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림이 만난 사람] 38년 결실 해제집 출간 이용교 광주대 교수
‘사람이 책을 만들고, 책이 사람을 키운다’
“복지 역사, ‘사초’를 쓰는 심정으로”

지난달 광주대학교에서 본보와 인터뷰를 진행한 이용교 사회복지학부 교수.
지난달 광주대학교에서 본보와 인터뷰를 진행한 이용교 사회복지학부 교수.

 “하루하루를 건강하고 알차게 보내고 있습니다. 이제는 강의 하나, 만남 하나가 마지막일 수 있기에 더 의미 있게 임하고 있습니다.”

 정년퇴임을 앞둔 광주대학교 사회복지학부 이용교 교수가 지난 학문 여정을 돌아보며 전한 소회다.

 1986년 한국복지정책연구소에서 사회복지 연구를 시작한 그는, 청소년개발원을 거쳐 1997년부터 광주대학교에 몸담아 교육, 연구, 사회봉사를 병행해왔다. 1987년부터 이어온 대학 강의만 40년에 가까운 세월. 단 한 번의 공백도 없이 현장을 지켜온 그는 최근 그간의 연구 성과를 집대성한 해제집 ‘사람이 책을 만들고, 책이 사람을 키운다’를 펴냈다.

 이 책은 1986년부터 2024년까지 그가 집필한 저서와 보고서 200여 권을 청소년학, 청소년복지학, 사회복지학 등 10여 개 범주로 나누어 연대순으로 정리하고, 각각의 집필 동기와 주요 내용, 사회적 파급 효과를 함께 담아낸 기록이다.

 “책을 쓴다는 건 사초(史草)를 쓰는 일입니다.” 이 교수의 말처럼, 이는 곧 한국 사회복지학의 형성과 확산, 변천 과정을 오롯이 담은 일종의 ‘학문 실록’이기도 하다.

 그는 “젊었을 때부터 ‘학문의 학문’을 해보고 싶다는 꿈이 있었다”면서 “사회복지학은 단순히 복지를 다루는 실천적 학문이 아니라, 어떤 이론이나 제도가 어떻게 도입되고 확산되었으며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성찰하는 학문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년을 앞둔 지금, 제가 쓴 200여 권의 책과 보고서가 왜 쓰였고 어떤 내용을 담았으며, 그것이 사회에 어떤 변화를 일으켰는지를 정리해 보고 싶었다”면서 “사초를 쓰는 마음으로 이 해제집을 만든 이유”라고 덧붙였다.

 복지=상식이지만 본인이 신청해야만 혜택  

 이 교수의 저작 활동은 말 그대로 방대하다. 청소년복지, 주거복지, 국민연금 등 복지와 관련된 세부 주제를 나눈 책과 보고서가 200권을 넘는다.

 “제 신념 중 하나가 ‘적자생존’입니다. 많이 적어야 오래 살아남습니다.”라는 것이 그의 오랜 신념이자 삶의 태도다.

 그는 ‘복지상식’이라는 말조차 생소하던 시절부터 칼럼을 통해 이를 널리 알리는 데 힘썼다.

 2014년부터 광주드림 지면을 통해 10년 넘게 연재를 이어오고 있으며, 헌법 제34조의 정신을 실현하기 위해, 그는 지금도 매주 칼럼을 써서 복지 정보를 시민에게 전하고 있다.

 연재한 칼럼은 매년 한 권씩 책으로 묶여 나왔다. “국민이 모르면 신청조차 못한다. 복지는 알 권리”라는 것을 몸소 실천해온 것.

 그는 “모든 국민이 헌법에 규정된 인간다운 생활을 누릴 수 있어야 하고, 정부가 헌법상 의무를 잘 지키도록 하기 위해서였다”면서 “현재 국민이 신청하면 받을 수 있는 국가의 복지가 360가지가 넘는데, 대부분 본인이 신청해야 받을 수 있다. 알지 못하면 신청하지 못하기에, 복지상식을 널리 알리고자 했다”고 언급했다.

 그의 대표 저작 중 가장 애정이 가는 책은 1993년 출간한 ‘한국 청소년복지의 현실과 대안’이다. 국내 최초의 ‘청소년복지’ 단행본으로, 그가 청소년복지 전문가로 자리 잡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책이다.

 이 교수는 “200권 모두 저에게는 자식과 같은 성과물이지만, 이 책은 당시로선 국내 최초의 청소년복지 단행본이었다”면서 “한국 최초로 청소년 복지를 연구한 단행본으로 이 책을 바탕으로 청소년 복지 전문가로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언급했다.

 그는 디지털 복지 교육의 선구자이기도 하다. 2000년 1월 1일 ‘시민과 함께 꿈꾸는 복지공동체-한국복지교육원’을 설립했고, 2002년부터 다음 카페 ‘시민과 함께 꿈꾸는 복지공동체’를 통해 모든 복지 정보를 디지털로 공유해왔다.

 이 플랫폼은 한때 회원이 5만 3000명에 달했고, 3000개가 넘는 복지카페 중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현재는 20만 건 이상의 게시물을 공유하고, 그중 파일로 공유하는 것만 1만여 건이 넘는 등 지금까지도 수많은 사회복지사와 학생들의 지식 플랫폼 역할을 하고 있다.

이달 출간된 이용교 교수의 신간 ‘사람이 책을 만들고, 책이 사람을 키운다’ 표지. 

 집필·연구 은퇴 후에도 복지 인생 계속

 디지털 사회복지 교육의 선구자로서 그는 국내 최초 원격대학인 한국디지털대학교(현 고려사이버대학교)에서 강의하며 ‘디지털 사회복지학개론’ 등 다수의 교재도 집필했다.

 그의 연구 중 일부는 국가 정책으로도 이어졌다. 청소년쉼터, 청소년상담복지센터, 자원봉사센터, 학교밖 청소년지원센터 등은 그가 직접 제안하거나 정책화 과정에 관여한 사례다. 광주에서는 학생인권조례와 사회복지사 처우개선 조례 제정에도 실질적으로 기여했다.

 많은 저서 중 가장 힘들었던 책으로는 이번 해제집을 꼽았다.

 그는 “201권에 해당하는 바로 이번 책(해제집)이 가장 고된 작업이었다”면서 “2000년 이후 모든 기록을 디지털로 보관해 온 덕분에 교차 검증은 가능했지만, 교정과 교열 작업에 들인 에너지가 가장 컸다”고 말했다.

 앞으로도 그의 ‘복지 인생’은 계속된다.

 시민에게 복지정보를 쉽게 전달할 수 있는 ‘복지상식’ 집필을 지속하고, 사회복지사의 뿌리를 되짚는 ‘복지 역사 연구’도 본격화할 계획이다.

 이 교수는 “복지상식과 같이 시민을 위한 집필, 사회복지역사 연구와 같이 사회복지사와 일반 시민을 위한 책을 집필할 계획”이라면서 “역사적으로 의미 있는 사건을 연구하고 해당 인물을 인터뷰하는 등 이야기가 있는 책을 집필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복지사각지대의 예방과 발굴, 국민연금상식, 건강보험상식과 같은 책의 파일을 매년 개정해 파일로도 공유할 계획”이라고 언급했다.

 사회복지를 어렵고 힘든 분야로만 여기는 젊은 세대에게도 그는 조언을 남겼다.

 그는 “복지는 본래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로부터 출발하지만, 이제는 아동복지, 노인복지, 장애인복지처럼 모든 국민이 대상”이라면서 “희생이 아닌 사명으로 바라봐야 하며, 복지도 다른 직업과 마찬가지로 사회적 사명이 있는 분야”라고 강조했다.

 연구·집필 동반자 800여 명 인명 색인 

 정년을 앞둔 지금, 그는 지난 38년의 학문 여정을 함께해 준 이들에게 감사의 마음도 전했다.

 “학문은 혼자 하는 것이 아니다. 함께 쓴 글, 함께한 기억들이 오늘의 저를 만들었다”면서 책의 말미에는 그간 함께 연구하고 집필한 800여 명의 공동 필진을 인명색인으로 정리해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그는 “선후배와 동료,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로부터 참 많은 도움을 받았다는 것을 새삼스럽게 알게 됐다. 제게도 한 드라마 제목처럼 ‘폭싹 속았수다’고 말하고 싶습니다”고 말했다.

 이어 “책을 쓸 수 있도록 연구비를 지원해 준 기관, 행사를 기획한 단체, 판매보다 의미를 우선해 출판을 도와준 출판사들께 감사드린다”면서 “책을 쓰느라 가족과 함께하지 못한 시간에 대한 미안함도 크다. 늘 지지해준 아내에게도 감사를 표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광주대에서 함께 공부한 학생들과 교직원, 칼럼과 방송 등을 통해 기회를 준 언론사에도 다시 한번 감사를 전한다”고 전했다.

 박현아 기자 haha@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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