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광주시민모임 폭염시기 노동환경 실태조사 발표
냉방장치 부족·폭염 교육 부재·불안정 고용 구조 등

24일 열린 광주쿠팡물류센터 노동환경 실태조사 결과 발표 기자회견 모습. 

 전국 쿠팡물류센터 노동자들의 잇따른 폭염 사망사고가 일어나고 있는 가운데 광주 평동산단 내 쿠팡 첨단물류센터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심각한 폭염에도 불구하고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광주쿠팡물류센터 노동인권 실현을 위한 광주시민모임(이하 쿠팡광주시민모임)’은 24일 광주광역시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물류센터 노동자 177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7월 2일부터 20일까지 온라인 설문 방식으로 이뤄졌으며, 호남 최대 규모인 평동 쿠팡물류센터의 노동환경 실태를 최초로 본격 조사한 사례다.

 설문조사 응답자 177명을 분석한 결과 2·4·5센터 근무자가 167명, 1·3센터(냉장 냉동식품을 취급하는 신선센터) 10명이 설문에 응답했다.

 조사 결과, 쿠팡 광주센터의 노동자 다수는 체감온도 30도를 넘는 환경 속에서 에어컨 없이 일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응답자의 66%는 선풍기만 설치된 장소에서 근무 중이라고 답했고, 3%는 에어컨과 선풍기 모두 없는 공간에서 일하고 있었다. 에어컨이 설치된 구역에서 일하는 노동자는 전체의 31%(에어컨만 3%, 에어컨+선풍기 28%)에 불과했다.

 “폭염 속 무방비…온도계도, 핸드폰도 없다”

 작업장의 온도에 대해 묻는 질문에 69%는 30도 이상이라고 응답했다. 특히 40도 이상이라고 답한 노동자도 4명(2%)이나 있었다. 그러나 전체 응답자 중 14%는 “온도를 알 수 없다”고 답했으며, 이는 현장에 온도계가 없고 휴대폰 사용이 금지돼 폭염 경보조차 확인할 수 없는 상황을 반영한 것이다.

 응답자들은 “선풍기가 설치돼 있어도 꺼져 있는 경우가 많다” “숨이 막힐 정도로 더운데도 왜 선풍기를 꺼버리는지 모르겠다”는 주관식 답변을 남기며 현장의 실태를 전달했다. 일부 노동자는 “가만히 서 있어도 땀이 흐를 정도로 덥고, 공정에 따라 습도가 높아 체감 온도는 40도가 넘는 것 같다”고 호소했다.

 10명 중 6명 “더위에 어지러움·두통 겪었다”

 더위로 인한 신체적 고통을 호소한 응답자도 적지 않았다. ‘어지러움·두통·식욕 저하 등 신체적으로 불편함을 느낀 적이 있다’는 답변이 전체의 59%에 달했다. 63%는 최근 폭염 기간에 대해 “매우 더워서 힘들었다”고 응답했다. 반면 “전혀 덥지 않았다”고 답한 4%는 모두 냉장·냉동 물품을 취급하는 ‘신선센터’ 소속 노동자들이었다.

 쿠팡 측이 지급하는 폭염 대응 물품도 부족한 실정이라는 응답이다. 얼음물·쿨조끼·냉찜질 팩 등에 대해 ‘제공되고 있으나 부족하다’는 응답이 절반(50%)을 차지했고, ‘충분하다’는 응답은 47%였다. 물은 대부분 근무 시간 중 자유롭게 마실 수 있다고 응답했다.

 안전교육도 제자리…“폭염경보에도 평소처럼 일”

 폭염 특보가 발령된 날에도 평소와 똑같은 휴게시간이 주어진다고 응답한 비율이 51%에 달했다. 반면 특보 시 평소보다 더 많은 휴식시간을 준다는 응답은 49%였다. 응급 상황에 대한 행동요령 교육 여부를 묻는 질문에는 “받은 적 없다”는 응답이 23%, “폭염 대비 안전교육은 없었다”는 응답이 25%로 나타났다.

 휴게시설의 경우, ‘충분하다’는 응답이 61%로 가장 많았지만, 38%는 ‘부족하다’고 답했다. ‘휴게시설이 아예 없다’는 응답도 1% 있었다.

 “정규직 1%뿐…불안정한 일터 노동조합 필요성 커져”

 이번 조사에서는 고용 형태의 불안정성도 확인됐다. 응답자의 62%는 일용직, 25%는 1년 이하 단기 계약직이었다. 무기계약직은 8%, 정규직은 단 1명(1%)에 불과했다.

 응답자의 73%는 “노동조합이 필요하다”고 응답해 노동자 스스로도 권리 보호의 장치가 필요하다고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쿠팡광주시민모임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광주 물류센터의 폭염 노동환경은 명백한 구조적 문제이며, 방치할 경우 산재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광주시는 책임 있는 관리 감독 주체로서 즉각적인 현장 실태조사와 냉방 장치 확충에 나서야 하며, 시민사회와 함께 정기 실사단을 꾸려 현장을 상시 점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민모임은 앞으로도 쿠팡과 광주시에 지속적인 개선 활동을 요구하고, 지역사회와 연대해 노동권 향상을 위한 캠페인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황해윤 기자 nabi@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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