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넬 불량…시공사·제조사 책임 회피
시공사는 부도·제조사 “우리 책임 아냐”

공장 사무실 비가 새어 바닥에 물이 차고 있는 모습. 건물주 제공
공장 사무실 비가 새어 바닥에 물이 차고 있는 모습. 건물주 제공

 광주광역시 광산구 진곡산업단지 내 한 신축 공장에서 시공 2년 만에 지붕 판넬이 심각하게 부식돼 누수가 발생했지만, 시공사 부도와 제조사 책임 회피로 피해 복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진곡산단 입주업체인 (주)광주프리텍이 피해 업체로, 관계자는 본보에 이같은 사실을 제보하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해당 공장은 2017년 ㄷ건설이 시공했으며, 지붕에는 ㅎ판넬 제품이 사용됐다. 그러나 2년 만인 2019년 지붕 철판이 빠르게 부식되며 빗물이 벽과 천장을 타고 사무실로 스며들었고, 바닥에 물이 고이는 피해가 반복됐다.

 건물주는 ㄷ건설에 하자 보수를 요청했지만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 2022년엔 ㅎ판넬 대표가 “조금만 기다려 달라, 책임지고 보수하겠다”고 약속했고, 관련 녹취록도 존재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2023년 1월에는 시공사와 제조사 관계자가 현장을 방문해 같은 취지의 보수를 약속했으나, 이후에는 아예 연락이 안되거나 조치를 외면하고 있다.

지붕 위 철판 붉은 띠의 녹이 번져 있는 상태. 일관되지 않은 자재 두께도 문제로 지적됐다. 건물주 제공
지붕 위 철판 붉은 띠의 녹이 번져 있는 상태. 일관되지 않은 자재 두께도 문제로 지적됐다. 건물주 제공

 건물주는 시공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승소했지만, ㄷ건설이 부도 처리되면서 보상받지 못했다. 이에 건물주는 제조사인 ㅎ판넬을 직접 찾아가 보수를 요구했지만, 제조업체 측은 “시공사가 자재 대금을 지급하지 않아 보수가 어렵다”고 답변했다.

 그러다 올 3월, “현장을 재방문한 제조업체 대표는 ‘판넬 자재에 문제가 있다’는 취지로 자재 불량을 시인했다”는 게 건물주의 주장이다. “제조업체 측에서 ‘얇은 자재를 사용해 부식이 발생했다’며 ‘다른 현장은 두꺼운 자재를 써서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는 것.

 건물주는 “애초 구조 안정성을 고려해 두꺼운 자재를 사용했어야 한다”며 “시공사와 제조사가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현실이 참담하다”며 토로했다.

 업계에선 “건물주 피해가 명확한 상황에서 시공·자재 업체가 책임을 회피하는 건 부당하다”며 “건축 자재 납품·시공 시 명확한 책임 구조와 품질 관리 기준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제조업체인 ㅎ판넬 측은  “10년이 다 됐다. 시공업체인 ㄷ건설이 시공을 잘못해서 빗물이 새는 것”이라면서 “우리는 자재만 납품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고훈석 기자 a01099928212@gmail.com

[드림 콕!]네이버 뉴스스탠드에서 드림투데이(옛 광주드림)를 구독하세요

저작권자 © 드림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