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개월 협의 LH, 제시금액 턱없이 낮아”
LH “감정가 공정 산정, 준공 전 선금 요청 시 지급 가능”
LH가 청년임대주택 공급을 위해 민간 사업자가 지은 주택을 통으로 사들이는 턴키 방식의 ‘민간 신축 매입’에 대한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매입 약정 계약을 하기 전에 제시된 주택 감정가가 턱없이 낮아 민간 사업자가 사업에 선정되고도, 건축을 포기하는 일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LH가 제시한 감정가를 두고 이해관계가 상충돼 사업이 중단되면 LH가 재공고를 내야 하니, 정작 주거 취약계층을 위한 임대주택 공급 시기도 그만큼 느려질 수밖에 없다는 우려도 나온다.
본보에 이같은 사실을 제보한 민간 사업자 A 씨는 “LH가 최근 건물 감정가로 약 35억 원을 제시했는데, 시공사에 의뢰해 공사 원가를 추산해 보니, 비용만 40억 원이 넘을 것으로 추산됐다”며 “지난 수개월간 LH가 제시한 시공 가이드에 맞추려 설계 계획했는데, 매입 약정을 체결하기 전에 터무니없는 가격을 제시받아 계약을 망설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LH 광주전남지역본부는 “제시한 감정가는 LH가 임의로 산정하지 않고, 복수의 감정평가법인 평가로 정했다”며 “강제성이 있는 사업이 아니기 때문에 만약 사업성이 없다고 판단하면 계약을 안 해도 된다”고 말했다.
이어 “민간 건물을 매입하는 올해 목표 수량은 광주·전남 총 1165호고, 이중 광주 관내 청년임대주택으로 활용할 건물 매입 목표는 약 309호다. 만약 사업을 중도에 포기하거나 일정 수준에 적합하지 않은 사업자가 있으면 목표치를 채우기 힘들 수도 있다”면서도 “현재 꾸준히 민간 사업자 공고를 내고 있어 임대주택 공급에 차질이 빚어지지 않도록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본보는 지난 30일, 동구 궁동 24번지에서 LH의 ‘민간 신축 매입약정 방식’ 공모에 참여한 민간 사업자 A 씨를 만났다.
A 씨가 참여한 ‘민간 신축 매입 약정’은 LH가 직접 임대주택 건물을 짓거나 아파트 미분양 물량을 사들이지 않고, 민간 사업자가 직접 지은 건축물을 사들여 임대주택으로 활용하는 공모 사업이다.
쉽게 말해, LH가 무주택 서민을 위한 주택을 처음부터 대량 매입하지 않고, 일정한 입주 조건을 갖춘 건축물을 사들여 주거 취약계층에 빠르게 공급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LH가 사들인 주택은 19세부터 39세 사이 청년과 취업 준비생들을 대상으로 시중 시세의 40~50% 수준에서 공급, 청년임대주택으로 활용된다.
주거 취약계층을 위한 주거 복지 사업인 데다가 일정한 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판단한 A 씨는 지난해 10월, LH 공모 사업에 뛰어들었다.
이에 A 씨는 LH가 제시한 입주 유형에 맞는 오피스텔로 짓기 위해 지상 9층, 40호 규모(연면적 2097.87㎡)로 주택(동구 궁동 24번지)을 공급할 수 있는 신축용 설계 도면을 작성했다.
LH가 정한 시공 가이드라인인 표준 상세도에 맞춰 △세대별 평수 타입 평면 계획도 △입주자용 가구 규격 △배관 급수 △전기 통신 시설 규격 등을 LH가 원하는 방향으로 설계 계획을 짜서 협의, “최종 40호를 공급 가능하다”고 LH에 제시했다.
하지만 A 씨는 최근 LH 측이 제시한 ‘매입약정 체결 안내문’을 받아 보고 황당했다.
매입 예정가 총 50억 원 중 신축 건물 비용이 약 35억 원밖에 책정되지 않았다는 것.
A 씨는 “LH 규정에 맞게 신축하려면 최소한 40억 원 이상 들어갈 것으로 보이는데, 어떤 기준으로 감정가를 정했는지 모르겠다”며 “평가서를 보여달라고 요청했지만 보여주지도 않고, 거래사례 비교법에 의거해 정했다는데, 어떤 기준으로 정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큰 이윤을 얻겠다거나 혜택을 달라는 것도 아니다. 최소한 예측 가능한 금액을 제시해야지, 그간 8달 넘게 LH와의 협의한 게 수포로 돌아갈 수 있다”며 “만약 사업이 파기될 경우 LH가 새롭게 사업자를 찾아야 할텐데 이것이야 말로 행정력 낭비 아닌가”라고 주장했다.
이에 LH 광주전남지역본부는 본보와 통화에서 “심의를 통해 공정하게 매입 예정가를 산정했다”며 “또한 최종 매입가는 건축물이 준공되고 소유권이 이전돼야 2차 감정가를 토대로 확정한다”며 “현재 매입 약정 체결 전 단계이기 때문에 섣불리 말할 수 없지만, 매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민간 사업자에게 일정 금액을 선금이나 매입 약정금 형태로 지급할 수 있다”고 답변했다.
최문석 기자 mun@gjdrea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