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양·장성, 행정 경계 넘어 관광 활성화 협약 체결
7월부터 관광 인증·소비 이벤트…상호 방문 유도
생활인구 늘리는 ‘교류 관광’ 지방 소멸 대응 실험
지자체 간 경계를 넘어서는 관광 협력이 본격화된다. 전남 담양군과 장성군이 손을 맞잡고 양 지역을 연계하는 교류 관광을 시작한다. 각자의 관광자원을 공유하고, 외지 관광객 유치를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와 생활인구 확산을 함께 꾀하겠다는 복안이다. 단순한 협약을 넘어, 실질적이고 지속 가능한 상생 전략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관련기사] [지자체들 상생 관광] 광주 ‘선넘는 여행’
[관련기사] [지자체들 상생 관광] 강·해·영 프로젝트
[관련기사] [지자체들 상생 관광] 강진 반값여행 재개
26일 담양군과 장성군에 따르면, 양 지자체는 지난 20일 장성군청에서 ‘관광 활성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날 협약식에서는 담양군이 장성군에 고향사랑기부금 100만 원을 전달하며, 상호 우호의 뜻을 더했다.
담양과 장성은 차로 10~20분 거리로, 주민들의 일상적 왕래도 잦고 문화·생태 환경도 유사하다. 행정구역은 다르지만 생활권은 이어져 있는, ‘생활권 공유형 이웃 지자체’라고도 볼 수 있다. 이번 협약은 이런 현실적 특성을 반영해 관광객들도 자연스럽게 두 지역을 오가며 체류하고 소비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에서 시작됐다.
협약의 골자는 양 지자체가 관외 거주 관광객을 대상으로 교차 소비를 유도하는 이벤트를 각각 진행하고, 나아가 공동 여행상품과 축제 협력까지 도모하겠다는 것. 본격적인 실행은 오는 7월부터다.
담양군은 ‘담장 넘어, 우리 함께 여행할래?’를 슬로건으로 내걸었다. 장성군 관광지를 방문하고, 담양 내 식당이나 카페에서 3만 원 이상을 소비한 관광객에게 기념품을 제공한다. 장성군 역시 ‘go!go! 쏠쏠한 여행 장담할게’라는 타이틀로, 담양 관광지 방문과 장성 내 소비를 연계한 이벤트를 추진한다.
두 군의 방식은 동일하다. 지정된 관광지 중 1곳에서 인증 사진을 찍고, 같은 날 해당 지역의 외식업소에서 3만 원 이상을 소비한 후 영수증과 사진을 해당 센터에 제시하면, 1인 1회에 한 해 기념품을 받을 수 있다. 담양은 관광정보센터에서, 장성은 장성역 여행자플랫폼에서 기념품을 제공한다.
지정 관광지는 지역의 대표 명소들이다. 담양은 죽녹원, 메타랜드, 한국대나무박물관, 가마골생태공원, 담양호 용마루길, 소쇄원, 한국가사문학관, 금성산성 등 8곳이다.
장성은 백양사, 축령산 편백숲, 장성호 관광단지, 홍길동 테마파크, 필암서원, 황룡강 정원, 상무평화공원, 평림댐 장미공원 등 8곳이 포함됐다.
담양군 관광과 관계자는 “단순한 행정적 인접이 아니라, 월산면과 백양사 일대처럼 실제 생활권이 겹치는 경계 지역이 많다”며 “이번 협약은 그런 현실을 반영해 양 지역 관광을 실질적으로 연결하려는 시도”라고 설명했다.
장성군 관광과 관계자도 “그동안 가까운 거리임에도 불구하고 관광 측면에서 서로 연계한 사례가 없었다”며 “지금까지는 각자도생이었다면, 이제는 공동 홍보와 상품 기획을 통해 상생 모델을 만들자는 취지”라고 말했다.
두 지자체는 이번 협약을 시작으로 협력 범위를 점차 넓힐 계획이다.
장성군은 “7월부터 본격 시행해 향후 여행상품을 개발하고, 담양 축제에 장성이 참여하거나 장성 행사에 담양이 참여하는 방식으로 협업할 것”이라며 “같이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드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이 협력은 관광 진흥을 넘어 지방소멸 대응 전략이기도 하다.
담양과 장성 모두 인구감소지역으로 지정돼 있는데, 외지 관광객 유입을 통해 일시적 체류 인구 이른바 ‘생활인구’를 확대하고, 외부 유입을 통한 소비 확대가 절실한 상황이다.
특히 담양군은 전남 도내에서 생활인구 감소율이 가장 높은 지역으로 꼽힌다.
장성군 관계자는 “인구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외부 사람들의 발길을 늘리는 게 중요한 상황이다. 관광, 협약, 공동 홍보는 단지 지역 알리기가 아니라 생존 전략”이라며 “이번 협약은 관광을 매개로 한 지방소멸 대응”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담양군은 조건을 충족한 관광객에게 마스크팩을, 장성군은 장우산을 제공할 계획이며, 기념품이 소진될 경우 다른 혜택으로 대체할 계획이다.
박현아 기자 haha@gjdrea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