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의 Think Different 캠페인.

 

 ‘Think Different’는 1997년 스티브 잡스의 리더십 아래 애플이 시작한 역사적이고 영향력 있는 광고 캠페인의 제목이다. 이 캠페인에는 알버트 아인슈타인, 마틴 루터 킹 주니어, 마하트마 간디 등 기존의 틀을 깨고 세상을 변화시킨 혁신가와 문화 아이콘들이 등장했다. 이 슬로건은 우리가 광고 캠페인을 바라보는 방식뿐만 아니라, 컴퓨터와 기술을 바라보는 관점 자체를 바꿔 놓았다. 애플은 혁신, 강력한 브랜드 정체성, 높은 고객 충성도, 효율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통해 IT 산업의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패션 업계에도 애플처럼 독창적인 전략으로 성공을 거둔 브랜드가 있다. 바로 스페인에서 시작해 전 세계를 휩쓴 패션 브랜드 자라(ZARA)이다. 자라는 일반적으로 패션 업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화려한 모델이 등장하는 광고를 거의 진행하지 않는다. 심지어 인기 상품이 품절되더라도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 오히려 재고 부족 현상이 발생할수록 소비자들에게 희소성을 강조할 수 있어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온다고 판단한다. 자라는 패스트 패션 브랜드임에도 불구하고 도심 한복판에 매장을 열어 명품 브랜드와 당당히 경쟁하는 전략을 취했다. 이러한 전략은 전통적인 패션 업계의 상식을 깨뜨린 것이며, "다른 길을 간다"는 철학에 기반해 변화의 흐름을 주도해 왔다. 그 결과 자라는 패션 업계에서 단순한 추격자가 아니라 새로운 규칙을 만들어내는 게임 체인저로 자리 잡을 수 있었다.

 차별화의 중요성

 자라의 전략은 마케팅에서 흔히 말하는 차별화(Differentiation) 전략의 대표적 사례다. 차별화란 기업의 제품, 서비스 또는 브랜드를 경쟁사와 구별시켜 시장에서 독특하고 매력적인 위치를 확보하는 전략을 말한다. 경쟁 제품과 달라야만 수많은 브랜드와 상품 속에서 소비자의 선택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다시 말해, 시장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차별화는 필수적이다. 그러나 단순히 경쟁사와 다른 길을 간다고 해서 성공을 보장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차별화 전략이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브랜드만의 고유한 핵심 가치(Core Value)가 전제되어야 한다. 브랜드가 경쟁자들 사이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려면, 차별화 이전에 자신이 어떤 가치를 고객에게 제공할 수 있는지 명확히 정의해야 한다. 고객이 공감하고 인정하는 핵심 가치가 존재해야만, 그 브랜드는 경쟁자와 뚜렷이 구분될 수 있다. 즉, 핵심 가치가 차별화를 가능하게 하는 토대라고 할 수 있다.

자켓을 구매하지 말라고 광고하는 파타고니아.
자켓을 구매하지 말라고 광고하는 파타고니아.

 파타고니아(Patagonia): 환경을 가치로

 의류 업계에서 자라와 또 다른 방식으로 차별화를 실현한 브랜드가 있다. 바로 파타고니아(Patagonia)이다. 파타고니아는 ‘이 재킷을 사지 마라(Don‘t Buy This Jacket)’, ‘새것보다 더 좋아(Better Than New)’, ‘언패셔너블(Unfashionable)’과 같은 파격적인 슬로건으로 소비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의류 브랜드가 스스로 새 제품을 사지 말라고 권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파타고니아의 차별화 전략은 단순한 마케팅 기법에 그치지 않는다. 이 브랜드는 공급망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환경 발자국을 최소화하기 위한 다양한 조치를 적극적으로 실천한다. 이러한 전략은 모두 파타고니아의 핵심 가치인 환경 지속 가능성(Environmental Sustainability)에서 비롯된다. 재활용 소재의 활용, 제조 과정에서의 에너지 절약, 오래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을 설계하는 혁신 등 파타고니아는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파타고니아가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는 의류 시장에서도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은 바로 뚜렷한 핵심 가치가 있었기 때문이다. 환경 보호라는 본질적 가치를 기반으로 한 차별화였기에 소비자들의 공감을 얻고 충성도를 높일 수 있었던 것이다.

 자라의 핵심 가치: 빠른 트렌드, 한정된 희소성

 그렇다면 자라의 핵심 가치는 무엇일까? 자라의 가치 제안(Value Proposition)은 빠르게 변화하는 패션 트렌드를 민첩하게 반영해, 소비자의 ‘새로움’과 ‘희소성’에 대한 욕구를 충족시키는 것에 있다. 경쟁사들이 연간 두 번의 컬렉션을 선보이고 매장에 상품이 도착하기까지 9개월 이상 걸리는 데 반해, 자라는 소비자 트렌드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단 3주 만에 신상품을 출시한다. 뿐만 아니라 각 스타일별로 소량만 매장에 공급하여 항상 재고 부족 상태를 유지한다. 이는 소비자들로 하여금 “지금 사지 않으면 기회를 놓친다”는 심리를 자극해 충동 구매를 유도한다.

 자라의 이러한 전략을 가능하게 한 것은 효율적인 공급망 관리(Supply Chain Management)이다. 대부분의 대형 패션 기업들이 비용 절감을 위해 아시아 등 인건비가 저렴한 지역으로 생산을 아웃소싱하는 반면, 자라는 제품의 절반 이상을 스페인 본사 인근의 자체 시설에서 직접 생산한다. 자체 생산 체계와 본사 주변 공급업체와의 긴밀한 협력, 중앙 집중식 유통 시스템을 통해 자라는 디자인에서 매장 진열까지 걸리는 전체 과정을 철저히 통제할 수 있게 되었다. 이를 통해 자라는 패션 트렌드에 신속히 대응할 수 있는 독보적 경쟁력을 확보했다.

 자라는 단순히 패션 트렌드를 ‘따라가는’ 브랜드가 아니다. 빠른 생산 주기와 희소성 전략을 기반으로 트렌드를 ‘만드는’ 브랜드로 성장했다. 자라는 막대한 비용을 광고에 쓰지 않고 대신 제품 품질과 몰입감 있는 쇼핑 경험에 집중한다. 또한, 한정판 컬렉션을 선보여 고객들에게 희소성을 느끼게 함으로써 반복 방문을 유도하고, 소비자의 구매 빈도를 높인다. 이러한 전략은 자라가 전 세계 패션 시장에서 트렌드 리더로 자리매김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소비자의 취향 변화에 신속하게 대응하는 자라의 능력은 단순히 패션을 판매하는 수준을 넘어, 패션 문화 자체를 창조하는 영향력 있는 브랜드로 성장하게 한 원동력이 되었다.

 핵심 가치가 먼저다

 브랜드가 성공적으로 차별화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핵심 가치가 먼저 세워져야 한다. 방향성 없는 차별화를 시도하는 것은 효과가 없다. 자신이 무엇을 대표하는 브랜드인지, 소비자에게 어떤 가치를 제공할 것인지 명확히 정의해야 한다. 핵심 가치를 기반으로 한 차별화는 자연스럽게 소비자의 공감을 이끌어내고, 충성도를 높이며, 시장에서 지속 가능한 경쟁 우위를 창출할 수 있다. 기억하자. 핵심 가치가 먼저다. 핵심 가치가 있어야 진정한 차별화가 가능하다.

 양경렬 나고야 상과대학 교수

[드림 콕!]네이버 뉴스스탠드에서 드림투데이(옛 광주드림)를 구독하세요

저작권자 © 드림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