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림이 만난 사람] 광주FC 모금운동 ‘찐팬’ 가수 조빈
16일 모금 시작 현재 5000여 만 원 넘어
“팬 기부금 모아 선수 영입 보탬 주고파”
프로축구 K리그 광주FC의 홍보대사이자 열혈 팬으로 알려진 가수 조빈(그룹 노라조 멤버)이 구단의 위기를 돕기 위해 팬들과 함께 나섰다. 현재 광주FC는 재정 건전화 규정을 지키지 못해 한국프로축구연맹으로부터 제재금 1000만 원과 선수 영입 금지 1년 징계를 받은 상태다. 선수 영입 금지의 경우 3년 유예를 받아 최악의 상황은 피했지만 여전히 대내외적인 불확실성을 잠재우지는 못해 구단은 물론 팬들 역시 좌불안석에 놓여있다. 이에 광주FC의 ‘찐팬’인 조빈 씨가 지난 16일 후원 계좌를 개설해 구단을 돕기 위한 모금 운동에 나섰다. 모금은 어느덧 5400여만 원을 돌파했다.
조빈 씨는 지난 20일 본보와 전화 인터뷰에서 “광주FC를 좋아하는 팬으로서 시작한 일이다”고 말했다.
그는 “인지도가 있는 사람이다 보니, 함께 뜻을 모을 수 있는 동기를 만들 수 있겠다 싶었다”며 “기부금을 모아서 선수 영입에 쓰였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제일 컸다”고 언급했다.
그는 이번 모금 운동이 단순한 ‘돈 모으기’가 아니라고 했다. 팬들이 선수 영입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길 바라는 순수한 바람에서 출발했다.
하지만 연대기여금 미납, 재정건전화 규정 위반 등 대내외적으로 광주FC를 둘러싼 잡음으로 인해 모금이 활발하지 않을 것이란 우려도 컸다.
“이 위기만 넘기면 다시 탄탄해질 것”
그는 “처음에는 후원금을 많이 모을 수 있겠다는 확신은 없었다. 선수들 영입에 쓰이는 돈은 굉장히 크다”며 “이게 얼마나 모일지도 모르고, 선수들 영입자금 쓰일지 못쓰일지 모르는 상태였지만 기부해주신 분들의 돈이 밑빠진 독에 물붓기가 되면 안되니, 우선 순위는 선수 영입에 조금이라도 기여할 수 있도록 주위에서도 함께 고민해주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치기 어린 일로 느껴질 수 있는 부분인데 같이 풀어나갈 방법들을 주위에서 만들어주고 있다”며 “이 위기만 넘어가면 다시 탄탄하게 갈 수 있을 것이라는 마음으로 시작했다”고 강조했다.
모금 과정에서 발생한 다양한 행정적 절차와 고민들도 솔직히 털어놨다.
그는 “모금을 해본 적이 없어서 그냥 받기만 하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해서 주변의 행정사나 변호사들에게 자문을 구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에 따라 사단법인 형태를 만들기로 했다. 협동조합·비영리단체도 고려했지만 “모금해주시는 분들에게 기부금 영수증도 해드리고, 기분 좋게 마무리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사단법인 설립을 준비하고 있다”며 “이적 마감 기간이 7월 24일까지여서 그 기간 안에 광주FC를 도울 수 있는 방법에 대한 자문을 얻고 있는 상태”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구단의 선수 영입 마감 시한을 고려해 기한을 앞당기는 방향도 고민하고 있다. “팬들은 이 돈이 선수 영입 자금에 쓰이길 바란다. 24일까지 받는다고 해서 그 돈을 다 쓸 수 없으니 10일 정도 앞당기는 게 나을 것 같다”며 “십시일반 모아주고 계셔서 금모으기 하는 심정이다. 팬들이 실망하지 않도록 투명하게 운영할 생각이고, 가을이나 연말 전에 기부금 영수증도 발급할 방안을 준비 중이다”고 강조했다.
모금액의 구체적 사용 방식에 대해서도 구단과 함께 고민 중이라고 했다.
“선수 영입 시한 맞춰 모금 앞당길 계획도”
그는 “단순히 통장에서 통장으로 보낸다든지 현금을 뽑아 전달할 수는 없다”며 “구단도 유소년 재단을 만들고 있어서 함께 논의할 계획이다. 유소년 재단을 계속 돕는 등 여러 방안을 생각하고 있지만 가장 우선순위는 선수 영입에 조금이라도 기여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모금과 관련한 사단법인 신청도 이미 진행 중이다. 그는 “사단법인은 이미 신청해서 설립까지 대략 2개월 정도 소요될 것으로 본다”며 “상황에 따라 후원된 금액이 바로 전달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럴 경우엔 광고 형태로라도 기부해주신 분들에게 최대한 의미 있게 사용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 무책임한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다. 여러 가지 경우의 수를 생각하며 계산하고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누군가에게도 불편하거나 마음을 다치게 하는 일이 있어선 안되는 것이라 생각한다”고 피력했다.
최근 구단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서도 입장을 밝혔다.
그는 “장애인 원정팬 관람 제한 문제 등은 팬이라고 해서 방어해주고 싶지는 않다”며 “하지만 아쉬운 게 못돼서 일부러 그러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광주FC가 실수한 부분이 있으면 따끔하게 혼나고, 사과하고 개선하면 된다. 광주는 분명 그런 마음씨가 있다. 오히려 이런 일을 계기로 더 잘해 나갈 거라 생각하고, 운이 조금 틔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기억에 남는 후원자도 있다고 언급했다. “금액의 크고 작음을 떠나, 정말 아이가 보낸 듯한 소액이 있었고, 오히려 이 정도밖에 못 보내서 죄송하다는 친구들이 있었는데, 절대 그렇지 않다. 그런 친구들 덕분에 오히려 더 힘이 났다”며 “금액의 대소를 떠나 마음 씀씀이가 너무 고마운 일이다”고 전했다.
“작년 가을 ‘광며들었다’” 광주FC는 일상
그는 오프라인 행사에는 나서지 않고, 모금 활동은 전적으로 온라인으로만 진행 중이다. 조빈 씨는 “오직 온라인으로만 모금하는 것이 구단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한다”며 “다른 곳에서 모금할 경우 하나가 되지 못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경기장 갔을때는 순수하게 응원만 하고 있다”고 밝혔다.
팬으로서의 애정은 단순한 ‘응원’에 그치지 않는다. 그는 “작년 가을부터 ‘광며들었다’(광주에 스며들었다). 어느 순간부터 광주FC는 일상이 된 것 같다”며 “홈경기 갈때만 입을 옷을 만들었고, 그때부터 팬심의 강도가 심해진 것 같다”고 웃었다.
팬들의 이름과 기부 내역은 ‘보이스 포 광주’ 인스타그램 계정(@voices_for_gwangju)을 통해 공개되고 있다. 후원자들에게는 조빈 씨 사비로 ‘키링’도 제작해 전달할 계획이다.
전경훈 기자 hun@gjdrea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