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희 광주전남녹색연합 생태보전위원장
박경희 광주전남녹색연합 생태보전위원장

 기다리지 않아도, 피하고 싶어도 무언가를 또 누군가를 맞이해야만 하는 때가 있다. 두 팔 벌려 기꺼이 환영하는 상황이 아니라 피할 수 없어 어쩔 수 없이 맞이해야 하는 상황은 늘 곤혹스럽다. 특히나 그 상황을 만든 책임의 일부가 자신에게 그 무게는 더 크게 다가온다.

 요즘 전국을 강타하고 있는 푹푹 찌는 찜통더위가 바로 그렇다. 여름의 시작인 6월부터 폭염 특보가 연일 이어지니, 7월과 8월은 어떻게 견뎌야 할지 벌써부터 걱정이 앞선다. 더위는 한낮에만 그치지 않는다. 밤에도 이어지는 열대야에 잠 못 이루는 사람들이 곳곳에서 하소연을 쏟아낸다. 밤낮을 가리지 않고 이어지는 더위에 모두가 지쳐가고 있다.

 2025년, 전 세계는 폭염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인도는 겨울철인 2월부터 발생한 이상폭염이 6월까지 이어지면서 폭염으로 인한 온열질환 사망자가 100명을 넘어섰다. 유럽 역시 심각하다. 스페인은 46도, 프랑스 파리 40도에 달하는 폭염을 겪고 있고, 극심한 건조로 인한 대형 산불이 잇달아 발생하고 있다. 이탈리아 로마에서는 전력 수요 급증으로 정전 사태가 발생하며 에너지 위기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산업화 이전보다 1.55도 상승

 이미 2024년 지구의 평균 기온이 산업화 이전(1850-1900년)보다 약 1.55도 상승한 것으로 관측되었다. 이는 2015년 파리기후변화협약에서 세계 각국이 합의한 ‘1.5도 상승 제한’ 목표를 처음으로 넘어선 기록이다. 폭염은 이제 단순한 이상기후가 아니라 기후변화의 직접적인 결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광주지방기상청에서 발표한 자료(2025. 7. 4.)에 따르면, 올해 6월 광주·전남 평균기온은 22.9℃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였다. 6월 19일에는 역대 가장 이른 열대야가 발생했다. 이제는 ‘역대 1위’, ‘최고 기록 경신’이라는 소식이 더 이상 놀랍지도 않다. 해가 갈수록 폭염도, 홍수도, 가뭄도 그 정도가 심해질 것이라는 예감을 우리 모두가 이미 공유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앞으로의 세상이 지금보다 더 나은 세상이 아니라, 더 힘들고 어려운 세상일 것임을 의심치 않는 마음이 어느새 우리 안에 당연하게 자리를 잡고 있다. 참으로 서글픈 일이다.

 기후위기와 폭염 시대, 도시라는 공간에서 밀집해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의 삶은 더욱 위태롭다. 도시 열섬 현상은 도심의 기온을 주변보다 훨씬 높게 만든다. 빽빽하게 들어선 건물, 열을 흡수하는 아스팔트, 끊임없이 돌아가는 에어컨은 도시에 열을 가두고 식히지 못하게 한다. 해가 져도 식지 않는 더위는 열대야로 이어지고, 이는 고스란히 시민들의 건강과 삶의 질을 위협한다.

 이런 도시에서 우리가 폭염에 맞서기 위해 반드시 주목해야 할 해법 중 하나가 바로 녹지공간이다. 녹지는 단지 보기 좋은 풍경이나 잠시 쉬어가는 쉼터가 아니다. 녹지는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핵심 인프라다. 나무와 식물은 햇빛을 흡수하고 주변 온도를 낮추며 증산작용을 통해 자연스러운 냉각 효과를 만든다. 녹지는 도시의 온도를 낮춰주는 핵심 공간이며 시민들에게 생태적 회복력을 선사한다.

 녹지는 이제 생존의 조건

 녹지는 생존의 조건이다. 지금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폭염은 단지 올해만의 문제가 아니다. 기후변화가 가속화되는 이상, 앞으로는 더 자주, 더 강하게 찾아올 것이다. 이 불가피한 현실 앞에서 도시는 더이상 콘크리트와 철근만으로 버텨낼 수 없다. 지금 우리에게는 아파트가 아니라 숲이 필요하다.

 광주군공항 이전 문제가 정부 국정과제로 확정되면서 정부 주도 TF가 구성되고 논의에 속도가 붙고 있다. 군공항이 이전하면 250만 평 부지가 남는다. 250만 평 중 100만 평은 숲으로 조성하여 후손에게 물려주자는 ‘백만평 광주숲’ 운동이 전개되고 있다. 녹지공간은 도시에 생명력을 불어넣는다. 그리고 그 생명력은 단순한 푸르름을 넘어, 우리가 더위와 싸우고, 회복하고, 살아갈 수 있는 기반이 된다. 더 늦기 전에 도시의 구조를 다시 생각해야 한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반드시 녹지공간이 자리잡아야 한다. 광주의 미래를 위해 ‘백만평 광주숲’이 필요한 이유이다.

 자연은 우리 생존의 바탕이다. 그리고 그 바탕이 튼튼해야 우리가 앞으로도 살아갈 수 있다. 이 너무도 당연한 진실을, 우리는 결코 잊지 말아야 한다.

 박경희 광주전남녹색연합 생태보전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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