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로텐더홀에서 열린 제21대 대통령 취임 선서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뉴시스
이재명 대통령이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로텐더홀에서 열린 제21대 대통령 취임 선서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뉴시스

 이재명 정부가 출범한 지난 4일 전남도청 입구에선 여유로움이 묻어났다. 뭔가 이루고 난 뒤의 뿌듯함, 홀가분함 같은 것이었다.

 속으론 ‘이제 됐다’ 하는 쾌감도 있었으리라. 새 정부를 향한 기대감으로 충만한 표정이 만나는 공무원마다 느껴졌다.

 무엇보다 지난해 다 될 것 같은 국립의대 신설이 얼토당토않은 비상계엄으로 공중분해 된 쓰라림을 만회할 절호의 기회가 온 것이다.

 이뿐이겠는가마는 말하자면 그렇다는 것이며, 지역 미래 설계를 제대로 해볼 수 있겠다는 막연하지만, 확실한 기대감이다.

 물론 새 정부 출범을 지역발전의 지렛대 차원으로만 접근하고 계엄, 내란 같은 중대 사건에 분연히 떨쳐 일어선 정의감을 빼놓아선 안 될 것이다.

 이재명 정부 출범 지역 발전 지렛대로

 ‘약무호남 시무국가’이거늘, 정의감을 호남에서 배제하는 것은 가능하지도 않고 상상도 못 한다.

 현재 국립의대 신설 같은 절박한 문제가, 군공항 이전 같은 난해한 문제가, 되는 것도 아니고 안 되는 것도 아닌 애매한 상황 속에서 뭔가 ‘확실한 손’이 보이기 시작했다는 안도감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고 취임사에서 밝혔듯, 때로는 호남의 대통령이 되어 호남의 소망을 들어줄 것이다.

 또 때로는 영남의 대통령이 돼 그곳의 숙원을 들어줄 것이며, 그렇게 함으로써 통합 대통령의 초석을 다질 것이다.

 지금 정치권, 경제계, 언론 등에서 요청하고 있는 것 모두 통합과 치유가 아닌가. 분열과 대결로 점철된 저간의 사정이 그 시급성을 웅변하고 있고, 이에 동의하지 않을 국민이 없다.

 그러면서 덧붙이는 말은 모두 ‘통합을 외치지만 실제 그것을 실천하는 게 중요하다’로 귀결된다.

 그런데 ‘다음 말’이 어눌하다. ‘다음 말’은 통합을 실천하는 방법론인데, 소위 지식인과 엘리트라는 사람들은 중앙정부 시각에서 조망하고 논할 뿐이다.

 다시 말해 정권 창출에 결정적 역할을 한 호남의 미래를 어떻게 할 것인가와 연관시키지 않고, 그럴 생각도 없어 보인다.

 통합을 위한 행보로 무엇이 있을까, 우선 지역민의 입장에서 호남에 하나, 영남에 하나, 이런 식으로 지역 발전사업을 던져주는 게 적절하느냐의 물음으로 바꿀 수 있겠다.

 사실 이런 기계적 균형은 일면 적절성을 확보한다. 무슨 말이냐면 부산으로 해양수산부를 이전하면 전남에는 농림축산식품부를 옮겨주는 것이다.

 나아가 전남은 정권 창출을 선도했으므로, 예를 들어 농협중앙회를 이쪽으로 동시에 옮기는, 이른바 ‘+α’를 주는 게 더 적합하고 합리적이다.

 전남이 농림축산식품부, 농협중앙회 같은 기관이 필요하지 않다고 하면 모를까, 설령 그런다고 하더라도 억지로라도 떠넘겨주는 게 은혜를 받은 정부의 도리가 아닐까 한다.

 ‘기계적 중립’과 ‘역차별’ 사이

 자칫 통합이란 말이 ‘대등하게 대한다’는 식의 일반적 언어로 풀이되면, 전남은 상대적으로 찬밥 신세나 비슷한 위치에 설 수 있음이다. 결론적으로 통합의 오류가 된다.

 마치 김대중 대통령이 호남인 중용 인사만 펴면 안 된다며 기계적 균형을 맞추다 보니 호남인 역차별이란 소리가 나온 것과 같은 이치다.

 호남은 지금 부의 축적, 정부 내 두터운 인물층으로 굳이 새 정부까지 그렇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고 할 처지가 아니다. 한마디로 배가 고프다.

 통합이 진정으로 이뤄지기 위해서는 그럴 만한 경제적 하부구조를 호남에 만들어줘야 한다는 얘기다. 앞으로 새 정부가 국정과제로 펴갈 국가 균형 발전이란 것도 기실 호남 우선 발전과 다를 바 없다.

 혹시 호남이 역사적으로 워낙 ‘없이 살다’ 보니 조금만 먹거리 사업을 던져줘도 만족할 것이라고 생각하면 배은망덕이 아닐 수 없다.

 호남은 이번에도 대권주자 한 명 없이 열렬히 정권 창출을 도왔다. 이런 곳이 어디에 있는가.

 이 지역은 정의로우면서 풍요로운 것이 늘 화두다. 이 두 가치가 양립 불가능한 것이 아니라면, 그렇지 않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서라도 새 정부는 과거 정부와 다른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통합에서 나서는 대통령이 기계적 균형이라도 잘 맞춰주면 그것대로 감사할 일이지만, 진정 통합을 추진하는 대통령이라면 그간 잃어버린 겅제성을 호남에 벌충(+α)해주는 것이 옳은 일일 것이다. 그것이 합리적이라고 본다.

정진탄 전남본부장 겸 선임기자.
정진탄 전남본부장 겸 선임기자.

정진탄 전남본부장 겸 선임기자 chchtan@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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