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유예, 대기업은 회귀 친환경 정책 후퇴
광주도 예외 아냐…다시 ‘플라스틱’ 대세로
“익숙해지면 일상 된다”…‘선택’ 아닌 ‘책임’
종이빨대는 이제 카페에서 좀처럼 보기 어려운 풍경이 됐다. 한때 ‘친환경의 상징’으로 여겨졌지만, 소비자 불편과 정부의 규제 유예가 맞물리며 다시 플라스틱으로 돌아가는 분위기다.
최근엔 업계 1위 대형 프랜차이즈마저 ‘플라스틱 회귀’에 나서면서, 환경 정책 후퇴 논란에 불을 지피고 있다.
어렵게 쌓아 올린 환경적 합의가 흔들리는 사이, 방향을 잃은 정부 정책이 오히려 소비자와 업계의 혼란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스타벅스 코리아는 지난달 25일부터 전국 200여 개 매장에서 기존 종이빨대와 함께 식물 유래 소재의 플라스틱 빨대를 혼용해 사용하기 시작했다.
이는 사실상 플라스틱 빨대 사용 재개로, 향후 전국 확대 가능성도 열어둔 상태다.
스타벅스는 2018년 ‘단 하나뿐인 지구를 위한 약속’이란 슬로건 아래 국내 식품업계 최초로 종이빨대를 전면 도입한 바 있다. 그러나 도입 당시부터 젖거나 찢어지는 등 사용상의 불편, 실질적인 환경 효과에 대한 의문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그럼에도 스타벅스는 7년간 종이빨대 정책을 유지해오다 결국 방향을 튼 셈이다.
이번에 도입된 식물성 플라스틱 빨대는 사탕수수 등 비석유계 원료로 만들어졌지만, 완전 분해에는 수년 이상이 걸려 실제 환경적 이점은 제한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스타벅스가 처음 종이빨대를 도입했을 당시, 여러 프랜차이즈와 개인카페들이 뒤따르며 사회 전반의 흐름을 바꾸기도 했다는 점에서, 이번 회귀가 단지 하나의 브랜드 결정이 아닌 전체의 흐름을 바꿔놓을 수 있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환경단체는 “계도 기간이 무기한 연장됐을 뿐 여전히 금지 품목인데도 이를 다시 도입하기로 한 것은 황당한 결정으로, 환경부의 줏대 없는 1회용품 규제에 대한 결과”라고 비판했다.
당초 환경부는 2022년 11월부터 커피전문점·패스트푸드 매장에서 플라스틱 빨대와 젓는 막대 사용을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자원재활용법 시행규칙에 근거한 조치로, 2030년까지 플라스틱 폐기물 20% 감축을 목표로 했다.
정부는 1년간의 계도기간을 거쳐 2023년 11월부터 본격 단속에 나선다는 방침이었지만, 소비자 불편과 자영업자 반발이 이어지자 단속은 무기한 유예됐다. 이후 2025년까지도 별다른 제도적 진전 없이 사실상 규제는 사문화된 상태다.
문재인 정부 당시 강화됐던 일회용품 사용 규제는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면서 유보와 연기를 반복하며 혼선을 빚었다. 환경부는 “현장의 혼란을 고려한 조치”라고 설명했지만, 환경단체는 “정부가 스스로 사회적 합의를 무너뜨렸다”고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은 광주지역에서도 확인된다. 광주 내 개인카페 상당수는 종이빨대 사용을 중단한 상태다.
첨단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이모 씨는 “한때 종이빨대를 계속 구비해야 하나 고민했지만, 막상 사용해 보니 금방 흐물흐물해지고 음료 젓기도 어려웠다”면서 “손님들이 다시 빨대를 요청하는 경우도 많아 오히려 더 낭비가 되는 건 아닌가 싶어 소진 이후 사용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일부 대기업 프랜차이즈에서는 종이빨대를 유지하고 있다.
광주지역 A 대형 프랜차이즈 직원은 “회사 방침에 따라 종이빨대를 제공하고 있다”며 “과거에는 플라스틱 빨대를 찾는 손님이 많았지만, 이제는 단골들은 익숙해진 모습”이라고 전했다.
종이빨대도 결국 익숙해질 수 있는 문제라는 주장도 나온다.
김종필 광주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사회적 합의로 추진된 일회용품 감축 정책이 소리 없이 무너지고 있다”며 “규제의 일관성과 강제력이 없다면 기업도, 소비자도 지속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불편함은 낯설기 때문에 생기는 것이며, 익숙해지면 그것이 곧 일상이 된다”며 “정부가 일관된 규제를 통해 사회적 책임을 이끌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현아 기자 haha@gjdrea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