 짜리 두 칸인데 작고 순환이 길어서 우려가 되는 부분도 있지만 광주의 주요 거점들을 지나기 때문에 시민들의 이용 역시 늘어날 것이라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관사는 승객들을 위해 전동차를 비롯한 시설물들을 항상 철저히 점검하고 있어 출입문 같은 게 고장나면 혼자 뛰어가곤 한다. 또 승객들이 쓰러지거나 비상 상황일 땐 기관사가 심폐소생술 같은 조치를 하도록 배운다”며 “다른 직원들은 승객들과 만나지 않지만 기관사는 승객들을 직접 만나는 유일한 직원이다. 중요한 일이지만 잘 보이진 않는다”고 말했다.

 광주 도시철도 1호선 열차는 자동 운전을 기본으로 하고 있으나 기관사의 기량 향상을 위해 일정 시간 동안은 수동 운전도 병행하고 있다. 자동 운전으로 역간 속도 코드에 따라 가·감속과 정위치 정차를 하게 되지만 기관사가 문여닫기, 출발, 가속, 브레이크 등을 조절할 수 있다. 휠체어를 탄 승객들이 문 밖을 나서는게 늦어지는 등 특수한 상황에서의 판단도 기관사의 몫이다.

 그는 끝으로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시민 한 분의 선택이 모이고 모여 도시의 공기가 바뀌고, 나아가 살기 좋은 녹색도시 광주에 한 발 더 다가갈 수 있을 것이라 본다”며 “시민들이 믿고 이용할 수 있도록 앞으로도 최고로 안전하고 편리한 교통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최선을 다할 것을 약속드린다”고 전했다.

 유시연 기자 youni@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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