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근 동네 “한전, 주민 동의 없이 설치”
한전 “국공유지라 문제 없지만 전선 지하 매설 예정”

운암3동 재건축단지 앞 고압선.
운암3동 재건축단지 앞 고압선.

 북구 운암3단지 대규모 재건축 단지에 전력을 공급하는 고전압 전신주가 인근 단독주택 동네에 세워지면서 주민들이 철거를 요구하고 나섰다.

 본보에 이같은 사실을 제보한 주민은 “어느 날 갑자기, 마을 입구에 고압선이 연결된 전신주들이 말도 없이 세워졌다”며 “주민과 주택 단지 모두 피해를 안 입으려면 전선을 땅에 묻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한전은 오는 5월부터 아파트 토목 공사 일정에 맞춰, “전신주를 제거한 뒤 매설하겠다”고 답변했다.

 본보는 지난 23일, 제보자 A 씨와 제보 현장인 운암3동(하서로 49번길)을 찾았다.

 마을 건너편에는 시공사 GS건설과 한화건설이 오는 2026년 4월 준공을 목표로 3024세대 규모 ‘운암자이포레나 퍼스티체’ 주택 건설이 한창이었다.

 아파트 골조가 올라간 현장에는 터파기(대지를 정리한 뒤 땅을 파내는 일)를 마치고, 굴삭기들이 막바지 작업을 이어가고 있었다.

 줄지어 늘어선 차량용 방호 울타리와 임시 가림막만이 이곳이 마을과 주택 단지 현장을 구별하는 경계라는 것을 어렵사리 확인할 수 있었다.

 방호 울타리 위편에는 노란색 보호캡이 씌워진 고압 전신주가 약 30m 간격으로, 운암3동 마을 입구부터 운암복합문화센터 방향으로 세워져 있다.

운암3동 재건축단지 방향 임시 전력 공급되는 고압선 가리키는 제보자.
운암3동 재건축단지 방향 임시 전력 공급되는 고압선 가리키는 제보자.

 제보자 A 씨가 마을 앞에 세워진 전신주를 발견한 건 4년 전이다. 당초엔 마을로 유입되는 저압 전신주들만 눈에 보였는데, 어느날 3개의 전선이 설치된 고압 전신주가 세워졌다는 것.

 A 씨가 주장하는 고압 전신주는 총 2기다. 마을 입구 들머리에 1기, 마을 내 카페 앞 1기다.

 전신주는 운암자이포레나 퍼스티체 건설 현장에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서다. “당초 한전은 전신주 3기를 마을 쪽에 더 세우려 했는데, 주민들이 항의해 추가 설치를 막았다”고 A 씨는 주장한다.

 A 씨는 “주민들이 반발하고 나섰음에도 한전은 카페 앞에 설치된 전신주를 활용해 공사 현장으로 전선을 틀어 전력을 대고 있다”며 “언제 철거될 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어 “건설 현장 바로 옆(운암동 252번지)에는 기부채납으로 ‘소공원’이 들어서는 곳으로 알고 있다. 법을 찾아보니, 공원 밑에도 전선을 묻을 수 있다”며 “관할 구청이 송배전선을 지하에 설치하도록 허가해야 한다“며 대안을 제시했다.

 본보 취재 결과, 한전은 사업 시행자인 운암3단지 주택재건축 정비사업조합의 요청으로 기존 주공3단지에 공급된 선로는 철거했다. 철거된 선로는 약 2.8km 길이로, 경양초등학교 정문 건너편(운암동 1054-10번지)부터 운암복합문화센터(운암동 265번지)까지다.

 이후 한전은 단지 내 전력을 재공급하기 위해, 지난 2021년 9월부터 마을에 전신주(2기)를 설치했다.

 현재 주택 단지로 공급되는 배전 선로(특고압)는 문화예술회관 사거리 모아엘가 아파트 방향으로 설치됐고, 이를 통해 전력이 단지로 임시 공급되고 있다.

 한전 측은 전력 재공급 과정에서 세워진 전신주는 사유지가 아닌, 국공유지(점용 면적: 0.26㎡)에 설치해 “무단 설치가 아니다”는 입장이다.

 한전 광주전남본부 전력공급부 관계자는 본보와 통화에서 “전신주가 있는 부지는 국공유지이기 때문에 설치에 하자가 없다. 하지만 주민 요청이 있어서 기술 검토를 거쳐 주유소 방향으로 전신주를 옮기겠다고 지난주에 설명했다”며 “이후 조합 측과 아파트 시공 일정을 확인해 다음 달부터 전신주 지중화 작업을 할 계획”이라고 답변했다.

 그렇다면, A 씨가 제안한 ‘소공원 지중화’는 가능할까.

 북구청은 아파트 완공 시점에 맞춰 “하서 소공원(규모: 2206.2㎡)을 짓겠다”는 주택 조합의 요청으로 2019년 1월, 공원 건설을 허가했다.

 현행법(도시공원 점용 허가 기준)에 따르면 지상에 있는 설비(전봇대, 전선 등)를 공원 밑에 설치할 수는 있다.

 하지만 북구청은 주민 반발이 있을 수 있어 “현재까진 검토 대상일 뿐”이란 입장이다.

 북구청 관계자는 본보와 통화에서 “현행법상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전선을 땅 밑에 설치할 수는 있다”면서도 “그러나 앞으로 공원을 이용하게 될 주민들의 반발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결정은 시기상조”라고 밝혔다.

 최문석 기자 mun@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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