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충우돌 중국차(茶)] (79) 금준미 그리고 동목관의 건달바
동목관에서 나는 홍차 가운데는 산운(山韻)으로 유명한 노총소종(老叢小種)이 있다. 동목관의 온화하고 습윤한 기온과 비옥한 토양은 차나무가 자라기 적합한 환경이다. 정산소종과 다른 점은 정산소종은 신선한 찻잎을 채엽하여 소종홍차의 제다법으로 완성한 것이기에 차나무의 수종에 따른 요구사항이 엄격하지가 않은 면이 있다.
반면, 노총소종의 모수는 기본적으로 50년 이상 생장한 소교목 노수의 찻잎을 사용하고, 이러한 종류의 차나무를 노총(老叢)이라고 부른다. 차를 우리면 탕색은 매끄러운 홍색이고, 목질감(木質感)이라고도 부르는 독특한 이끼향에 순후(醇厚)한 구감과 길게 나오는 회감이 일품인 차다.
☞기상(起霜): 무이암차와 노총소종에서 일어나는 백상(白霜)으로서, 찻잎의 내부 물질이 특정 조건아래서 승화되어 나오는 것으로, 차가 부패해서 나오는 습창과는 달리 이는 정상적인 현상이다. 주로 카페인과 함께 가용성 당분, 폴리페놀류 물질 등의 수용성 물질로 조성되어 있다. 무이암차 제조 과정 가운데 유념과 홍배를 마친 후에 이와 같은 물질이 표면에 형성되는 것이 백상이다. 이는 찻잎 가운데 내함물질이 풍부하다는 상징이자, 고급 무이암차와 동목관의 노총소종에서만 보인다.
특히 무이암차에서 보여주는 적당량의 기상은 충분한 홍배과정을 거쳐 양호한 품질로 변화하였다는 것의 표지이며, 이러한 차는 두텁고 명확한 구감을 보여준다. 다만 기상의 유무와 많고 적음으로 무이암차의 품질을 판단하는 것은 무리이다. 차의 품질은 향기와 구감 및 탕색 그리고 엽저 등 여러 방면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판단해야만 한다.
기상(起霜)은 보통의 ‘고온고습한 환경에서 곰팡이가 핀’ 차와는 달리 ‘흰 서리가 일어난(起) 듯’한 현상을 묘사한 것이다. 곰팡이가 핀 것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반드시 차에서 ‘지푸라기 썩은 냄새’가 난다. 반면 정상적인 무이암차에서 핀 기상은 차를 우릴 때 완전히 물속에 녹아 들어가 차의 맛과 두터움을 향상시켜준다.
동목관의 또 다른 소종홍차로는 금준미(金駿眉)와 은준미(銀駿眉)가 있다. 금준미는 2005년에 등장한 것으로 알려졌고, 소종홍차 시리즈 가운데 최고급 제품이다. 과거의 소종홍차는 1아 2~3엽의 다 자란 찻잎을 사용한 소적감(小赤甘)과 대적감(大赤甘)의 단 두 개의 등급만 있었다. 그러다가 현대에 이르러 등소평(鄧小平)의 개혁개방 이후로 소득이 점차 증가한 중국인들은 마시는 차에 대한 품질 요구도 역시 높아져 갔다. 이에 따라 소종홍차 역시 고급화 추세로 접어들어 단아(單芽) 혹은 1아1엽의 찻잎을 사용한 금준미와 은준미가 등장하게 되었다.
제다과정은 소종홍차와 대동소이한 위조(萎凋) - 유념(揉捻) - 전색(轉色) - 과홍과(過紅鍋) - 건조(乾燥)의 순서이다.
금준미와 은준미는 동목관 일대 고산에서 자라나는 차나무에서 채엽한 찻잎으로 만든 차다. 여기서 금준미의 이름을 풀어보면 △금(金)은 전체 다원에서 극소량만 나오는 금처럼 귀한 찻잎이라는 뜻이고, △준(駿)은 최초 연구개발에 참여했던 강준생(江駿生), 강준발(江駿發) 등 몇몇 사람들의 이름에 ‘준’ 자가 들어있어서 이를 기념하기 위함이며, △미(眉)는 완성된 차의 모양이 눈썹처럼 생겨서라고 한다.
금준미하면 떠오르는 지금도 진행되고 있는 웃지 못할 에피소드가 하나 있다.
금준미가 개발되어 홍보가 필요하던 시기에 마침 양준덕(梁駿德)이 준수한 용모와 화려한 언변으로 미디어에 등장해 금준미를 광고하니 당시 중국인들은 물론이고, 귀 얇은 한국의 차인들도 모두 금준미하면 양준덕을 떠 올리게 되었다. 이윽고 그는 위의 사진과 같이 동목관 가는 길에 대형 입간판까지 세웠으나, 금준미 개발에 실질적인 역할을 한 사람들로부터 반발을 사게 되어 결국 철거하였다.
금준미 개발에는 누가 뭐라 해도 정산당(正山堂)의 강원훈(江元勳)이 1등 공신이다. 물론 양준덕과 강원훈이 만든 차의 품질 역시도 차이가 크다. 품질의 차이는 곧 실력의 차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류광일(덕생연차관 원장)
류광일 원장은 어려서 읽은 이백의 시를 계기로 중국문화에 심취했다. 2005년 중국으로 건너가 상해사범대학에 재학하면서 덕생연차관 주덕생 선생을 만나 2014년 귀국 때까지 차를 사사받았다. 2012년 중국다예사 자격을, 2013년 고급차엽심평사 자격을 취득했다. 담양군 창평면 덕생연차관에서 차향을 내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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