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주 혁신도시. 뉴시스
나주 혁신도시. 뉴시스

 나주 혁신도시 땅을 밟을 때면 전남이 아닌 듯한 착각이 들 때가 있다. 에너지 공기업 중심으로 뭉쳐 있는 이곳이 현대적 도시 풍모를 보여서이기도 하지만, 뛰어난 디자인 건물 내부에 전국 단위 근무자가 모여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실제 그곳 직원과 접촉해보면 타 공공기관 직원보다 말이 유순하고(전라도 방언이 적고) 매너가 세련돼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물론 이것은 피상적으로 그렇다는 얘기다.)

 이는 과거 정부가 지역균형발전 차원에서 공공기관을 분산시킨 부수적 효과다.

 이런 곳이 하나 더 있다면 무안 남악신도시다. 전남도청과 도교육청, 여러 관계기관이 들어서 세련미와 활기가 있다. 무안군은 이제 인구 10만 명 달성을 앞두고 있고, 15만 명도 넘본다고 한다.

 곧 국제공항과 KTX가 연결되고, 생애주기별 맞춤식 지원 등이 잘 이뤄지면 그리 어려울 것도 아니라고 본다.

 나주혁신도시·남악신도시 모델 보니

 서론이 길어졌는데, 만일 공공기관 그것도 정부 부처를 전남으로 옮겨온다면 이런 도시 흐름, 윤기는 더욱 빛날 것이란 말을 하고 싶어서다.

 새 정부 출범으로 재생에너지 메카인 전남은 그야말로 순풍을 만나 전도유망한 광역지자체다.

 얼마 전에는 유럽연합(EU) 17개국 대사들을 불러 간담회를 하고 유럽과 전남의 재생에너지 찰떡공조를 논의했다고 하니 격세지감이다.

 특별히 EIU 대사들이 전남까지 올 연유가 많지 않으매 미래 산업의 전망을 놓고 의기투합한 것은 어느 모로 보나 행복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한데 이것은 조족지혈로, 2028년 제33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3) 여수 유치를 성공적으로 해내면 올가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여는 경주가 부럽지 않다.

 차라리 미래 지속 가능성을 보건대 기후와 에너지 중심이 된 전남이 비교우위에 선다.

 다가올 시대가 신라가 아닌 백제 터 사람들에 의해 창조되는 것을 보는 것도 흥미로운 일일 수 있겠다.

 그 깃발을 나주 혁신도시에 꽂아보자.

 최근 김영록 지사가 입장문을 내고 새 정부 신설 기후에너지부를 나주에 들어서게 해야 한다고 밝혀 반향이 컸다. 대선 당시 더불어민주당이 해양수산부를 부산으로 이전한다고 해, 마치 가덕도신공항 건설 같은 방식이 되풀이되는 것 같아 속이 꽤 불편했을 전남인이다. 부산과 영남인의 표를 얻기 위해서는 바다를 메꾸고, 산도 이동시켜야 할 만큼 중차대한 일이었을지 모르나 정권 창출의 장본인 호남인은 벙어리 냉가슴 앓듯 해야 했다. 이를 한 방에 날려줄 만큼 통쾌한 선언이 ‘기후에너지부 나주 유치’다.

 아직 정부 국정기획위원회에서 밑그림을 완성 중이어서 기후에너지부가 어떻게 꾸려질지 확실치 않다. 항간에는 환경부의 기후 업무와 산업통상자원부의 에너지 조직을 떼 설립한다는 게 대체적 시각이다. 하지만 호남인에게 신설보다 더 중요하게 여겨지는 것이 입지다.

 “전남이 기후변화의 최전방”

 정부 부처 집적화와 연결성, 소통을 위해서는 세종이 그럴싸하나 어디 정부 부처가 그렇게 해서만 세워지고 하는가.

 정치적으로 얼마든지 이동 가능한 것이다. 그렇다고 나주에 들어서는 것이 정치성이고, 과학성과 합리성은 해당되지 않는다는 얘기가 절대 아니다.

 오히려 나주에 위치한다면 과학성과 합리성에, 정치성이 덧붙여져 다 충족시키는 형태가 될 것이다. 김 지사가 설파했듯 “전남이 기후변화의 최전방”인 까닭이다.

 “전남은 재생에너지 잠재량이 1176GW로 전국 7333GW의 16%를 차지하며 전국 1위다. 지구온난화, 해수면 상승, 태풍, 가뭄 등 기후위기의 최일선에서 기후변화 해결책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나주에 한전, 전력거래소, 한전KDN 등 에너지 공기업이 입지해 협업에도 유리하다.”(김 지사 입장문 중)

 부산으로 해수부가 이전하는 것이 100% 과학성과 합리성에 의해 결정된 것인가. 호남인은 이제 좀 솔직해질 필요가 있다. 정권 창출에 뛰어든 것이 뭔가 반대급부를 위해 한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적선 차원에서 한 것도 아니지 않은가.

 기후에너지부 신설은 미래 국가 발전을 위해서도 매우 바람직스러운 일이며, 전남 미래 발전을 위해서도 매우 긴요한 것이다.

 전남도, 공무원들에게만 맡겨 둘 것이 아니라 지역 정치인과 관계 단체, 지역민이 한데 목소리를 내야 한다. 떼를 써서라도 반드시 기후에너지부를 가져와야 한다. 나주 혁신도시에 기후에너지부가 들어서 공무원뿐 아니라 유수 기업인, 해외 전문인이 이곳 땅을 밟게 해야 한다.

정진탄 전남본부장 겸 선임기자.
정진탄 전남본부장 겸 선임기자.

 정진탄 전남본부장 겸 선임기자 chchtan@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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