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충우돌 중국차(茶)] (73) 한국의 찻물을 찾아서 2
이번에는 찻물 테스트에 중요한 몇 가지를 짚고 넘어가도록 하겠다.
맹물도 서로 맛이 다르다. 광천수나 샘물 등 우리가 평소 아무 생각 없이 마시는 맹물도 입안에 굴려 가면서 맛을 보면 그 안에 쓰고, 떫음의 선후 및 강도와 지속시간 등을 느낄 수 있다. 그에 더해 맹물에서도 두터움이 나오고, 심지어 단맛까지 나오기도 한다. 이러한 감각을 기르는 것 역시도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는 일이다. 먼저 나타나는 맛을 하나씩 분석하고, 다음에 또 다른 맛을 추가해서 보는 등의 꾸준한 연습을 거쳐야 비로소 제대로 된 물맛을 정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사실 자칭 차인이라는 사람들이 찻물에 대한 중요성에 대해서는 힘주어 외치면서도, 정작 물맛의 감별에 대해서는 젬병인 경우가 부지기수이다. 이는 한국인의 미각에 문제가 있어서가 아니라, 물맛에 대해 연습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서이기도 하다. 이는 또 무슨 말인가? 시중에 나도는 다수의 한국차는 품종·토양·제다 등 여러 문제로 인하여 차의 단점인 쓰고 떫은 맛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차는 어떠한 물을 쓰더라도 그 쓰고 떫음이 조금 더 강해지냐, 약해지냐의 문제가 있을 뿐이다. 즉 차의 등급이 낮으면 어떤 물을 써도 차의 맛과 향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고, 초보자가 이를 파악하기는 더욱 어려운 일이다.
다음으로 인터넷에 넘쳐나는 시음기를 예로 들어보겠다. 가령 어느 차인이 이름난 기문홍차를 구해서 마셔보고 시음기를 쓴다. 여기서 발생하는 문제 가운데 가장 큰 것은 그 차의 품질이 정확한가이다. 기문홍차는 황산 인근 여러 촌락의 찻잎을 병배해서 만들기에 기본적인 홍차의 첨향(甛香)에 더해 화향(花香), 밀향(密香), 과향(果香) 등이 한데 어우러진 부드럽고 풍부한 향기를 특징으로 하고, 이 향기를 한데 묶어서 기문향(祁門香)이라고 표현한다. 그런데 막상 차 공부를 하는 사람은 그 진위를 구분할 능력이 없으니, 진품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의 외형만 비슷한 차를 구매해 우려내고 그를 토대로 품차기를 쓰려니 신춘 문예에 등단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의 허구를 쓰고 마는 것이 아니던가. 아낄 것을 아껴야 한다.
결론적으로 좋은 차를 써야만 한다. 좋은 차는 찻물의 우열을 정확히 보여준다. 좋은 차와 좋은 물이 만나서 빚어내는 하모니는 중국 시인 노동(盧仝)이 지은 칠완차가(七碗茶歌)에서의 표현처럼 겨드랑이에서 맑은 바람이 일어나는 선경을 보여줄 것이다.
가야산: 경남 합천군 가야면 해인사길
▲해인사 어수정(숫물): 해인사 대적광전 뒤편 우측에 자리하고 있다. 임금이 마셨던 물이라고 해서 생긴 이름이고, 현재 이끼가 낀 것으로 보아 최상의 관리상태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물맛은 혀 위로 떫은맛이 길게 나오고, 약간의 단맛이 있다.
▲해인사 감로수: 대적광전 담 넘어 좌측에 있다. 본래는 장군수의 물을 맛보려 했으나, 스님에게 물어보니 그곳은 큰 스님들만 들어갈 수 있는 곳에 있는지라 자신도 못 들어가 봤다고 한다. 대신 감로수가 같은 산자락을 타고 내려오는 물이라고 해서 장군수의 수치를 그대로 적용했다. 물맛은 떫음의 바탕 위에 쓴맛이 나오는 편이나, 떫음의 강도가 어수정에 비해 약하고 짧은 편이다.
따라서, 해인사 경내의 찻물은 감로수> 어수정이라고 할 수 있다.
데미샘:
전북 진안군 백운면 데미샘 자연휴양림 입구에서 출발 계곡 따라 1㎞ 정도 걷다가 갈림길에서 오른쪽으로 20분 정도 올라가면 정자랑 같이 있다. 섬진강의 발원지인 데미샘은 ‘데미’는 봉우리를 뜻하는 ‘더미’에서 따온 이름이라고 한다.
이 물은 샘 바닥에 흙이 많이 고여있는 모양으로 미루어 보아, 본래 돌 틈 사이로 흘러 내려가는 작은 개울물을 작은 샘으로 모아 놓은 모양이다. 표에서 나오는 O-index와 K-index의 수치만을 참고하자면 가장 좋은 물맛이 나와야겠지만, 정작 쓰고 떫음이 상당히 길게 나와 의외였다. 흙 성분에서 나오는 떫음과 철 성분이 녹아서 나오는 쓴맛이 아니겠는가? 짐작해 본다.
결론적으로 데미샘은 섬진강 발원지라는 데 의의를 둬야 한다.
류광일(덕생연차관 원장)
류광일 원장은 어려서 읽은 이백의 시를 계기로 중국문화에 심취했다. 2005년 중국으로 건너가 상해사범대학에 재학하면서 덕생연차관 주덕생 선생을 만나 2014년 귀국 때까지 차를 사사받았다. 2012년 중국다예사 자격을, 2013년 고급차엽심평사 자격을 취득했다. 담양 창평면에 중국차 전문 덕생연차관(담양군 창평면 창평현로 777-82 102호)을 열고 다향을 내뿜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