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완공 시설 올 여름 ‘임시 저류지’ 활용
5년 전 잠겼던 우산동, 최근 폭우땐 멀쩡
2020년 여름, 광산구는 물에 잠겨 큰 피해를 남겼다. 한밤중 하천 제방이 터져 마을 전체가 고립됐고, 도로 위에는 차량 수십 대가 물에 떠다녔다. 피해액 156억 6400만 원. 광산구 예산의 상당 부분이 복구비로 들어갔다. 주민들은 “여긴 장마만 오면 잠기는 곳”이라는 자조 섞인 말을 했다.
그로부터 5년이 지난 올 여름 2025년 7월, 같은 도시에선 같은 피해가 반복되지 않았다. 지난 7월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졌지만, 광산구의 피해액은 82억 2400만 원으로 지난 2020년 폭우 당시 피해의 절반으로 줄었다. 일부 지역은 ‘피해 제로’를 기록했다.
무엇이 이같은 차이를 만들었을까? 광산구의 자료를 토대로 기후 재난 시대 피해 최소화 방법을 공유한다.
본지는 광산구가 제공한 자료를 토대로 지난 5년 동안 진행한 ‘호우 피해 절감 프로젝트’의 내용과 효과를 분석했다. 광산구가 5년간 실시한 호우 피해 절감 프로젝트를 △저류시설 △배수펌프장 현대화 △하천 정비, 급경사지와 산사태 예방 △선제적 안전관리 행정 등 네 가지 분야로 나눠 들여다본다.
광산구 우산동. 2020년 장마철, 하루 90mm가 넘는 폭우가 쏟아질 때 이 지역은 주택 34채, 상가 11곳이 침수됐다. 하수 역류로 도로가 잠기고 담벽이 무너지고, 일부 주민은 지하실에 갇히기도 했다.
광산구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2021년 ‘우산지구 우수저류시설’ 사업을 시작했다. 사업 규모는 총 450억 원. 2026년 완공 목표로, 최대 8만 톤의 빗물을 저장해 시간당 85mm 강우에도 견딜 수 있도록 설계했다.
올해 공정률은 65.4%. 준공 전이지만 올해 장마철을 앞두고 광산구는 미완공 시설을 ‘임시 저류지’로 전환하는 지혜를 발휘했다. 저류 용량은 완공 시의 15% 수준에 그쳤지만, 올해 임시 가동하니 실제 빗물 1만 톤 이상을 흡수했다.
지난 7월 17일, 광주 곳곳이 물난리를 겪고 있을 때 우산동은 상대적으로 평온했다. 주민 김성호(62) 씨는 “예전 같으면 빗소리가 공포였는데, 올해는 마음이 놓였다”고 말했다.
광산구 관계자는 “저류시설은 물리적인 댐이 아니라, 시간과 여유를 주는 ‘방어막’”이라며 “홍수 대응에서 가장 중요한 건 빗물이 한꺼번에 쏟아져 들어오는 시간을 늦추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훈석 기자 a01099928212@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