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충우돌 중국차(茶)] (74) 한국의 찻물을 찾아서(3)
“좋은 차, 좋은 물 만나는 것 모두 인연”
이번 회의 제목처럼 절기상으로는 비가 적은 봄날로 답사 일정을 잡았지만, 운이 맞지 않으면 기간 내내 비를 맞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물맛에도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다행히 이번 4월25일~27일까지의 답사 기간은 마침, 비 오고 나서 2~3일이 지나 빗물의 영향도 없었고, 일정 내내 비 한 방울 맞지 않은 좋은 날들이었다.
물을 테스트 할 때는 비교하고자 하는 물 이외의 다른 조건: 그릇 재질, 용량, 차의 무게, 우리는 시간 등을 같이해야 함은 불문가지일 것이다. 그런데 테스트용으로 쓸 차는 어떤 것이 좋을까? 결론부터 이야기 하자면 공부홍차가 제일 좋다. 우선 홍차의 탕색은 붉기에 서로 다른 물로 차를 우려보면 그 빛깔부터 다르고, 이는 시각으로도 판별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금권(金圈)이라 부르는 골드링(Gold Ring)이 얼마나 뚜렷한지, 홍차 특유의 달콤한 첨향(甛香)과 맛에서 느껴지는 달콤함의 차이가 다른 차에 비해 한결 수월하게 구분이 가능하기에 찻물 테스트용으로 적합하다고 말할 수 있다. 그에 더해 테스트용 차의 등급이 높아야 하는 것도 물론이다. 저급차의 단점은 앞선 회에서 언급했었다.
지리산: 여러 사찰이 있지만, 예전에 직접 맛을 본 화엄사 경내의 물은 제외했다.
▲천은사 수각수: 극락보전 앞에 있다. 길게 나오는 쓴맛에 떫음이 있고, 가벼운 편이나, 칠불사 유천수에 비해 회감이 약간 빠른 편이라서 더 나은 판정을 받았다.
▲칠불사 유천수: 대웅전 우측 연못 앞에 있다. 스님의 말씀에 의하면, 새벽 예불을 드리기 위해 다기에 물을 뜨러 오면 그 물에서 우윳빛이 난다고 해서 “유천(乳泉)”이라는 이름을 가지게 되었다고 한다. 대웅전으로 올라가는 석축의 돌들이 붉게 변한 것으로 보아, 이곳 바위에는 철(Fe) 성분이 많음을 알 수 있다. 쓴맛에 더해 떫음이 길게 나온다.
▲버드실샘: 구례군 마산면 갑산리 산42에 소재해 있다. 구례의 모 찻집에서 길어다 쓴다고 한다. 맛을 보면 맹물에서도 떫은맛이 가장 길게 나오고, 목젖에 따끔거리는 느낌이 남는다. 차를 우려보면 두터움이 없고, 시고, 떫은맛이 가장 길게 나오며, 차의 향을 잡아먹는 등의 이유로 인하여 찻물로 사용시 주의가 요망된다.
이와 같이 영축산, 가야산, 지리산 일대와 섬진강 발원지 데미샘의 샘물에 관한 테스트 내용을 간략히 알아보았다. 결론적으로 통도사의 세 군데 찻물에서는 백련옥수를 피하는 것이 좋고, 해인사는 감로수가 조금 나으며, 지리산의 물은 영축산과 가야산에 비해 차이가 난다는 것은 의외의 결과였다고 할 수 있다. 진안의 데미샘도 그렇지만 특히 구례의 버드실샘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맛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해양심층수나 한○○정수기 등에 관해서는 이미 언급하였으니 재론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이제 결론으로 다가갈 시점이다. 이 아홉 곳의 샘물 가운데 가장 좋은 것은 어느 것이냐는 것이다. 여기서는 영축산 비로암 산정약수와 가야산 해인사 감로수로 압축될 수 있고, 최종적으로는 산정약수가 아주 근소한 차이로 앞선다.
최종적으로 삼정약수를 세심천의 물과 비교했을 때의 결과는 어찌 되는가? 한 마디로 비교 불가이다. 탕색, 향기, 회감 등등 모든 면에서 그 차이가 크게 난다. 인연이다. 좋은 차를 만나는 것도, 좋은 물을 만나는 것도 모두 인연이 있어야 가능한 것이다.
류광일(덕생연차관 원장)
류광일 원장은 어려서 읽은 이백의 시를 계기로 중국문화에 심취했다. 2005년 중국으로 건너가 상해사범대학에 재학하면서 덕생연차관 주덕생 선생을 만나 2014년 귀국 때까지 차를 사사받았다. 2012년 중국다예사 자격을, 2013년 고급차엽심평사 자격을 취득했다. 담양 창을 내뿜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