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순의 호남의 명산] 신안 삼암봉(197.8m)
야생 달래가 지천인 바닷가 꽃동산
신안군 지도(智島)는 병어와 민어로 유명한 고장이다. 해마다 6월에는 병어축제, 8월에는 민어축제가 열린다. 병어와 민어는 지도와 임자도, 낙월도 인근 모래 지층에서 많이 잡힌다. 1974년 무안군과 지도읍을 연결하는 연륙교가 놓이면서 육지화되었다.
지도는 예부터 군사적으로 주요한 요충지였다. 한양으로 가는 세곡선과 중국을 오가는 중요한 항로였고, 임진왜란때는 해로를 따라 한양으로 진격하는 왜군들이 반드시 거쳐야 하는 뱃길이었다. 그런 탓에 지도에는 일찍부터 수군진이 있어 1682년(숙종8년) 수군만호진이 설치됐다. 당시 지도군의 관아가 있던 언덕에는 현재 지도읍사무소가 자리하고 있다.
바닷가에 접한 삼암봉(三岩峰)은 ‘꽃봉산’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등산인들에게도 생소한 이 산은 높이가 낮아 크게 주목받지는 못하지만 봄철에는 한 번쯤 올라 볼만한 이유가 있다. 그것은 바로 야생 달래이다. 능선 전체가 야생 달래밭 수준이다. 봄의 전령사 달래는 알뿌리 식물로서 마늘과 비슷하게 생겨 ‘산마늘’이라고도 부른다. 향이 좋아, 한 뿌리만 캐어도 향긋한 내음이 진동한다. 삼암봉에는 달래뿐만 아니라 산자고, 노루귀, 보춘란 등이 군락을 이룬채 꽃이 피어나 야생화 동산을 방불케 한다. 그래서 ‘꽃봉산’이라는 이름을 얻었는지도 모른다.
삼암봉은 바다를 좌우에 끼고 있다. 반도처럼 툭 튀어나와 있는 봉대지맥에서 가장 높은 산이다. 봉대지맥은 영산기맥이 목포 유달산으로 내려가다가 무안군 평림마을에서 갈라져 나와 점암 선착장에서 51.4km의 여정을 맺는다. 삼암봉 등산로는 9개의 봉우리를 오르락내리락 하지만 구릉처럼 완만해 그리 힘들지 않다. 마을로 내려가는 갈래길이 많아 걷는 도중 힘들면 탈출로를 삼아도 좋다.
구릉처럼 부드러운 능선 사이 바다 조망
삼암봉 들머리는 지도읍사무소 뒤쪽 ‘지도읍 등산로 안내도’가 있는 곳이다. 주요지점마다 설치되어 있는 안내도에는 현재의 위치와 진행 방향이 입체감 있게 표기되어 있다. 은선대와 관왕묘의 내력을 안내하는 글도 있다. 은선대는 관아 뒤 소나무 언덕을 말한다. 관왕묘는 관우장군을 모시는 묘당이 있었다고는 하지만 현재는 기록만 있다. 작은 암자 수준의 일심사를 지나면서부터 곧장 숲길로 들어선다. 사스피레나무와 산벚나무, 소나무가 주종을 이루는 전형적인 육산이다. 숲길은 산책로처럼 길이 넓고 가로등까지 설치되어 있다. 5분 정도만 오르면 바다 풍경을 마주하게 된다. 올망졸망한 해안선과 바다에 떠 있는 섬의 모습이 장관이다.
읍사무소에서 35분 정도면 ‘포토존’이라 부르는 155봉에 닿는다. 이곳은 사방으로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북쪽으로는 낙월도가 보이고, 서쪽으로는 임자도, 남쪽으로는 사옥도와 증도를 비롯한 암태도.자은도까지 크고 작은 섬들의 군무가 펼쳐진다. 빨간 아치형 다리인 증도대교가 가깝게 보인다.
포토존에는 화봉정(花峰亭)이라는 육각 모정이 있어 잠시 쉬었다 갈 수 있다. 바다쪽에는 곳곳에 바둑판처럼 잘 정돈된 광활한 염전이 보인다. 잘 알다시피 신안은 우리나라 최대의 소금 생산지다. 조상들은 오랫동안 ‘자염(煮鹽)’이란 방식을 통해 소금을 얻었다. 자염은 바닷물을 가마솥에 넣고 장작불로 끓여서 생산하는 방식으로 연료비와 인건비가 많이 들었다. 대만의 천일염 제법이 일제강점기에 일본을 거쳐 우리나라에 들어왔다. 천일염은 바닷물을 끌어 가두고 뜨거운 햇볕과 바람으로 말려낸다. 대량생산이 가능한 당시에는 획기적인 기술이었다.
능선·언덕 경사면 달래 지천
신안 비금도는 우리나라 남쪽에서 천일염을 가장 먼저 생산한 곳이다. 광복 이후 비금도 출신 염업 기술자인 손봉훈, 박삼만 씨 주도로 수림리 앞바다에 갯벌을 간척하고 천일염전을 조성하는 데 성공했다. 이를 계기로 천일염 생산 방식은 신안 인근 지역에 퍼지게 되었다. 소금은 보통 3월 말에서 10월까지 생산되는데 5, 6월에 생산되는 것을 으뜸으로 친다. 소등처럼 부드러운 오솔길 따라 5분만 더 가면 ‘꽃봉산’이다. 예쁜 이름과 달리 특별한 조망은 없고 무인 산불감시탑과 삼각점만 있는 평범한 봉우리다.
강정리로 내려가는 이정표를 지나면서부터 오르고 내리기를 반복한다. 능선과 언덕 경사면에 일부러 심은 것처럼 달래가 지천이다. 한방에서는 달래에 비타민과 미네랄이 풍부해 몸의 면역력 강화에 도움이 된다고 한다. 함께한 여성 일행들은 봄기운을 캔다고 일어설 줄을 모른다.
바람풍재에서 진재로 내려서기 전 우측에 ‘큰산(160.3m)’으로 가는 진입로가 있지만 대부분 무심코 지나가게 된다. 이정표가 없기도 하지만 큰산 정상의 조망이 그다지 빼어난 것도 아니어서 굳이 들를 필요는 없다. ‘진재’는 봉공과 용진골로 연결되는 삼암봉 유일의 횡단 임도다. 진재에서 깃대봉(180.5m)까지 0.8km 거리에 15분 정도 걸리며 울창한 소사나무 군락지를 통과하게 된다. 산책로 수준의 걷기 좋은 숲길이 이어진다. 바닷바람도 잘 통하고 나무그늘이 좋아 여름 산행지로도 좋을듯하다.
삼암봉 주변은 지난 2월에 대대적인 정비를 했다. 정면으로 보이는 잡목들을 잘라내고 시원한 바다가 드러나면서 임자도, 증도, 사옥도 일대의 크고 작은 섬들이 그림처럼 보인다. 봉대지맥 최고봉답게 커다란 바위에 정상석을 새롭게 세웠다. ‘점암 1km’ 이정표부터는 숲을 벗어나 콘크리트포장도로가 시작된다. 오른쪽으로 바다와 어촌 풍경을 보며 10분 정도면 등산안내도가 나타나고 아스팔트포장 도로를 만난다. 다리 교각이 보이는 방향으로 10분 정도 가면 점암 선착장이다.
▲산행 길잡이
지도읍사무소-포토존-꽃봉산-3개리 분기점-바람풍재-진재-깃대봉-삼암봉-임도-점암선착장(9.28km 3시간 40분 소요)
▲볼거리
신안젓갈타운은 매년 6월 ‘섬 병어 축제’를 하는 장소다. 건너편에 자그마한 거북섬은 데크로 연결된 무인도다. 왕복 1.8km 약 40분 정도 소요된다. 탐방로 주변에는 거대한 농게, 바닷가 그네 등 사진 찍기에 좋은 다양한 조형물들이 있다. 거북섬은 울창한 소나무 숲으로 야간 경관조명이 설치되어 있다.
글·사진= 김희순 山 전문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