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붙잡을 먹고 즐길 ‘거리’ 필요”
“점포 대다수 상인 고령화, 품목도 보세 중심 한계”
금남로 지하상가의 침체가 어제 오늘일이 아니지만, 쇠락의 역사를 누구보다 잘 아는 이가 있다.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지하 한켠의 작은 공간에서, 20년간 비즈 공예품(구슬을 꿰 만든 공예)을 손님들에게 판매해온 점포 심현정(58) 사장이다.
심 씨에겐 금남로 지하상가는 ‘애증의 공간’이다. 이곳은 20년을 함께 지내온 친구같은 친숙한 공간이면서도 지하로의 손님들 발길이 점차 줄어드는 모습을 봐온 산증인이기 때문이다.
심 씨에게도 꿈이 있었다. 그저 오랜 세월, 내가 좋아하는 공예품을 손님들에게, 사시사철 취향에 맞게 선보이며 알뜰살뜰 살아내리라는 소박한 것이었다. 어느 누구처럼, 평범한 상인들과 같은 마음가짐이었다.
그렇게 심 씨가 지하상가에 처음 가게를 차린 건 지난 2004년 때였다. 알뜰히 모은 종자돈을 투자해 상가 2공구에 가게를 차렸다. 가게에는 공예 중 각종 유리 구슬을 활용한 ‘비즈 공예품’을 주로 팔았다. 아기자기한 구슬을 꿰 만든 공예품은 수예품이나 가방, 장신구 액세서리에도 활용 가능한 만큼 활용도가 높아 손님들에게 인기가 많았다.
이외에도 심 씨는 오스트리아의 스와로브스키사가 만든 크리스털 정품 공예품을 판매하며, 손님들의 발걸음을 붙잡았다. 지금도 가게 천장과 전시대에는 작지만, 알록달록한 크리스털 목걸이와 팔찌를 비롯해 여름용 스카프, 가방 등이 가득하다.
심 씨는 “20년 전 만해도, 일주일에 많으면 2~3번 단골 거래처에 꼬박꼬박 전화 넣어 원하는 제품 크기와 컬러를 말하면 입고할 만큼 찾는 손님들이 꽤 있었다”며 “지금은 소품 위주로 품목이 바뀌긴 했지만, 여전히 중장년 여성들에게 인기 있는 크리스털 제품을 다수 판매하고 있다”고 말했다.
묵묵히 장사해온 심 씨의 일상에 작은 변화가 생겼다. 2공구 근처에 공연장을 만든다는 말을 듣게 된다. 고민 끝에 심 씨는 권리금 수천만 원을 들여 2015년, 인근 2공구로 더 넓은 가게를 옮겼다. 지금 동구청이 조성한 어린이복합문화공간 ‘빛나는 아이나라’ 인근이었다. 가게 평수만 약 12평에 달해 손님들이 여유로이 둘러본 넉넉한 가게였다.
하지만 그때뿐이었다. 동구청이 2공구 빈 점포를 리모델링해 어린이 미디어아트 복합시설 ‘빛나는 아이나라’를 조성한다는 계획을 내놓으면서 반 쫓겨나다시피 나오게 됐다. 가게 이전에 따른 보상금이 쥐어졌지만, 턱 없이 모자랐다.
심 씨는 “지금 생각해보면, 가게가 컸지만 ‘상권을 살리겠다’는 동구청의 계획에 떠밀려 나오다시피 이전하게 됐다”면서 “여전히 금남로 지하상가 상인들이 바라보기에는 지상의 손님을 유입시키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토로했다.
금남로 지하상가 상인회 부회장이기도 한 심 씨가 바라본 금남로 지하상가는 지상과 단절된 상권이다. 지상인 문화전당역에서의 집회나 행사 소리가 지척에 들리지만, 무슨 행사인지 모를 때가 많고, 인파가 이곳으로까지 유입되지 않는다.
취급 품목들도 다른 상권과 차이가 난다. 전체 상가 약 80%가 중장년층을 겨냥한 보세 품목이고, 2공구도 구제옷 가게가 많다.
지상에서의 고객 유입과 활성화를 바라는 마음은 상인들이 누구보다 간절하다. 지상의 사람들이 오게 하는 게 당면한 과제였던 상인들은 대전·인천 등 선진 지하상가 견학도 가보며, 개선점을 광주도시공사에 요청했지만, 돌아온 답은 정해져 있었다고 한다.
심 씨는 “사람들이 오려면, 붙잡을 수 있는 ‘거리’가 필요하다. 마실거리, 먹을거리가 있어야 한번이라도 둘러보고 쇼핑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진다”면서 “동구가 미디어아트를 최초 구상할 때 음료를 마실 수 있는 카페테리아 공간도 함께 마련한다고 들었는데, 구청장에게 물어보니 없어졌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누구보다 상인들의 말을 잘 귀담아 들어야 하는 광주시도시공사도 상권 활성화를 위한 방안을 잘 반영하지 않고, 관리를 잘 못해 상권이 더 쇠락한 면도 없지 않아 있다”고 주장했다.
심 씨를 비롯한 상인회는 쇠락하는 상권을 다시 살리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상인회는 지난 2017년부터 수공예 작품을 만드는 광주지역 수공예 작가(셀러)들을 섭외해 한달에 한번씩 로드마켓을 만남의광장에서 열고 있다.
그는 다시 금남로 지하상가가 편하게 왔다, 놀다가는 친구같은 공간이 되기를 바란다.
심 씨는 “보다 젊은 상가, 보다 활력 있는 상가로 거듭나려면 우선 사람들이 편하게 접근하고, 많이 유입될 수 있는 쇼핑공간이 돼야 한다”면서 “이미 대다수 상인도 고령화돼 변화의 흐름에 바로 편승하기는 어렵다. 상인회도 꾸준히 활기 있는 상권으로의 변화를 계속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최문석 기자 mun@gjdrea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