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평가 발급기관이 교육 사업 수주
“심판이 경기에 뛴 셈” vs “법적 문제 없어”
“입찰 제한해야” vs “오히려 공정성 위배”

인공지능산업융합사업단 홈페이지.
인공지능산업융합사업단 홈페이지.

 인공지능 핵심 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광주 인공지능사관학교 교육 위탁운영 용역업체 위탁사업이 이해관계 충돌 논란에 휩싸였다. 광주시 산하 광주정보문화산업진흥원 부설기관인 인공지능산업융합사업단(AICA)은 총 90억 원 규모의 예산을 들여, 미취업 청년을 대상으로 한 인공지능사관학교 교육 위탁사업을 발주했다. 하지만 이 사업에 ‘실적증명서 발급기관’이자 평가 기준을 간접적으로 구성하는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KOSA)가 참여해 선정된 사실이 드러나면서, 입찰 구조 “공정하지 않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반면 인공지능산업융합사업단은 특정 기관을 배제하는 것은 오히려 공정성 원칙에 위배될 수 있다고 팽팽히 맞서고 있다.

 이같은 사실을 본보에 제보한 A 씨는 6일 “심판이 경기장에 뛴 셈”이라고 지적했다. 이 사업은 2년간 만 18~39세 미취업 청년 660명을 대상으로 AI 모델링, 데이터, 서비스, 플랫폼 분야의 실무 중심 교육을 제공하고, 이들의 취·창업을 연계해 인공지능 산업 핵심인재로 육성하는 것이 목표다. 단순한 직업 훈련을 넘어, 산업 현장에 즉시 투입 가능한 전문 인력을 양성하겠다는 취지로 기획됐다. 그러나 교육 운영을 맡을 용역사업자 선정을 둘러싸고 공정성 논란이 불거졌다.

 문제의 발단은 지난 4월 18일 개찰 결과, 이스트소프트가 주관하는 컨소시엄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면서부터다. 이 컨소시엄에는 네이버클라우드, 스마트인재개발원,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KOSA)가 포함돼 있다. KOSA는 국내 소프트웨어 기업들의 협의체이자, 소프트웨어 사업 실적을 증명해주는 기관이다.

 입찰에 참여한 복수의 업체들은 이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들이 문제삼는 것은 KOSA가 입찰 평가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실적 증명서’를 발급하는 위치에 있다는 점이다. 제보자 A 씨는 “KOSA는 입찰 제안서 평가 항목 중 핵심인 실적 증명서 발급기관으로 명시돼 있는데, 그 기관이 직접 입찰에 참여한 건 구조적으로 불공정하다”며 “심판이 직접 경기에 출전한 격이다”고 지적했다.

 용역 제안요청서를 살펴보면 실적 평가 기준으로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에서 발급한 소프트웨어사업 수행실적 확인서’가 명시돼 있다. A 씨는 “이 항목을 보고 많은 업체들이 KOSA에 실적증명서를 요청하려 했지만, 그 기관이 실제로는 경쟁사 내부에 포함돼 있다는 사실은 입찰 마감 이후에야 알게 된 일”이라면서 “결과적으로 실적 제출을 포기하거나 혼란을 겪은 업체가 생겼고, 이는 점수 반영 여부와 관계없이 입찰 기회의 공정성이 침해된 구조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인공지능산업융합사업단(AICA) 측은 이같은 주장을 일축했다. 사업단은 “KOSA가 발급하는 실적 증명서는 단지 제출 가능 서류 중 하나일 뿐이며, 실제로 이번 평가에서 해당 서류는 단 한 건도 제출되지 않았다”며 “따라서 평가 점수에는 아무런 영향도 없었다”고 반박했다.

 또 “조달청 등록 기준을 충족한 기업이면 누구나 입찰에 참여할 수 있고, KOSA도 이에 부합하므로 입찰 참여를 제한할 법적 근거는 없다”며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법도 민간기관인 KOSA에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제보자 A 씨는 본질을 회피한 해명이라고 보고 있다. 실적이 실제로 반영됐는지가 아니라, 실적을 발급할 수 있는 기관이 입찰에 참여한 그 ‘구조 자체’가 문제라는 것이다.

 국가계약법 시행령 제12조는 ‘공정한 경쟁을 해칠 우려가 있는 자는 입찰 참여를 제한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고, 지방계약법 제6조에는 공공기관 운영법, 부패방지법 등에도 이해충돌 방지를 규정하고 있는데 이를 침해하고 있다고 봤다.

 또 다른 쟁점은 책임 소재다. 융합단은 조달청이 입찰 자격을 검토하고 KOSA가 기준을 충족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A 씨는 “조달청은 사업자 등록이나 재무요건 등 기본적인 자격만 확인할 뿐, 특정 입찰 구조의 이해 충돌 여부는 발주기관의 판단과 책임이다”고 비판했다.

 문제는 단순히 한 건의 용역 계약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KOSA가 공신력 있는 실적 발급기관이라는 점에서 향후 다른 공공입찰에서도 이와 유사한 구조가 반복될 경우 공정성 논란이 확산될 수 있다는 점에서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A 씨는 “특정 기관이 실적 증빙 발급기관으로 명시될 경우, 그 기관의 입찰 참여를 제한하거나 이해 충돌 여부를 사전에 검토하는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인공지능산업융합사업단(AICA)은 향후에도 특정 기관을 제한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융합단 관계자는 “수행실적을 발행하는 기관이 국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KOSA이고, 민간에서도 수행실적 증명서를 발급하기도 하는데 그렇게 되면 KOSA 뿐만 아니라 민간도 모두가 다 참여하면 안된다라는 말과 같다”며 “입찰 자격을 충족하면 모두가 참여가 가능하다는 부분은 조달청에게도 확인한 것으로, 조달청 등록 기준을 충족한 기업은 입찰 참여 제한 없이 공정한 기회를 보장받고 발주기관이 특정 기관을 사전에 배제하는 것은 오히려 공정성 원칙에 위배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또한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법은 공직자의 사적 이해가 직무수행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상황을 방지하기 위한 법으로, KOSA는 민간기관으로 공직자가 아니기 때문에 해당 법의 적용 대상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이 사업은 지난 4월 28일 인공지능산업융합사업단과 우선협상대상 컨소시엄 간 계약이 체결됐다.

 전경훈 기자 hun@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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