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3주년 기자회견 하는 김대중 전남도교육감. 전남도교육청 제공
취임 3주년 기자회견 하는 김대중 전남도교육감. 전남도교육청 제공

‘3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이재명 대통령 취임 30일 기자회견이 있었다면, 남악 신도시에는 김대중 전남도교육감 취임 3주년 기자회견이 있었다.’

이렇게 규정해도 좋을 만큼 김 교육감의 회견장에는 취재진이 넘쳤다. 이날 도교육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회견장에 일부 공무원을 포함해 수백 명이 몰렸다.

물론 이 대통령의 회견과 비교하는 게 객쩍을 수 있겠으나 열기가 더 뜨겁지 않았을까 했다.

이 대통령은 새 정부의 주요 정책 방향, 김 교육감은 남은 1년 전남교육 주요 정책 방향에 관해 말하고,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는 자리였다.

전남교육의 대전환을 외치는 김 교육감의 설명과 답변은 하나로, 즉 글로컬 교육으로 통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는 변방의 촌뜨기 학생이 인공지능(AI)과 같은 첨단기술을 통해 세계 곳곳과 소통하며 글로벌 학생이 될 수 있다는 교육으로, 이를 위한 확장사업이 이번 회견의 주된 내용이다.

김 교육감의 전체적 캐릭터는 잘 모르지만 이번 회견을 보며 매우 진솔하며, 교육철학이 뚜렷한 분이구나 하는 것을 강하게 느꼈다.

“수능 하면 정말 전남교육의 입장에서보면 한 맺힌 얘기입니다. 과거 개천에서 용 난다는 말은 우리 전라도를 두고 한 말이지요.”

김 교육감이 현 입시체제, 수능제도 변화 필요성을 얘기하며 단도직입적으로 건넨 말이다.

“전남교육의 청렴도 또한 입에 올리기도 쉽지 않습니다. 최하위인데, 이건 억울하지만 어쩔 수 없습니다. 이 문제는 교육의 자존심이고, 아무리 교육을 해도 이 문제를 개선하지 않으면 교육을 믿지 못합니다.”

청렴도만큼은 전국 최고 등급으로 올려보려 한다는 의지를 드러내며 털어놓은 속내다.

사실 김 교육감은 지난 2월 기자와 인터뷰 때도 이 같은 솔직하고 단도직입적인 면을 숨기지 않았다. 전남외국어고에 대한 지역민의 실망감을 전하고 학교 미래를 묻자 이렇게 답했다.

“지역민의 기대만큼 못하고 있습니다. 실패했습니다. 지금 그 과정을 따지고 싶지는 않습니다. 명문이라고 하는 것이 학생들을 좋은 대학에도 보내야 하지만, 미래교육을 선도하는 곳입니다. 올해 안에 비전을 세워 발표할 것입니다.”

지금, 전남도교육감의 자리가 꽤 외롭겠다는 생각이다.

무엇보다 전남이 맞딱뜨린 학령인구 감소로 생존 교육을 모색하고, 이 과정에서 어렵게 찾아낸 글로컬 교육인데, 아직 초기여서 성공 여부를 가늠할 수 없어서다.

김 교육감 자신도 이날 회견에서 이렇게 고백했다.

“타 교육청이나 정부 정책에 없는 전남만의 학생교육수당, 2030미래교실, 외국인 학생 유치 등이 있습니다. 앞으로 1년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내년 재선에 도전할지 두 차례 물어봤을 때도 “이런 일에 성공해야 교육감 선거에 나간다는 말을 할 수 있다. 이것이 솔직한 제 심정”이라고 했다.

지금 추진하고 있는 교육 정책에 대한 지역민의 만족도 조사를 해보고, 평가가 나오는 내년 초에 지방선거 출마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그의 표정에는 비장감이 묻어났다.

교육감 자리에 외로움을 더하는 이유는 여러 전남교육의 열악함 극복, 특히 수능 점수로 재단되는 교육현실을 맞아 글로컬 교육과의 조화를 이뤄내기 간단치 않을 것 같아서다.

김 교육감 자신도 인정하듯 현 수능 체제가 바뀔 때까지 이에 맞춰 학생 성적도 올려야 하고, 전남교육이 쏘아 올린 글로컬 교육도 성공시켜야 하는 이중고 상황에 놓여 있다.

솔직히 이런 생각이 들었다. 수능 점수를 잘 받을 것으로 보이는 학생이 많다면 글로컬 교육의 2030미래교실 수업 진척도가 좀 빠르지 않을까 하는 것이었다.(이는 지극히 가정을 전제로 하는 말이며, 오해가 없었으면 한다.)

또 이런 생각도 들었다. 마치 역사발전 단계에서처럼 중간 매개과정이 충분히 전개되지 않고 미래의 것을 먼저 구현한다는 게 쉬울 수 있겠는가다. 쉽게 말해 산업화와 정보화를 두루 거치지 않고 갑자기 챗GPT로 넘어가는 비약적 기술사회를 대하는 것이다.

이런 대전환의 시기를 맞아 전남교육 수장으로서 말 못할 외로움이 있을 것이다. 이번 회견에서 보인 김 교육감의 솔직함은 지역민의 공감과 협력을 간절히 호소하는 목소리로 봐도 틀리지 않을 것 같다.

정진탄 전남본부장 겸 선임기자
정진탄 전남본부장 겸 선임기자

정진탄 전남본부장 겸 선임기자 chchtan@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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