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폭우가 광주를 덮친 바로 다음 날인 7월 18일, 광주광역시의회는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 선출을 두고 또다시 내홍을 겪었다. 수해 복구에 총력을 기울여야 할 시점임에도 본회의장은 자리다툼으로 얼룩졌고, 시민들의 기대는 또 한 번 무너졌다.
사실 이런 모습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지난해에도 교육문화위원장과 상임위원 선출을 둘러싼 갈등으로 선거가 파행을 겪은 바 있다. 이런 반복된 내부 갈등은 광주시의회가 민생보다 자리다툼에 더 몰두하고 있다는 비판을 낳고 있다.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연간 10조 원에 달하는 시정 및 교육행정 예산을 다루는 핵심 기구로, 지역구 예산 확보와도 직결되기에 의원들 간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
반면, 교육문화위원회의 경우 정치적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낮다고 평가되어 의원들 사이에서 선호도가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지난해에는 교육문화위원을 '제비뽑기'라는 초유의 방식으로 선출하고, 단독 입후보한 위원장이 두 차례나 낙마하는 등 극심한 갈등을 연출했다.
하지만 이러한 갈등이 교육행정을 바로잡으려는 의지에서 비롯된 것이라 보기 어렵다. 매입형 유치원 사업의 금품수수 비리, 이정선 교육감의 고교 동창 감사관 임용 및 채용 비리 등 중대한 사안들이 잇따랐지만, 교육문화위원회는 침묵으로 일관했다. 긴급 현안질의도, 청문회도 열리지 않았고, 일반 안건 처리 과정에서도 문제 제기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오히려 다른 상임위원회 소속 의원이 시정질문을 통해 일부 언급했을 뿐, 교육 비리를 가장 먼저 감시·견제하며 청렴도 향상을 이끌어야 할 교육문화위원회는 사실상 방관자 역할에 머물렀다.
특히 2024년 국민권익위원회의 청렴도 평가에서 광주시교육청은 2년 연속 종합청렴도 4등급, ‘청렴 체감도’는 전국 시·도교육청 중 최하위인 5등급을 기록했다.
이는 감사관 채용 비위 등 부패 사건이 언론에 잦은 빈도로 보도되며 시민들의 부정적 평가로 이어진 결과였으나, 교육문화위원회는 이에 대한 책임을 제대로 묻지도, 원인을 파헤치지도 않았다.
이쯤 되면 시민들은 묻지 않을 수 없다. 교육문화위원회를 선택한 이유가 교육청이 시청보다 다루기 쉬워서였던가? 혹은 같은 당(더불어민주당) 소속 시장과의 마찰을 피하기 위한 선택이었던가? 실제로 이러한 의혹은 언론 보도를 통해 제기된 바 있으며, 결코 가벼운 문제가 아니다.
시의회는 시민들의 ‘눈과 귀’가 되어야 한다. 시민이 궁금해하는 사안을 행정에 묻고, 그 답을 확인해 전달하는 것은 의회의 가장 기본적인 책무이다. 하지만 지금처럼 그 책임을 방기하고, 중대 교육 비리에 침묵으로 일관한다면, 광주 교육의 부패는 머지않아 통제 불능 상태에 이를 수 있다. 그리고 그로 인한 직접적인 피해는 결국 학생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갈 수밖에 없다.
최근 교육부 장관 후보자의 부적격 논란과 지명 철회 과정에서 나타났듯이, 교육 전반에 대한 시민의 청렴성과 도덕성 요구는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 이제 시의원들도 달라져야 한다. 임기의 끝자락에 서 있더라도, 남은 시정질문과 행정사무감사를 통해 교육청의 비리를 밝혀내고, 그에 합당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비리에 대한 침묵은 곧 동조다. 시의회가 본연의 역할을 외면한다면, 결국 시민들이 선거를 통해 냉정하게 평가하게 될 것이다.
박고형준 학벌없는사회를 위한 시민모임 상임활동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