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기적 넘어 ‘낭만의 호남선’ 만들자

4강전 승리의 주역 신창무와 정지훈.
4강전 승리의 주역 신창무와 정지훈.

 지난 수요일, 광주FC가 또 한 번 역사를 썼다. 부천을 꺾고 구단 사상 첫 코리아컵 결승에 진출했다. 이는 2022년 K리그2 우승, 2023년 K리그1 3위, 2024년 ACLE 8강 진출에 이어 창단 후 첫 공식 대회 우승 도전 티켓을 거머쥔 쾌거다. 주요 선수 공백을 딛고 이뤄낸 연이은 기적에 찬사를 보낸다.

 결승 상대는 강원을 꺾고 올라온 전북이다. 올 시즌 거스 포옛 감독 부임 후 22경기 연속 무패를 기록하는 등 압도적인 전력을 과시하는 K리그 최강팀이다. 올 시즌 광주는 전북과의 세 번의 맞대결에서 1무 2패를 기록했지만, 경기력에서는 결코 밀리지 않는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한편, 전북은 ACLE와 리그를 병행해야 하는 상황이라, 12월 6일 서울 상암에서 단판 승부로 펼쳐질 경기의 결과는 누구도 쉽게 예측할 수 없다.

 단순 경기를 넘어, 시민 모두의 축제로!

 이번 코리아컵 결승전은 그 자체로 구단의 큰 경사다. 하지만 이를 단순히 축구 팬들만의 행사로 치러서는 안 된다. 광주 시민, 그리고 수도권으로 출향한 지역민 모두의 축제로 만들어야 한다. 가뜩이나 기아 타이거즈의 부진으로 움츠렸던 광주 시민들이 어깨를 활짝 펴고, 다 함께 힘껏 “나의 사랑 광주”를 외쳤으면 한다. 이는 광주FC의 지역 연고와 소속감을 강화할 더할 나위 없는 기회가 될 것이다.

코리아컵 4강전 이정효 감독.
코리아컵 4강전 이정효 감독.

 수익성 개선, 이번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된다!

 나아가, 이번 결승전을 구단의 수익성을 개선하는 절호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재정 건전화 규정 위반으로 긴축 재정을 시행 중인 광주로서는 전북을 제치고 우승컵을 들어 올린다고 해도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다. 코리아컵 우승팀은 내년 ACLE 2 진출권을 얻게 되는데, 이를 치를 만한 여력이 없기 때문이다. 여기에 창단 후 첫 우승으로 선수단에게 줄 우승 보너스와 승리 수당, 그리고 각종 옵션을 채우려면 십수억의 추가 예산이 소요될 수도 있다.

 따라서, 결승전에 대한 관심도를 높이고 축구를 좋아하지 않는 팬들도 지역 연고주의에 입각해 흥미를 가질 수 있는 축구 외적인 이벤트를 마련해 수익 증대를 꾀하는 것이 절실하다.

 광주만의 특별한 ‘우승 기원 콘서트’ 제안

 이를 위해 지역 연고 기업과 금융권의 도움을 얻어, 현재 유휴 공간이 된 광주축구전용구장에서 우승 기원 콘서트를 개최할 것을 제안한다. 광주의 든든한 후원자인 인기 가수 노라조를 비롯해 시민들이 함께할 만한 인기 가수들을 섭외한다면, 티켓 판매를 통한 수익 창출은 물론 색다른 시민 축제로도 각광 받게 될 것이다.

 둘째, 광주에서 서울을 오가는 특별 ‘우승 열차’를 운행하는 방안도 좋겠다.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죽어도 선덜랜드’에는 선덜랜드 팬들이 영국 축구의 성지 웸블리 구장에서 열릴 결승전 응원을 위해 다 함께 기차를 타고 이동하는 장면이 나온다. 모두가 어우러져 런던행 열차가 떠나갈 듯이 목청껏 응원가를 부르는 장면은 다큐의 명장면으로 남아 있다.

코리아컵 4강전에 승리한 광주FC.
코리아컵 4강전에 승리한 광주FC.

 마찬가지로 광주도 우승 열차를 띄워 서포터스는 물론 시민들이 함께 ‘광주’의 승리를 열망하며 서울로 향한다면, ‘비 내리는 호남선’의 애잔함을 승리와 환희의 호남선으로 전환하는 역사적인 한 장면을 연출할 수 있을 것이다. 음식, 관람료, 굿즈 등이 포함된 패키지 상품을 함께 출시한다면 수익 창출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물론, 이미 구단에서 기획하고 있을 다양한 한정판 굿즈가 출시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얇아질 대로 얇아진 고관여 팬들의 선의에만 기대서는 가시적인 재정 개선 효과를 창출하기 어렵다.

 시와 구단, 함께 나아가야 할 길

 이제는 광주시가 전면에 나서서 구단의 수익 개선과 팬층 확대를 꾀해야 한다. 단지 구단의 성과를 시의 성과로 홍보하려고만 하지 말아야 한다. 시의 브랜드 가치를 높인 만큼 이에 응당한 직·간접적인 지원으로, 좋은 성적을 거두고도 뒷감당을 걱정하는 일을 만들어선 안 된다.

 구단 또한 시민들의 광범위한 지지와 응원을 확보하기 위한 부단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선수단이 칭찬받을수록 사무국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는 아이러니는 여기에서 멈춰야 한다. 광주FC에 또 한 번의 기회가 왔다. 이번 코리아컵 결승전을 계기로 진정한 프로이자, 시민 구단으로서의 면모를 보여주길 간절히 바라본다.

 김태관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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