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책방 우리 책들] 호랑이를 타다(2024, 책빛)

호랑이를 타다(2024, 책빛)
호랑이를 타다(2024, 책빛)

 대선 경선 준비 과정이 어지럽게 흘러가고, 봄에서 여름으로 향하는 날씨도 하루하루가 오락가락인 날들이다. 원래 한 치 앞 인생 모르는 게 인생이라지만, 25년의 초입은 유독 더 심한 것처럼 느껴진다. 어찌할 수 없는 먼 이야기들, 기후외기며 정치며 하는 것들에 이끌려 다니다가 차악을 선택하는 것이야말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들이라고 여겨지는 때다.

 라울 니에토 구리디가 그림을 그리고 다비드 칼리가 글을 쓴 <호랑이를 타다>(2024, 책빛)는 이러한 탈력감에 경종을 울리고, 또 새로운 힘을 실어주는 이야기다. 넓은 들판에 가득찬 사람들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어느 순간, 큰 목소리가 들립니다.

 “지금 선택하시오. 걸어갈지, 말을 타고 갈지.”

 어떤 사람들은 걸어가는 것을 선택합니다.

 다른 사람들은 말을 타고 가는 것을 선택합니다.

 한 사람이 다른 선택을 합니다.

 호랑이를 타고 가기로!

 <호랑이를 타다> 중에서.

 이러한 ‘선택들’에 의해 사람들은 이득을 얻기도 하고, 죽음을 마주하기도 한다. 말을 타고 간 사람들은 거대한 고기 분쇄기에 빨려들어가 죽었다. “잘못된 선택을 했”기 때문이다. 나머지 사람들은 행복하지도 염려 없지도 않고, 그저 “괜찮”은 상태로 들판을 걸어간다.

 다시금 목소리가 노란색과 검은색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종용한다. 노란색을 선택한 사람들은 “옳은 선택을 했”기에 부자가 되었고, 다른 사람들은 여전히 가난하게 남았다. 그리고 호랑이를 타는 사람은 계속해서 호랑이를 타고만 있다.

 또 다시 목소리가 들린다. 그림은 커다랗고 붉은 텔레비전 같은 형상을 보여준다. 이번 선택은 더더욱 두려운 선택이다. 누군가를 죽일지, 죽임을 당할지 골라야 한다. 어느 쪽을 골라도 끔찍한 상황에서 어떤 이들은 죽임을, 어떤 이들은 죽임당함을 고른다. 그러나 호랑이를 타는 사람은, 언제나 호랑이를 타고 있다.

 어느 순간, 손이 피로 물든 사람이 묻습니다.

 “왜 그는 우리처럼 선택하지 않나요?”

 “그는 이미 자유를 선택했지요.” 목소리가 대답합니다.

 “아, 그럴 수도 있었나요?”

 <호랑이를 타다> 중에서.

 그리고 뒷표지에는 달리는 호랑이의 주욱 뻗은 다리와 함께, 한 문장이 적혀 있다. “당신도 할 수 있어요!” 그러니까 <호랑이를 타다>의 메시지는 당신도 자유를 고를 수 있다는 것이다. 주어진 선택지 외의 것을 고르는 일이 곧 자유라는 사실을 알려주고자 하는 것이다.

 붉은 텔레비전은 마치 조지 오웰의 <1984>에 나오는 “빅 브라더”, 혹은 비슷한 디스토피아 작품들에 나오는 거대한 절대자의 모습과 닮아있다. 그들은 고압적인 목소리로 우리에게 선택지를 제시한다. 실제로 그렇게 말했든, 말했지 않든, 선택지가 제시되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우리는 무언가를 골라야만 할 것 같은 감각에 사로잡힌다. 그 중 옳은 선택이 무엇인지, 무엇을 골라야 더 이득을 얻을 수 있는지 저울질한다. 가난한 사람들이 옳지 못한 선택을 했다고 판단한다. 죽어버린 사람들이 옳지 못한 선택을 했다고 판단한다.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나의 마음에 짐이 지워지는 불합리한 현장에서도 그저 그것을 감당하는 수밖에 없다. ‘선택’한 것이니까.

 하지만 그것이 우리 아닌 누군가가 정해둔 틀이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다면 어떨까? 내가 가진 “선택의 힘”이라는 것은, 주어진 선택지 중에서 고르는 힘 뿐만이 아니라면? 무엇이든 고르고 행동할 수 있다는 것이 진정한 “선택의 힘”이라면 어떨까? 누군가가 나에게 강제하는 것 같더라도 사실 그것은 사소한 힘이라면 어떨까? “호랑이를 타고자 하는 마음”이야말로 그러한 규칙과 선택지의 틀을 깨뜨리는 강대한 힘이라면? <호랑이를 타다>는 굵은 선과 강렬한 색감으로 들판의 우리들에게 말을 건다. 당신도 호랑이를 탈 수 있다. 위험천만한 세상 속에서 옳은 선택을 찾고자 전전긍긍 할 필요 없이, “당신만의 선택”을 할 수 있다. 그리고 어쩌면, 그것이야말로 가장 강력한 선택의 힘일 것이다.

 문의 062-954-9420

 호수(동네책방 ‘숨’ 책방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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