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충우돌 중국차(茶)] (71) 초보도 고수도 좋아하는 봉황단총(鳳凰單叢)
오룡차 가운데서 독특한 맛과 화향으로 차를 처음 접하는 초보에서부터 차를 잘 아는 고수에 이르기까지 어느 누가 마셔도 호평을 매기는 차가 바로 봉황단총이다. 때문에 손님 접대에 가장 무난하게 내놓을 수 있는 차이도 하다.
봉황단총은 광동성 조주시(潮州市)의 특산품이다. 화향의 유형이 풍부하고, 달고 두텁고 시원한 맛에서 나오는 ☞산운(山韻)이 일품이다. 오룡차 가운데서는 철관음과 무이암차의 중간 형태의 발효 정도를 보여주며, 높은 향기로 인하여 초보에서 고수에 이르기까지 누가 마셔도 고개를 끄덕이는 범용성까지 지니고 있다. 봉황단총은 ‘단주(單株 한 그루) 채엽, 단주 제다, 단주 판매’의 특징으로 그 이름을 얻게 되었다.
봉황단총은 봉황진(鳳凰鎭)에서 생산되고 그 산 이름이 봉황산(鳳凰山)이기에 얻어진 이름이다. 전해져 오기로는 남송 말년 황제였던 위왕(衛王) 조병(趙昺)이 원나라 군대에 쫓기다 오동산(烏崠山)을 지나게 되었다.
도망자 처지라 목마름에 참을 수가 없던 차에 농민으로부터 얻어 마신 차 한잔을 마시고 갈증이 풀렸다. 이에 이 차에 자기 나라의 이름을 딴 ‘송차(宋茶)’라는 명칭을 하사하였고, 후일 송나라의 품종이라는 뜻의 ‘송종(宋種)’이라고 불렀다 한다.
그 후 청나라 말기 동치제와 광서제 연간(1875~1908)에 이르러 차의 품질을 높이기 위해 우수한 특성을 가진 차나무를 한그루씩 분리하여 심은 차나무가 만여 그루에 달하였고, 이를 한 그루씩 채엽하여 제다를 하였다. 또한 차나무의 ☞수관(樹冠)이 봉황을 닮았다고 하여 봉황단총차(鳳凰單叢茶)라고 부르게 되었다.
☞산운(山韻): 철관음의 난화향처럼 부드러움 속에 힘이 있는 관음운과 무이암차의 암운과 함께 차에서 나오는 또 다른 운치로써 조주의 봉황단총과 동목관의 소종홍차에서 나오는 운치를 일컫는다. 동목관(桐木關)과 광동의 조주(潮州) 고산지역은 차나무의 생장에 알맞은 기후환경과 비옥한 토양으로 차나무가 자라나기에 적합한 환경이다. 이 지역에서 만든 차들은 “청렬차(淸冽茶: 맑고 선선한 기운을 가진 차)”이며, 차에서 나오는 기운은 무이암차의 암운과는 다른 산운(山韻)이 나온다.
☞수관(樹冠): 줄기와 잎이 붙어있는 가지의 윗부분
봉황단총의 제다는 소교목인 봉황수선(鳳凰水仙)의 군체종 품종에서 선발한 우량한 차나무를 단주(單株:한그루)로 키워 채엽한 뒤 쇄청(曬靑) - 양청(晾青) - 주청(做靑) - 초청(炒靑) - 유념(揉捻) - 홍배(烘焙)의 과정으로 이루어지며 전체 제다 시간은 약 10시간에 이른다. 각 부분에 관한 설명은 ‘좌충우돌 중국차 64회’ 무이암차의 제다를 참고하면 된다.
여기서 무이암차와는 달리 봉황단총의 제다는 초청과 유념이 한 번으로 끝나고, 홍배 시간 역시 무이암차보다 짧기에 그 맛과 성질 역시도 같은 오룡차 계열인 철관음과 무이암차의 중간 정도에 해당한다. 제조 과정에 따라 육계향(肉桂香), 황지향(黃枝香), 밀란향(密蘭香) 등 10가지로 구분하며, 그 품종은 백 가지가 넘는다.
봉황단총은 춘차와 추차로 나누며 춘차는 청명(淸明)에서 곡우(穀雨)에 이르는 기간인 6월 중순 이전에 채엽한 것이고, 추차는 동차(冬茶)라고도 부르며 9월 중순 이후에 채엽한 것이다. 맛과 향은 당연히 춘차가 더 뛰어나다.
봉황단총 가운데서 가장 뛰어난 품종은 송종단총이다. 송종단총의 모수는 봉황산에 있으며 수령은 약 400년에 달한다고 한다. 중국에서 송종단총 모수를 형용하는 말로는 “8근(斤) 2량(兩)”이 있다. 1근은 500g이고, 1량은 그 1/10인 50g이니 생산량이 4.1㎏에 불과할 정도로 매우 적다는 이야기이다.
현대의 송종은 모두 이 모수를 번식하여 만들어진 것이고, 차를 마셔보면 비단결처럼 부드러운 구감에 은은한 솔향이 나와 사람을 매혹 시킨다. 중국어로 나라 송(宋)과 소나무 송(松)의 발음은 모두 “song”이다. “송나라의 차”이자 “소나무 향이 나는 차”이기도 한 송종은 솔바람에 실려 오는 아련한 역사의 한 면인지도 모른다.
반면, 저렴한 가격의 차로는 밀란향단총(密蘭香單叢)이 있다. 소비자들은 “밀란향”이라는 이름에 혹하고, 여타의 봉황단총에 비해 절반에 불과한 가격에 쉽게 넘어간다. 어찌 되었든 밀란향단총의 실상은 가장 쓰고, 가장 떫고, 가장 강한 향이 나오는 차이고, 저급의 봉황단총일 뿐이다.
이상 청차 부분에 너무 많은 부분을 할애한 데다가 봉황단총이 오룡차 부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그리 크지 않기에 일회성으로 간략하게 정리해 보았다.
류광일(덕생연차관 원장)
류광일 원장은 어려서 읽은 이백의 시를 계기로 중국문화에 심취했다. 2005년 중국으로 건너가 상해사범대학에 재학하면서 덕생연차관 주덕생 선생을 만나 2014년 귀국 때까지 차를 사사받았다. 2012년 중국다예사 자격을, 2013년 고급차엽심평사 자격을 취득했다. 담양 창평면에 중국차 전문 덕생연차관(담양군 창평면 창평현로 777-82 102호)을 열고 다향을 내뿜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