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생 불결·식단 부실 “차라리 굶어” 잇따라
1인당 한 끼 식재료비 3년째 ‘2250원’ “당연한 결과”
광주 시내버스 운전원들의 식사를 책임지는 기종점 식당들의 식사 환경이 열악하다는 문제가 다시 불거졌다. 부실한 식단과 비위생적인 조리 환경에 “차라리 굶는다”는 운전원들의 목소리가 곳곳에서 이어진다.
최근 본보에 “광주 시내버스 기종점 식당의 위생 상태가 심각하다”는 제보가 들어왔다. 조리 도구에 녹이 슬고 기름때가 껴 위생 상태가 우려할 수준이고, 특히 무더운 여름철 식중독 위험까지 높다는 내용이었다.
제보를 확인하기 위해 9일 오후 광주의 여러 시내버스 기종점을 찾아가봤다. 점심 식사를 마치고 휴식을 취하고 있던 운전원들은 ‘식당 상태가 괜찮느냐’는 물음에 곧바로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리고는 곳곳에서 말이 쏟아져나왔다. “말도 못하죠.”, “한 번 가보시면 환상적일걸?”, “참말로 귀신 나올 정도여.”, “사람들이 밥을 못 먹고 일해요.”, “파리가 드글드글한 데서 밥 먹어봤어요?”, “기사들이 밥을 못먹겠다 하니까 오죽하면 빵이나 음료수를 팔겠어요.”
너도나도 참아왔던 말들이 툭 터져나오듯 운전원들은 입을 모아 불만을 토로했다. 광주 시내버스 식당은 곳곳에 있지만 식단은 모두 같다. 고기 반찬이 나오는 건 한 달에 한 두 번 수준이라 “순 풀떼기”라는 운전원들의 푸념이 끊이지 않는다.
하지만 부실한 반찬보다 그들을 배곯게 하는 요인은 따로 있었다. 한 운전원은 “저녁에 밥 먹으러 가면 음식이 없어요. 모자라면 추가로 해주는 곳도 있긴 한데 늦게 가면 못 먹는 경우도 많지”라고 말했다.
또 다른 운전원은 “식단이 짜여져 있지만 의미가 없어요. 전날 저녁에 동태국을 먹었는데 다음 날 아침 식사 국에 그 동태국이 섞여있더라고. 음식 재사용하는 것도 허다한 것 같아요”라고 밝혔다.
최근엔 ‘커피값’도 뜨거운 감자다. 이달부터 시내버스 종점에 있는 자판기 커피 값이 300원에서 500원으로 오른 것. 부실한 식사도 참고 먹고 있는데 커피값마저 오르니 서러움은 터져나왔다. “안 먹고 말겠다”는 운전원들 입장에 다시 400원으로 낮춰지긴 했지만 빈정이 상할 대로 상해 버린 상황이다.
운전원 A 씨는 “운수업을 하는 회사에서 기사가 먼저지 사무직이 먼저는 아닌데 준공영제가 돼도 기사들을 하나의 기계 부품으로 보는 것 같아요”라며 “한 사람 빠지면 한 사람 채우면 된다는 식인 것 같아서 개선이 안되죠”라고 한탄했다.
그러나 이 모든 문제들의 근간엔 결국 ‘돈’ 문제가 있다. 현재 광주 시내버스 종사자들을 위해 광주시에서 지급하는 식대 보조금은 1인당 4000원. 물가는 물가대로 오르는 상황에 보조금은 2022년 이후 오르지 않고 제자리에 머물러 있다.
이 중에서도 재료비로 쓰이는 돈은 단돈 2250원, 나머지 1750원은 직원들의 인건비와 수도세, 전기세, 가스비 등 운영·관리비로 쓰인다. 한 끼 당 2250원으로 차린 식사의 질이 높을 수는 없는 실정이다.
마찬가지로 운영·관리비가 높은 것도 아니기에 식당을 운영하는 업주 입장에서도 인력을 더 쓸 수도 없다. 위생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 또한 이와 무관치 않은 상황이다.
같은 보조금 4000원이 지원되고 있음에도 식당별 편차도 크다. 식수 규모가 100대 이하인 소규모 기종점 식당들의 경우 운영비도 그만큼 적게 지원받기에 환경이 더욱 열악해지고마는 것.
하루 100명 대 식사를 준비한다는 한 기종점 식당 직원 B 씨는 “새벽 3시에 출근해서 밤 늦게 퇴근하면 발에 실핏줄이 다 터져있을 정도로 일해요. 둘이서 준비하니까 쉴 틈 없이 바쁘죠. 지원이 더 필요하다고 호소해봐도 시에서 더 보조금을 안주는데 저희가 어떡하겠어요”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부실한 재료에 질 떨어지는 식사, 열악한 위생 환경은 결국 제자리인 보조금 문제로 귀결된다.
이에 대해 광주시 관계자는 “운수 종사자 처우 개선 문제이기에 올해 임금·단체협상에서도 제기돼 이달 중 혁신위원회를 통해 식당 보조금 인상 문제도 논의할 계획이다”며 “식재료비가 더 인상이 많이 돼야 식사의 질이 높아질 수 있을 거라 생각하며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유시연 기자 youni@gjdrea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