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들 언어, 의미보다 감정이 중요

‘트랄라레오 트랄랄라’ 밈

 며칠 전, 조카에게서 한 통의 톡이 도착했다. “트랄라레오 트랄랄라ㅋㅋㅋㅋ”. 낯설고 이상한 소리의 조합이었다. 장난인가 싶어 “무슨 뜻이니?”라고 물었더니, 조카는 “그냥 웃기니까 써요. 의미는 없어요”라며 아무렇지 않게 답했다. 처음엔 그저 유치한 말장난쯤으로 여겼지만, 이상하게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이 말이 도대체 뭘까? 왜 요즘 아이들은 이런 식의 말을 쓰는 걸까?

 검색해보니 이 말은 특정 출처가 있는 것도, 명확한 뜻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다만 입에 붙는 리듬감 있는 말로 청소년들 사이에서 일종의 ‘밈(meme)’처럼 유행하고 있었다. 상황을 웃기게 마무리하거나, 어색한 분위기를 전환할 때, 특별한 맥락 없이도 서로를 웃게 만드는 말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청소년들은 “그냥 친구들끼리 쓰면 웃겨서 좋아요”, “같이 쓰면 친해지는 느낌이 들어요”라고 말한다. 문자 그대로는 ‘의미 없음’이지만, 그 말 속엔 그들만의 감정 코드가 담겨 있는 셈이다.

 요즘의 청소년 언어는 예전처럼 정확한 뜻이나 규칙을 따르지 않는다. 의미보다는 분위기, 논리보다는 웃음, 메시지보다는 리듬이 중요하다. 밈 언는 그 자체로 유머이고, 또래끼리의 연결을 확인하는 방식이다. 과거엔 ‘유행어’가 방송이나 연예인을 통해 전파되었다면, 이제는 인터넷, 특히 단체 채팅방과 SNS, 숏폼 영상 등을 통해 빠르게 생산되고 변형된다. 트렌드의 속도만큼 언어도 가볍고 빠르게 흐른다.

 기성세대의 눈에는 이런 언어가 철없고 무책임하게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청소년들의 언어 사용은 결코 가볍운 ‘장난’만은 아니다. 오히려 정답을 강요하지 않고, 다양성과 개성을 인정하는 시대의 감각이 녹아 있다. 그리고 그 안에는 복잡한 현실을 유쾌하게 넘기고자 하는 회피 아닌 위트, 불안과 스트레스를 나누는 일종의 ‘심리적 언어’가 숨어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어른들이 그 언어의 ‘뜻’을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그 언어를 사용하는 방식과 감정을 함께 느껴보려는 시도다.

 조카에서 받은 문자 하나가 내게 새로운 세상의 문을 열어줬다. 언젠가 나도 누군가에게 “트랄라레오 트랄라라~”라고 인사하게 될지 모른다. 그저 웃고, 가볍게 넘길 수 있는 언어의 힘을 이제는 조금은 알 것 같다.

 한은화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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