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 교체’와 ‘내란 종식’이 ‘이재명 포비아’와 ‘악마화’ 압도

19일 오전 서울 용산구 서울역 대합실 TV에서 전날 열린 대선 후보자 초청 1차 토론회 관련 뉴스가 보도되고 있다. 뉴시스
19일 오전 서울 용산구 서울역 대합실 TV에서 전날 열린 대선 후보자 초청 1차 토론회 관련 뉴스가 보도되고 있다. 뉴시스

# 내란 혐의로 재판을 받고있는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 17일 국민의힘을 탈당했다. 2021년 3월 검찰총장에서 물러나 같은 해 7월 30일 국민의힘에 입당한 지 약 3년 10개월 만에 '1호 당원' 당적을 스스로 정리한 것이다. 자신의 파면으로 치러지는 조기 대선을 불과 17일 앞두고서다.

그는 페이스북에 "자유와 주권 수호를 위해 ‘백의종군’할 것"이라고 밝혔다. 탈당 사유에 대해선 ‘대선 승리와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지금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의 길’이라고 설명했다.

그의 탈당 소식은 김문수 후보와 한덕수 전 총리의 단일화 실패 및 후보 교체 시도 파동, '윤석열 배후' 논란 등이 얽혀 김 후보가 좀체 반등의 계기를 마련하지 못하는 와중에 나왔다.

그는 "김문수 후보에게 힘을 모아달라"고 당부했는데, 자신이 탈당할 경우 아스팔트 강성 지지층이 국민의힘을 이탈할 가능성이 있다는 당내 주류의 시각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비상계엄에 대한 사과는 물론 없었다.

그러나 윤 전 대통령은 지난 22일 영화 <부정선거, 신의 작품인가>를 공개리에 관람하는 등 다시 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비공식 선대위원장으로 전격 복귀(?)했다. 약속대로 캠프에서 아무런 직책도 갖지 않은 ‘백의종군’ 형태다.

그의 탈당 문제를 놓고 국민의힘과 김문수 후보는 선거전 초반 귀중한 일주일을 허비했다. 김 후보는 이 문제에 왜 그렇게 소극적이었을까?

무엇보다 국민의힘 우호 세력 중 무시할 수 없는 규모의 ‘윤석열 지지표’를 의식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김 후보와 친윤계가 대선 뒤 홍준표와 한동훈 등을 견제하고 당권을 잡기 위해선 적극적 당내 투표층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대선 전체 판을 생각하면 이들을 붙잡아 얻는 표보다 중도층에 어필하는 게 유리할 수 있다. 이에 비해 전당대회라는 당내 투표에선 ‘막연한’ 중도층 대신 적극적으로 투표해 줄 강성 당원이 훨씬 중요하다.

그러니 대선 이후를 바라보며 ‘윤석열 탈당을, 적어도 나 김문수가 요청하진 않았다’는 알리바이를 남겨놓은 게 아니냐는 분석이다.

# 여론조사 흐름으로 볼 때 국민의힘 대선 승리 가능성은 현재로선 높지 않다. 지금의 여론 지형이 3년에 걸친 윤 전 대통령의 폭주와 국민의힘의 퇴행 등이 쌓이고 쌓이며 주조된 것이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은 그간 윤 전 대통령 부부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지난 3년 중 무려 절반을 비상대책위원회 체제(주호영, 정진석, 한동훈, 황우여, 권영세, 김용태 위원장)로 연명해 왔다는 사실은 집권당의 위상이 어느 정도였는지 잘 보여준다.

영남과 서울 강남, 즉 ‘양남 당’으로 전락한 국민의힘은 당대표 찍어내기에 이어 대통령 후보 찍어내기까지 시도했다. 대다수 의원들은 탄핵에 저항했고 심지어 계엄을 ‘계몽령’으로 옹호하며 아스팔트 극우 세력과 손잡는 의원까지 나타났다.

그래서 ‘정권 교체’와 ‘내란 종식’이라는 민주당의 구호가 국민의힘 측 전가의 보도였던 ‘이재명 포비아’와 ‘이재명 악마화’를 압도하는 선거 구도가 짜여진 것이다.

이재명, 김문수, 이준석 세 후보 모두 선거운동이 시작되자마자 영남으로 달려간 것은 보수의 심장이라는 TK와 PK도 흔들리고 있다는 반증이다. 실제로 지난 대선 때 대구·경북에서 22.76%를 얻었던 이재명 후보는 이번에 30% 이상을 겨냥 중이다.

# 이재명 후보는 50% 안팎이라는 최근 5년 내 최고 지지율을 넘나들고 있으나 김문수 후보는 아직 다수 여론조사에서 30%대의 벽을 넘지 못하고 있다. 김 후보는 영남을 제외한 전 지역에서 밀리고 있고 70대 이상에서만 이재명 후보를 앞선다.

대체로 이재명 후보는 당 지지율보다 높고 김문수 후보는 비슷하거나 낮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일부 국민의힘 지지자가 친윤 주류의 한덕수 옹립 시도를 지켜본 후 이준석 후보나 이재명 후보로 빠져나간 것 같다”고 분석한다.

물론 선거전 종반 진영 결집화로 인해 김 후보 지지율은 상승세를 타고있다. 그러나 최소한의 선거 승리 요건인 40%대에 안착할지 여부는 관측이 엇갈린다.

사실 이번 선거는 처음부터 변수가 많지 않았다. 이제 남은 변수라야 김문수-이준석 단일화 정도이나 구조적으로 성사가 어렵고 되더라도 판이 뒤집힐 정도는 아니라는 게 중론이다. 이준석 후보가 단일화로 얻을 수 있는 이익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정권 교체 지지율이 정권 재창출을 압도하고 중도층 절반 정도가 이미 이재명을 선택한 상황에서 관전 포인트 역시 좁혀졌다.

우선 이재명 후보가 역대 최고 득표율을 기록할지 여부다. 기존 기록은 박근혜의 51.6%였다. 보수 성향 유권자들의 투표율도 주목된다. 진보는 결집하고 보수는 좌절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60세 이상 유권자들의 투표율이 낮아질 수 있다.

만약 김문수 후보 지지율이 40%를 넘어서면 친윤 주류가 여전히 헤게모니를 쥐고 내년 지방선거와 차기 총선까지 당권을 갖고 갈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40%가 안 되면 책임론이 불면서 보수의 대대적 재구성 작업이 진행될 전망이다. 그 첫 수순은 국민의힘 해체가 될 수도 있다.

# 대선 징크스도 관심사다. 단일화하면 이긴다는 징크스는 2012년 대선 때 깨졌다. 문재인이 안철수와 단일화했으나 박근혜가 당선됐기 때문이다. 서울에서 이겨야 당선된다는 징크스도 박근혜가 깼다.

국회의원을 하지 않은 사람은 안 된다는 징크스는 윤석열이 깼다. 윤석열은 또 서울법대 출신은 어렵다는 징크스도 깼다. 박근혜-윤석열은 이 분야 2관왕인 셈이다.

안경 쓴 사람은 대통령이 안 된다는 징크스는 문재인이 깼다. 그러나 후보 등록 시점의 지지율이 뒤집힌 적 없다는 징크스는 아직 깨지지 않았다.

한국과 미국의 대선 결과는 보수와 진보로 엇박자가 난다는 징크스도 깨지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미국에서 공화당의 트럼프가 당선된 상황에서 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현재 1위를 달리고 있다.

반면 경기도지사는 대선 주자의 무덤이라는 징크스는 올해 깨질 수 있다. 이인제와 손학규, 남경필은 실패했으나 올해는 경기도지사를 역임한 이재명과 김문수가 유력 후보다.

의원직을 유지한 채 대선에 나서면 낙선한다는 징크스도 이번에 깨질 가능성이 있다. 현역 의원인 이재명 후보가 이대로 당선된다면 이 징크스는 사라지게 된다.

초현실적 비상계엄이 선포된 지도 6개월이 돼간다. 오늘 밤 자정이 지나면 사전투표까지 5일, 선거운동 기간은 불과 10일 남는다.

PS : 기사 중 여론조사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김대원 서울본부장.
김대원 서울본부장.

김대원 서울본부장 겸 선임기자 kdw34000@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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