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 이재명 대통령 주재 타운홀미팅 이후 지역사회 내부가 시끄럽다. 지자체장들에 대한 실망감 표출이 주를 이룬다.
기자도 이 같은 실망감에 동조하면서 한가지 지적되지 않고 있는 점을 우려한다.
타운홀미팅 품평회 중 대부분 이재명 대통령에게 거의 100점, 지자체장들에겐 수준 이하의 점수를 주는데, 이게 온당하냐는 것이다. 좀 진중하게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우선 얘기 하나 해보자.
#전남 농어촌마을 한 가정에서 빚내 농사짓고, 소 팔고 해서 자식의 학비를 댔다. 이런 뒷바라지에 힘입어 자식은 유명 대학을 나오고, 누구나 우러러보는 직업과 사회적 지위를 얻었다.
이제 그 자식이 금의환향해 부모 은혜에 대한 보답으로 무엇을 해주면 좋겠냐고 묻는다. 자신이 먼저 금반지 하나를 준비해왔다고 하면서 말이다.
이에 부모는 기쁘고 행복하지만, 얼른 대답하지 못한다. 물론 해줬으면 하는 것은 없지 않지만, 말이 잘 안 나오고, 무엇보다 그런 은혜 베품에 익숙하지 않아 그런다.
한데 자식은 부모가 속 시원히 말을 못 하는 것에 실망하며 탓하거나 원망한다.
이번 타운홀미팅을 보며 가진 기자의 생각이다. 딱 들어맞는다고 할 순 없지만 비교해볼 만 상황이 아닌가 한다.
부모가 자식 뒷바라지해오듯 이번 국민주권정부 탄생을 위해 호남이 무진 고생을 했다는 것은 천하가 아는 일이다.
이번 대선뿐 아니라 앞서 불법 비상계엄 대응, 그 전엔 오랜 민주화 운동으로 헌신해왔다. 과거의 그런 정신이 오늘의 대한민국을 만들었고, 지금도 그렇게 되뇌고 있다.
한국 민주주의 건설이란 정치적 당위성을 주장하는 데 온몸을 바쳐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경제적 실용성을 배우고 체득할 시간이 충분치 못했고, 그럴 계제도 많지 않았다.
그런데 이제 와 실용적 전남, 광주를 상정한 뒤 필요한 게 있으면 말해보라 들어줄 테니, 이런 방식이 온당한 일인가. 단번에 그렇게 될 일인가.
전남과 광주는 산업화 시대에 소외와 차별, 현대에 들어서도 영남권(가덕도신공항 건설·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 유치 양보·해수부 이전 등)에 비해 차별적 대우를 받는다.
무슨 말이냐 하면 국토 서남권은 분절적 발전을 겪어왔으며, 경제적 혜택을 온전히 받지 못했다는 얘기다.
다시 말하지만, 전남과 광주는 부모가 마치 거의 모든 생애를 자식의 성공과 미래를 위해 쏟아왔듯 역사적으로 이른바 구국의 결단을 반복해왔다.
그런데 갑자기 무엇을 해주면 되겠느냐는 베품의 자리를 맞아, 무엇을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모르는 건 어쩌면 당연하다.
그런데 자식이 이를 핀잔하자 돌연 “우리가 못난 부모다”하고 가슴 치며 자괴감, 죄책감을 갖는 게 적절한가.
물론 부모라고 해서 쏟은 정성만으로 모든 상황의 정당성을 확보할 순 없지만, 그럼에도 은혜 보답에 나선 자식이라면 부모의 고생과 역경을 살펴 분위기를 만드는 게 먼저일 것이다.
부모는 그동안 무조건 자식을 잘 키워야 한다는 당위성만이 있었지, 언제 그 자식이 보답해줄 때를 생각하고 실용적 답변을 준비해 놓은 게 아니다.
이 대통령은 정부가 무엇을 어떻게 해주면 되느냐고 했고, 그 자리에서 전남·광주 지자체장들이 속 시원히 대답하지 못 했다. 이 때문에 비판을 받고, 말이 많다.
정말 지자체장들이 원하는 게 없었을까. 이미 실무적으로 전남과 광주지역 현안, 정부 지원의 필요성을 대통령실에 서류로 넘겼다.
주지하는 것처럼 전남은 재생에너지산업, 에너지수도 건설 등이 있고 광주는 인공지능(AI) 국가시범도시, 국가 대표 모빌리티 도시 조성 등이 있다.
이런 현안사업을 새 정부에서 지속 관심을 두고 약속한 대로 지원을 잘 해주면 크게 부족하지 않다. 특별히 새로운 것을 말하지 않더라도 말이다.
물론 이 대통령이 이번에 준비해온, 이른바 ‘금반지’격인 군공항 이전사업 지원도 포함해서다.
이 대통령이 뭔가 디테일을 말하지 못한 지자체장을 탓하기에 앞서, 새 정부 탄생에 결정적 역할을 한 전남·광주 지역민에게 다양한 선물을 가져오지 못한 것에 대해 미안함을 표출하는 게 순리적이다.
“이것만은 해드리겠다”, “이번에 말씀을 다 하지 못한 부분이 있을 텐데, 서면으로 올려주면 적극 검토하겠다”고 말하는 게 비즈니스(실용성)를 충분히 경험하지 못한 지역과 지역민에 대한 배려일 것이다.
그럼에도 이번 타운홀미팅은 지역사회에 큰 숙제를 남겼다. 정치적 당위성을 넘어 경제적 실용성을 어떻게 키워나가야 할지 연구해야 한다. 서생적 문제의식뿐 아니라 상인의 현실감각을 확대해야 한다.
아마 지역민에게 타운홀미팅이란 말도 생소했을 것이다. 앞으로 팽배한 정치성을 비즈니스로 전환하는 일이 절실히 요구된다.
정진탄 전남본부장 겸 선임기자 chchtan@gjdrea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